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과 공유

우버, 에어비앤비, 중국의 자전거 공유

[칼럼] 하버드의대 영상의학과 도신호 교수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My life in Boston
 
최근 한 달 동안은 학회들을 다녀왔습니다. 많은 사람을 만났지만 그중에 기억에 남는 사람은 서너 명 정도입니다. 그 사람들을 다시 한 번씩 떠올려볼 때 놀랍게도 이들의 공통점은 자신을 쉽게 오픈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새로 만났지만 자신의 지난 경험, 지금 하는 일, 그리고 앞으로 하고자 하는 일들을 처음 만난 저에게 쉽게 얘기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보통 학회가 사나흘 동안 치러지게 되므로 하루 이틀만 지나도 더 얘기할 사람이 없어지는데, 마지막 날까지 자신을 쉽게 오픈하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이 사람들은 자신이 먼저 오픈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쉽게 오픈할 수 있게 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보통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먼저 쉽게 오픈하는 사람에게 자기 생각을 꼭꼭 숨기는 것이 더 자연스럽기 때문입니다.
 
이 몇몇 사람들은 국적에 상관없이, 나이가 많고 적음도 문제가 되지 않았으며, 회사에 다니고 있는지, 학교에서 연구를 하고 있는지와도 무관하게 상대방의 관심사를 쉽게 찾아내고 빨리 친구가 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요즘처럼 새로운 것들이 이곳저곳에서 많이 나타나고, 빠르게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연구논문이나 발표자료, 매스컴에서 얻는 정보를 수집하고 이해하는 것도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리고 누구의 말이 정확한지도 파악하기가 힘듭니다. 이렇게 적극적이고 개방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학회에서도 유명한 사람이라고 조심하거나 거북해 하지 않고 쉽게 접근합니다. 직접 최고의 전문가에게 의견을 바로 전해 듣는 것입니다.

이렇게 이들은 꽃들 사이를 왕래하는 일꾼벌 같이 이곳의 의견을 저곳으로 전달해 나가는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사람들의 축적된 지식을 쉽게 주고받으며 핵심을 쉽게 파악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요즘 제가 관심 있는 의료영상, 머신러닝, 인공지능(AI), IT 기술, 비즈니스 모델, 시장분석, 벤처캐피탈(VC), FDA, 인허가(grant), 논문 등은 모두 연관되어 있지만 다른 전문지식이 필요할 땐 전문가와의 친분이 더욱 중요합니다.

방대한 양의 내용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공부해야할지 알 수도 없고 뭐가 중요한지 쉽게 알아내기도 어렵고, 시간도 없는데, 전화 한 통이나 이메일 한 통 혹은 잠시 대화로 알 수 있다면 엄청난 시간과 자원을 절약할 수 있는 모델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최근에 제가 다녀온 큰 학회는너무 많은 사람이 모여서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을 찾기가 힘든 학회였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만난 몇몇 사람들은 저에게 너무나 중요한 정보와 가르침을 전해주었고, 여기서 깨달은 것을 보스톤으로 돌아온 후에 바로 연구로 적용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다른 작은 학회에서는 오랫동안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사람들끼리 하는 대화에 끼어들기가 힘들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저도 한번 따라 해 보았습니다.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 내가 하는 연구를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앞으로 하고 싶은 것을 숨기지 않고 말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기대하지 못했던 의견과 답변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내가 계획하고 있는 것을 이 사람이 가로채어 가버리면 어떻게 하나?" 하는 두려움이 있었지만, 새로운 사람들과 두려움 없이 접하게 되었을 때 상상할 수 없었던 기막힌 정보들을 하나둘씩 공유해 주었습니다. 이 내용은 앞으로의 연구 방향을 송두리째 바꿀만한 내용이었습니다.

이 학회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후속 미팅 스케줄과 텔레컨퍼런스로 일주일이 다시 바빠지게 되었습니다. 물론 저랑 대화한 사람들도 자신이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연구방향을 바꾸어가게 되었을 것입니다.
 
