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언제든 소비할 수 있는 도구, 공보의? 이대로 우리가 전공의 빈자리 채우면 환자 위해 발생"

이성환 대공협 회장 "공보의·군의관이 값싸고 언제든 사용할 수 있는 인력이라는 메시지 전달한 순간 누구도 지원하지 않는 시대 올 것"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이성환 회장(전남 영암군 보건소)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정부는 우리를 언제든 소비할 수 있는 '그들만의' 도구로 인식하고 있다. 무리하게 공보의·군의관이 전공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의료현장에 투입되면 환자 위해가 발생하게 된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이성환 회장(전남 영암군 보건소)이 22일 정부가 응급수술 등에 공중보건의사와 군의관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오히려 환자 위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학병원에서 주 80시간을 일하며 수술과 필수의료를 도맡는 전공의와 지역·군의료에 종사하는 공보의·군의관은 엄연히 하는 업무가 다르다는 취지다. 

앞서 19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의사 집단행동 대응 관계장관회의'에서 “상황 악화 시 공보의와 군의관을 의료현장에 투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이성환 회장은 이날 메디게이트뉴스를 통해 "우선 가볍게 공보의 차출을 언급하는 보건복지부 인식이 매우 우려스럽다. 박민수 차관은 이미 공보의 근무를 ‘개인적인 피해’라고 언급했고 공공연하게 징벌적이라는 가치관을 표명했다"고 운을 뗐다. 

이 회장은 "의료취약지 최전선에서 헌신하는 공보의와 군의관의 차출을 너무도 쉽게 입에 올리며 우리를 언제든 소비할 수 있는 그들만의 '도구'로 인식하고 있다. 이는 이미 불씨가 꺼져가는 군 의료인력 자원 확보에 모래를 덮은 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런 복지부의 말과 행동은 지금 이 순간에도 각 지역과 군대에서 근무하는 공보의와 군의관들의 노고를 심히 폄하하는 행태"라고 말했다.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전공의의 업무가 쉽게 대체될 수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성환 회장은 "정부의 발언을 보면 전공의의 고유한 업무를 언제든지 쉽게 대체할 수 있다는 매우 위험하고 안이한 생각이 확연히 묻어나있다"며 "단언컨대 주 80시간 이상을 병원에서 환자 곁을 지키며 치열하게 수련 받는 전공의들의 공백은 결코 이와 같은 방법으로 메워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보여주기식으로 무모하게 공보의와 군의관을 배치하는 것은 오히려 환자에게 더 큰 위해로 작용할 것이 뻔하다"며 "공보의를 차출하면 반대로 농어촌 지역 등 지역의료 공백은 더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향후 의료계와 정부의 관계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 사이에 공보의와 군의관 지원율은 더 떨어질 것이라는 게 그의 견해다. 

이 회장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의사라는 직업을 '의새'로 표현할 정도로 의료계에 대한 정부의 존중은 이미 바닥을 쳤다"며 "공보의와 군의관을 값싸고 언제든 사용할 수 있는 인력이라는 메시지를 대외적으로 전달한 순간부터 이제는 누구도 공보의와 군의관을 지원하지 않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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