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의료, 총체적 난맥상이 드러나고 있다

[칼럼]의료정책연구소 이용민 소장

외과적 근치술 만이 해법이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윤영식 기자]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을 살려내고도 치료비를 결손처리 해야만 했던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의 속사정을 알고 분노했다. 또 며칠 전 벌어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환아 연속사망 사건을 가슴 아프게 지켜보았다. 이 두 사안이 전혀 다른 사안 같지만, 실상은 한국의료제도의 모순이라는 같은 뿌리에서 기인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2017년 현재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은 파국을 눈앞에 두고 막장으로 치닫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절개 배농, 근치적 전절제술 등 외과적 수술이 필수적이라는 의료계의 외침을 모두가 나 몰라라 하는 형국이다. 당국은 현 상황을 외면하고 소염진통제만을 처방하며 병소를 키우고 있다.
 
외상 응급환자나 중증환자를 돌보는 분야는 대부분의 문명국에서는 국가 차원에서 시스템을 마련하고 운영하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응급·중환자 치료 등 필수의료의 90% 이상을 민간에 맡기고, 그 비용마저도 후려친다. 필수의료가 발전할 수 있는 싹을 아예 잘라버려 열악한 환경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한다.
 
환자를 살리기 위해 행하는 시술과 검사, 약제비 등에 대한 수가를 애초에 터무니없이 낮게 책정했다. 이도 모자라 무차별하게 삭감하고 떼어먹는 날강도 같은 행태 아래에서는 최선을 다해 생명을 구하면 구할수록 적자가 늘어나는데 어찌 제대로 된 치료를 기대할 수 있겠나? 24시간 긴장 속 3교대, 부족한 인력으로 과로한 의료진에게 어찌 환자의 안전을 기대할 수 있겠나?
 
초음파의 급여화, 상급병실의 급여화 등 보장성 강화도 좋지만, 시급한 것으로 따지자면 생명을 살리는 필수응급의료 시스템 확충이 우선돼야 하지 않을까? 필수응급의료는 그 성격상 박리다매를 적용할 수 없는 특수의료 분야이다. 단 한 명의 중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수많은 의료인력, 장비, 시설을 투여하고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생아중환자실 인큐베이터 한 대당 연간 6천만 원 정도의 적자가 난다고 한다. 그러한 상황에서 어느 누가 신생아 중환자실을 운영하려 하겠나? 외상센터 운영도 환자를 살리면 살릴수록 적자인데 어떤 병원이 버텨낼 수 있겠나? 국가 공공의료가 이러한 분야를 감당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공공부문 확충이 당장 어렵다면, 민간에 시설과 운영지원을 충분히 해서 필수의료부문을 담당함에 부족함이 없도록 해줘야 한다.
 
대부분의 문명국에서는 아무리 비용이 들더라도 단 한 명의 중환자를 살리는 것이 중요하고 그럴만한 가치가 있기에 이를 국가적 과제로 인식해 관련 시스템을 갖추고 투자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이를 내버려두는 것은 국격을 스스로 낮추고 미개함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것이다. 골든아워 안에 응급처치 및 수술에 들어갈 수 있도록 외상센터의 시스템을 충분히 갖추고 중환자를 24시간 집중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사회적 쟁점이 됐을 때만 반짝하는 일회성 대책이 아니라 필수·응급의료 인프라 구축에 집중해야 한다. 물론, 이대병원 신생아 환자 집단사망 사건은 그 원인이 최종적으로 밝혀지기까지는 무어라 단정 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원인이 무엇이더라도 현재 하나둘 드러나고 있는 대한민국 필수의료 시스템 부재로 인한 난맥상에서 비롯됐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최근에 표출되는 외상센터나 신생아중환자실의 문제는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의 총체적 난맥상을 경고하는 전조증상으로 보인다. 이를 근본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외과적 수술이 필요하다. 당국이 여전히 대증치료에만 집중하는 한, 환부는 더욱 악화할 것이고 돌이킬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경고를 받아들여 지금이라도 근본에 충실한 의료제도를 만들어 가야 한다.

대한민국 의료, 총체적 난맥상이 드러나고 있다. 대한민국 의료, 외과적 근치 수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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