최근의 연구 방향들은 다른 사람이나 팀이 무료로 공유한 오픈소스 라이브러리를 사용하여 오픈데이터를 가지고 자신의 프로그램들을 만들어 보고, 다시 공유 사이트로 올리는 형태로 많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보통 기트허브(GitHub)라는 곳에 자신의 소프트웨어를 공유하는데 이곳은 소프트웨어의 버전 컨트롤을 하는 곳입니다.

예들 들면, 프로그램을 여러 명이 개발할 때 한 명은 10번째 라인을 고치고, 동시에 다른 한 명은 20번째 라인을 고치는 경우 활용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코드를 업데이트하려면 서로 어디를 어떻게 고쳤는지, 누가 먼저 고쳤는지, 10번째 라인을 고친 코드는 잘 돌아가는데 20번째 라인을 고친 코드는 오류가 난다면 이 일을 어떻게 해야할지, 동시에 여러 명이 15번째 라인을 각각의 방식으로 고친 후에는 어떻게 업데이트할지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툴입니다. 

여기서 가장 멋진 부분은 공유하면 무료로 사용할 수 있지만, 자신의 코드를 비공개로 할 경우에는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처럼 오픈을 장려하는 모델이 이전과는 전혀 다른 형태로 파급효과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공짜를 좋아하기 때문일까요? 쉽게 다운로드 받은 코드를 서로 고쳐주고 공유하며 나누는 연구방법은 보수적인 저에게도 놀랄만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러한 공유방법이 우버, 에어비앤비, 중국에서의 자전거 공유, 그리고 휴대폰 배터리 공유 등으로 현재의 가장 획기적인 기업들의 사업 모델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참 신기한 것은 자기 것을 챙기는 것이 아니라 나누어주고 공유하는데 어떻게 자기가 다시 혜택을 받을 수 있을까요?
 
 
My two cents

특히 제가 연구하는 의료영상 머신 러닝 분야는 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알고리즘을 훈련하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그래야만 일반화된 혹은 특정 데이터에 바이어스되지 않은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각 병원과 단체들이 개인정보 보호의 규제 등으로 쉽게 데이터를 공유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공유도 중요하지만 개인정보 보호는 더욱 중요합니다. 신용카드를 잃어버리면 다른 번호의 카드를 재발급 받을 수 있지만, 나의 유전자 배열을 누군가 해킹해서 가져가 버리면 이론적으로는 나뿐만 아니라 직계 가족의 유전자 정보가 노출되는 것입니다.

물론 나의 유전자 배열을 다시 재발급 받을 수는 없습니다. 이러한 극단적인 예도 있습니다.
 
하지만, 의료 영상이나 상대적으로 환자를 쉽게 식별할 수 없는 데이터는 충분한 기술적인 대비와 보완이 갖춰진 상태로 익명화해 공유한다면, 공유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여러 가지 기술적, 윤리적, 문화적인 문제들이 나라마다 다르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국만의 특징적인 기회는 국가적인 지원, 적극적인 기업가정신, 병원과 학계의 지속적인연구와 개발입니다. 머신러닝의 성패를 좌우하는 필수적인 요소가 '충분한 데이터'라는 점은 다시 한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은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지 개인적으로 궁금합니다.
 
실제로 지금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고 있는 부분에서 점진적이긴 하지만 구체적인 성과를 내는 곳은 오픈과 공유를 먼저 시작한 곳들 입니다. MGH(매사추세츠 종합병원)과 BWH(브리검 여성병원)는 GE와 10년 동안 1억 달러 규모의 협력을 하고 있고, 스탠포드대, 시카고대, 그리고 UCSF(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캠퍼스)는 많은 부분에서 선두주자인 구글과 헬스케어 분야의 파트너로서 비밀스럽게, 하지만 예상 가능한 일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머신러닝과 결합된 헬스케어는 저렴하면서도 질적으로 높은 수준의 서비스로 변화되어 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나의 건강검진과 치료를 위해 수집한 데이터가 다른 사람들의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로 활용될 수 있는 것은 아주 바람직하며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위한 중요한 공유입니다. 오픈과 공유가 가진 파급효과와 개인정보 보호의 중요성을 저울질해 보아야겠습니다.


 

#도신호 # 우버 # 에어비앤비 # 메디게이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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