8일 보건의료정책 심포지엄서 의료계∙정부∙소비자 공감대...과도한 의료이용 제한 필요성도 언급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무서운 속도로 증가하는 의료비와 급격한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 일차의료의 역할을 강화하고 의료와 복지를 통합한 돌봄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데 의료계∙정부∙소비자가 공감대를 이뤘다.
8일 온오프라인으로 동시에 개최된 2차 보건의료정책 심포지엄에서는 국민, 의료인, 정부를 위한 보건의료서비스 제공과 지불보상체계로의 개혁 방안 논의를 주제로 전문가들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의료비 증가세 '파국' 불가피...일차의료 중심 지역완결형 커뮤니티케어 필요
발제를 맡은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우봉식 소장은 의료전달체계의 부재 속에 의료비 급증세가 심각하다며 일차의료중심의 지역완결형 커뮤니티케어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 소장은 “OECD 국가 중 근래의 의료비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하다”며 “특히 보장성 강화정책의 영향으로 2015년 이후부터 급증하는 추세인데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들의 증가세가 가파르다”고 지적했다.
의료정책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 86조원 수준이었던 요양급여비 총액이 2030년에는 237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불과 10년 사이에 요양급여비가 2배 이상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 소장은 “이대로 가면 비용 부담으로 파탄이 불가피하다. 일차의료중심의 지역완결형 커뮤니티케어로 가야한다”며 “하지만 현재 커뮤니티케어 논의에서는 복지가 중심이고 의료는 빠져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더 큰 문제는 이런 시스템이 모두 중앙정부나 지자체 등 공조직 위주로 돌아간다는 점”이라며 “과거 영국과 일본에서 실패했던 사례를 교훈삼아 정부는 심판의 역할을 하고 민간이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 소장은 의료이용체계와 관련해선 질환 시기에 따른 기능 중심 의료기관으로의 개편을 제안했다.
그는 “일차의료기관에 모든 걸 조정하는 기능을 부여하고 중소병원은 기능형으로 재활병원, 회복병원 등 지역사회에서 전문화된 서비스를 해야한다”며 “의원급에서는 요양의원을 도입하고 재택∙방문진료를 활성화 하자”고 했다.
주치의 제도 통해 치료에서 예방 중심으로..비대면진료 등 환자중심 의료지원 주문
한국소비자연맹 강정화 회장은 치료 중심의 의료 체계에서 전 생애에 걸친 건강증진 체계로의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고 했다. 이를 위해서는 주치의 제도를 중심으로 일차의료를 강화하자고 제안했다.
강 회장은 “지역기반의 주치의 제도를 통해 동네의사와 지역 주민간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지속적인 건강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에서 지원해야 한다”며 “주치의제 도입을 위해서는 의료인력 교육 등 여러 준비가 있어야 하는 만큼 빠른 결정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주치의가 강제로 배정되고 병원에 대한 선택권이 없다면 국민들의 저항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연계의료기관 등에 대해선 환자와 보호자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 회장은 또한 “환자가 무조건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난 환자중심 의료지원이 필요하다”며 “방문진료, 비대면 진료 등 다양한 서비스가 생기고 환자에게 맞춤형으로 제공될 수 있음에도 아직 적극적으로 시도되고 있지 않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강 회장은 끝으로 합리적인 의료이용 환경을 조성하는 동시에 이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그는 “현재의 지불제도와 의료이용 환경 하에선 의료제공자도 소비자도 의료비를 줄여서 받을 수 있는 이득이 크지 않다”며 “과잉 진료는 환자안전에도 위험요소인 만큼 적정기준을 개발해 의료현장에 적용하고 대국민 홍보를 해야한다”고 했다.
자유로운 의료이용 제동∙예방 관련 수가 체계 마련...커뮤니티케어에 의료∙복지 통합 난항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 선임연구위원은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국민들의 자유로운 의료이용에 제한이 불가피할 것으로 봤다.
그는 “의료비 증가 속도는 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수준이다. 2025년 정도가 되면 보험요율도 법정 상한선에 도달할 것이고 누적 적립금도 거의 소진될 것”이라며 “미리 대비가 필요한데, 특히 우리나라처럼 환자들이 자유방임적으로 의료를 이용하는 곳은 드물다. 결국 국민들이 감수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했다.
대한가정의학회 강재헌 정책이사는 의료비 증가를 늦추기 위해 치료 중심에서 예방으로의 전환을 강조하며 예방을 위한 교육 및 상담에 대해 보상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강 이사는 “현행 수가체계에선 고혈압과 당뇨병 환자들에게 약을 처방하고 검사를 내는 것에 대한 보상만 있을뿐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하는 데 대해선 보상이 없다”며 “그 결과 우리나라 기대수명은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고혈압과 당뇨병의 치료율과 조절률은 여타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다”고 지적했다.
대한병원협회 송재찬 상근부회장은 커뮤니티케어에서 의료가 포함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선 의료계의 반성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했다.
송 부회장은 “의료계는 의료서비스에 대해 의사중심, 의료기관 중심의 사고에 머물러 있는 경향이 있다”며 “의사가 전체 케어플랜을 세우고 다른 직역과도 협력하면 신속하게 진행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의료와의 통합은 공허한 소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이진용 심사평가연구소장은 커뮤니티케어에서 의료와 복지가 통합되지 못하고 잇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 소장은 “커뮤니티케어에 의료가 꼭 필요하다. 하지만 의료와 복지의 통합이 쉽지 않은 이유는 지금까지 여러 직역이 협업을 하면서 전부 다 이익을 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라며 “의료계에선 환자가 병원을 나서면 맡은 바를 다 했다고 생각하고, 복지쪽에선 의료가 들어오면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커뮤니티케어에 의료 필수∙주치의제는 선택적 적용...의료인력 확충은 합리적으로 검토
복지부도 커뮤니티케어에 의료 서비스가 연계돼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주치의제에 대해서는 모든 국민에게 일률적 적용은 어렵다고 내다봤다.
복지부 고형우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지난 정부부터 지역 커뮤니티케어를 하고 있고, 여기에 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은 복지부도 알고 있다”며 “다만 의료 서비스를 커뮤니티케어에 어떻게 결합할지에 대해선 이견이 있어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이와 관련해 현재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을 하고 있는데, 현재 시범사업에서 질병별로 하는 것을 향후 환자중심으로 간다면 그것이 노인 주치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고 과장은 주치의제에 대해서는 “주치의제를 모든 국민에게 강제로 적용하는 식으로 도입하긴 어렵다”며 “필요한 환자가 자신이 주로 상담할 수 있는 의사를 두는 방식의 선택적 체계로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의사인력 문제와 관련해선 신중한 입장을 피력했다.
고 과장은 “의사인력 확충 부분에선 의료계와 이견이 있다. 의사 인력 문제는 지금 당장의 상황이 아니라 10년~20년 뒤의 상황을 예상해 결정해야 한다”며 “정부 입장에서도 의사수가 늘면 의료비가 증가하기 때문에 무조건 늘리는 게 좋은 건 아니다. 하지만 고령화에 따른 의료수요 증가도 예상되는 만큼 여러 요인을 포함해 합리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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