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반발 예상했지만 강대강 대치 선택한 정부…넉 달 1조 쏟아 돌아온 전공의 7.9%

사직률도 0.49% 불과, 전공의 이탈 대책 '전무'…2월부터 건보재정 7560억원+α, 예비비 2009억원 투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보건복지부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추진하며 의료계의 반발을 예상했다고 밝힌 가운데 의료계와 타협하는 대신 강대강 대치를 선택하면서 발생한 비용이 천문학적 액수에 달한다.

건강보험은 벌써 네 차례 재정 투입이 연장됐고, 두 차례에 걸쳐 편성된 예비비도 바닥을 드러냈지만 출근하고 있는 전공의는 전체의 7.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가 의사 집단행동으로 인한 의료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투입한 국민 세금은 약 1조원에 달하지만 7월 1일 기준 211개 수련병원 레지던트 출근율은 7.9%으로 전체 1만 3756명 중 1087명에 불과하다.

전공의 사직률 역시 0.49%로 사직 처리된 전공의 숫자는 51명이다.

지난 6월 26일 복지부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개최한 '의료계 비상상황 관련 청문회'에서 의대 정원 증원 발표 당시 의사단체의 파업 등 반발을 예상했다고 밝힌 바 있다.

복지부는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일시에 전공의들이 진료현장을 이탈하며 발생한 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가장 먼저 건강보험 재정에 손을 댔다. 

지난 2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회의를 개최한 복지부는 2월 20일부터 의사 집단행동 대비 중증‧응급 환자 진료공백을 막겠다며 월 1890억원의 건강보험 지원방안을 수립했다.

그리고 지난 6월 27일에는 네 번째 건강보험 재정 지원을 연장하면서 현재까지 의료 현장에 투입된 건강보험 재정은 총 7560억원 +a 이다.

여기에 복지부는 지난 3월 6일 비상진료체계 가동을 위해 예비비 1254억원을 편성해 국무회의에서 의결받은 바 있다.

해당 예비비는 상급종합병원 등의 응급·중증환자 진료 기능 유지를 위해 한시적으로 교수·전임의 등 당직 근무와 비상진료인력의 인건비, 공중보건의사와 군의관 파견 등 인력 보강 및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간 의료이용 및 공급체계 개선을 위한 예산 쓰였다.

이후 복지부는 지난 5월 29일에 재차 755억원 규모의 예비비를 편성했고, 공중보건의·군의관 파견, 시니어의사 등 대체인력 지원, 전원환자 구급차 비용 지원 등에 투여했다.

문제는 이 같은 천문학적 액수의 재정 투여가 불가피한 것이었냐는 점이다.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건강보험 재정을 무려 5조6000억 원을 투입할 때도 국고에서 지원해야 할 범위까지 건강보험 재정에서 과도하게 투입한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정부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혼란을 해결하겠다고 국민이 어렵게 모아 낸 보험 재정을 임의로 사용하는 것에 어떤 정당성이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건보노조는 "의료개혁 차원에서 일정 부분 건강보험 재정을 지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100번을 양보한다 치더라도, 의료공백을 막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계속 재정지출을 연장 의결하면서 건강보험 재정을 소모하는 것은 재정 건전성을 흔들고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는 최악의 선택"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7월이 되도록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음에 따라 이마저도 부족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방 대학병원들은 환자 감소로 병동을 폐쇄하는 등 연쇄도산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이에 직원 절반이 무급휴직 중이며 급여 삭감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은 정부의 세금 투여에 전공의 복귀를 위한 근본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강대강 대치를 유지하고 있어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건보 재정과 국비 투여 외에는 사직 전공의에 대한 대책은 전무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복지부는 2일 열린 중대본 브리핑에서 사직 전공의에 대한 대책을 묻는 질문에 "검토 중"이라며 "집단행동을 멈추고 대화의 자리로 나오라“는 메시지를 던질 뿐이었다. 

한편, 최근 복지부가 3차 예비비 편성을 요청했다는 보도가 있었으나 기획재정부는 "의료공백 대응 추가 예비비를 요구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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