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한전공의협의회 대의원총회를 통해 우리가 얻은 것은 무엇이었는가

[칼럼] 여한솔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

지난해 전공의들이 주도했던 젊은의사 단체행동의 모습.  

[메디게이트뉴스] 5월 22일 토요일 오후 4시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정기대의원총회에 다녀왔다. 지난 2020년 8월 뜨거웠던 젊은 의사들의 파업의 허무한 종료와 함께 싸늘해진 전공의들의 마음을 하나하나 담아온 대의원 선생님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또한 7개월간 24기 집행부의 행보와 앞으로 논의해나갈 부분들을 듣기 위해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얼마 전에 논란이 된 서울대병원의 PA 직역의 공식인정에 대해 대전협의 추후 진행 방향이 궁금해 비록 발언권은 없지만 총회에 참관했다.

이번 총회에 공고된 의결 안건 핵심은 '회칙개정안'이었다. '차기 대표제'라는 제도를 도입해 차기 회장 선거를 할 때 차차기 회장까지 선출해 인수인계의 편의성을 도모한다는 것이었다. 회칙 개정을 제안한 24기 대전협 집행부의 저의를 모르는 것인 것은 아니나, 지난 수년간 대전협의 회장단, 이사진 구성에 있어 인수인계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은 적은 없었다.

지난 수년간 현재 한재민 회장을 제외한 대전협 회장을 역임했던 선생님들은 국원부터 이사, 부회장까지 전공의 생활 내내 대전협의 회무와 방향에 대해 시간을 아끼지 않고 몸을 부딪치셨던 분들이었다. 지난 선거 당시 전공의들의 소중한 투표로 회장이 된 한재민 회장은 지난 파업의 불씨를 이어받아 강경히 투쟁하기 위해 나온 의지에 박수를 보내는 한편, 경험이 전무했던 터라 회무 중 많은 시행착오를 거칠 것이 분명했기에 한편으로는 걱정도 됐다.

임기를 3개월 앞두고 아직 임기를 마치지 않은 상황에서 현 대전협 집행부와 회장을 함부로 감히 평가해서는 안 되겠지만, 24기 집행부로 국한된 문제를 차기 회장 선거 시 차차기회장까지 뽑는 법을 회칙에 명시하기엔 너무 성급하지 않았나 싶다. 무엇보다도 일선의 대의원들과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시간이 부족했고 본인이 경험했던 회무의 어려움을 회칙개정을 통해 극복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던 것에 큰 아쉬움이 남는다. 

이 안건에 대한 결론은 허무했다. 전국의 많은 대의원 선생님들이 참여해주셨지만, 정족수조차 확보되지 않아 의결안에 대해 투표할 수 있는 시간조차도 갖지 못하고 토의안건 정도로 총회 말미에 10여 분간만 논의되고 총회는 끝나버렸다. 그렇다. 허무했다.

사실 문제를 지적하고 싶은 것은 그 다음 내용이다.  서울대병원 PA 직역의 인정 건에 대해 왜 대의원들에게 단 한마디도 의견을 묻지 않았던 것인지 의아했다. 이 부분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지난 수년간 환자안전과 올바른 수련환경을 위해 불법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수많은 노력이 무의미해지게 하는 국내 일류대학병원장의 발언에 대해 전국 각 병원 전공의를 대표하는 대의원들에게 의견수렴조차 하지 못하고 총회를 끝낸 것은 어떠한 자신감이었을까. 기를 쓰고 막아보려고 해도 이 지경인데, 어떠한 비책이라도 있었던 것일까.

전공의가 올바른 수련환경 속에서 양질의 전문의로 양성되기 위하는 과정을 도와주는 곳이 대전협이 아닌가. 무면허 의료인력에 아이디를 대여해 대리 처방하고 그들이 지시하는 처방에 전공의가 일하는 촌극을 어떻게든 바로잡아야 하지 않는가. 

좀 더 첨언하면 보건복지부가 PA 건에 대해서 '몰랐다'라고 일관하고 있지만, 지난 2019년 대전협, 의학회, 병원협회, 의사협회, 간호협회가 참여했던 업무 범위 협의체에서 정리된 내용을 공개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업무 범위를 명확히 나눠 각 단체에서 만장일치로 동의했던 부분들은 국민들과 의료인에게 알릴 의무가 있다. 거기서 논의가 덜 끝난 행위들에 대해서는 차근차근 논의를 통해 진행하면 된다.

업무 범위협의체에서 참여했던 내용이 공지된다면 무리수를 두어 애써 PA 제도를 인정하려는 서울대병원의 의료행위들을 더 명확히 구분해 조사할 수 있지 않을까. 의료법과 각 학회를 넘어서 독자적으로 병원장이 제도를 인정하면 보건복지부는 이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묵인하고 있을 것인가. 그렇다면 보건복지부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에 더불어 회의 말미에 현재 의료계의 현실을 접하게 된 것을 선배 의사들의 무관심이라는 '추태'라고 표현하고 이를 답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뇄던 발언은 더욱더 아쉬웠다. 더 악화할 뻔한 대한민국의 의료환경을 지키기 위한 수많은 선배들이 싸워온 공로를 후배 의사가 짓밟는 것이고, 이러한 상황을 스스로가 해결할 역량이 부족하다고 푸념하는 것은 아닐까.

전공의 한분 한분에게 실질적으로 돌아갈 혜택인 사업이 '집행부 일손 부족'이라는 문제로 무산되려다 대의원들의 요청으로 다시 진행되고, 제휴된 법무법인을 넘어 갑자기 사외이사를 도입해 연간 6000만원의 예산이 집행되려는 시도들은 다행히 대의원들의 요청으로 무산됐다. 총회를 마치고 떠나가는 발걸음 속에 아쉬움이 묻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번 대의원총회를 통해 우리가 얻은 것은 무엇이었는가.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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