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 바이러스 백신이 렘데시비르나 구충제보다 코로나19 끝판왕이 될 것이다

[칼럼] 배진건 이노큐어 테라퓨틱스 수석부사장/사내이사·우정바이오 신약클러스터 기술평가단장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무엇이 우선 순위일까? 코로나19(COVID-19) 바이러스 백신 제작 뉴스와 구충제를 치료제로 돌리겠다는 뉴스와 렘데시비르의 오르락 내리막 널뛰기 뉴스를 접하면서 질문을 바꿨다. 무엇이 끝판왕이 될까?

달달한 팥과 호두가 들어간 호두과자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손님들을 유혹한다. 노릇노릇하게 맛있게 구운 겉 모양은 그대로인데 팥과 호두가 들어있지 않다면 맛은 어떨까? 앙꼬 없는 찐빵이나 속 빈 만두 먹는 것과 같을 것이다.

이렇게 코로나 바이러스 겉모양만 그대로 유지하고 안은 빈 공간으로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제작에 성공했다고 지난 4월 7일 질병관리본부 산하 국립보건연구원이 발표했다. 우리 몸이 바이러스의 자연감염에 의해 생성되는 면역반응과 유사한 반응을 깡통 바이러스를 통해 기대할 수 있어 이렇게 면역백신을 만드는 것이다.

국립보건연구원이 제작한 바이러스유사체(Virus Like Particle, VLP)는 유전물질이 없이 구조단백질로만 구성된 바이러스 입자로 인체 내에서 바이러스 복제가 일어나지 않고 면역반응만 유도하는 백신의 한 방법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Spike(S), Envelope(E), Membrane(M) 단백질이 세포에서 발현되게 되면 각각의 단백질의 분자생물학적 특성상 세포막으로 이동하게 되고 이러한 3가지 단백질만으로도 코로나 바이러스와 유사한 형태의 VLP가 세포막 외로 형성(assembly and budding)되어 만들어지게 된다.

이번 국립보건연구원에서 제작된 백신 후보물질은 인플루엔자바이러스(AI) 구조단백질에 코로나19의 스파이크(S) 항원을 탑재한 형태의 VLP 백신 후보물질이다. 아쉬운 것은 SARS-CoV-2의 온전한 깡통 바이러스가 아닌 것이다. 아무리 Spike는 같더라도 Membrane과 Envelope이 온전하게 같은 구조가 아니라 면역원성이 떨어질 것이 염려되는 아쉬움이 있다.

국립보건연구원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백신 허가를 취득한 바 있으며, 인플루엔자 범용백신 개발 및 신·변종바이러스 대응을 위해 다양한 백신 플랫폼 개발에 장기간 지속적으로 투자했기에 이번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을 신속하게 제작할 수 있었다.

바이러스 유사체는 면역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 병원체의 일부 단백질(항원)만 유전자재조합 기술로 합성해 제조한 합성항원(서브유닛) 백신보다 효과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VLP 방법으로 상용화된 인유두종바이러스 백신이 이미 존재한다.

백신개발은 바이러스 기반의 벡터(viral vector)를 제작하는 기초부터 임상시험까지 오랜 기간이 소요되나, 환자의 안전성만 확보되면 세계적인 위기 상황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KFDA)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신속하게 코로나19 백신을 환자에 투여하고 온 국민이 안심하게 예방으로도 사용하면 좋겠다.

방향을 틀면 지난 4월 14일 '파스퇴르연구소·대웅 구충제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7월 중 임상 신청'이란 뜬금없는 뉴스가 나왔다. 구충제라면 한 유튜브 영상에 나온 개 구충제 '펜벤다졸' 복용하고 암이 치료되었다는 어느 환자의 고백 덕분에 갑자기 많은 사람의 관심이 쏠린 적이 있지만 왜 코로나19 치료제인가? 구충제와 코로나 치료제의 만남이 흥미롭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IPK)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을 통한 코로나19 약물 재창출 연구에서 구충제로 쓰이는 '니클로사마이드' 성분이 항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는 사실을 세포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특히 코로나19 치료제로 임상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에볼라 치료제 '렘데시비르',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보다 항바이러스 효과가 각각 40배, 26배 뛰어나다는 연구결과를 얻었다.

구충제는 인체(혹은 동물)에 기생하는 기생충을 제거해 기생충에 의한 감염을 치료하는 약물이다. 약의 기전은 기생충의 미세 단백질에 결합해 기생충 내로 에너지 공급원인 포도당이 흡수되는 것을 고갈시켜 운동성을 저하시키므로 성충, 알, 유충에 대한 살충작용을 나타낸다. 니클로사마이드 경구 복용 시 숙주인 사람의 장관에서는 거의 흡수되지 않으므로 인체 내 혈중 농도가 유지되지 않기에 실제로 코로나19 치료제로 활용하기 어렵다.

한편 대웅제약 자회사인 대웅테라퓨틱스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최근 발표된 독일 연구팀 결과에 주목했다. 니클로사마이드는 세포의 자가포식 작용을 활성화해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기에 지난해 니클로사마이드의 혈중 농도를 유지하는 새로운 제형(DWRX2003)을 개발하고 난치성 폐질환 치료제 개발을 추진해 왔다.

올해 초 DWRX2003가 난치성 폐질환 치료제로 동물실험에서 폐조직 점액질 분비 저해를 통한 호흡곤란 개선효과와 염증세포 침윤 억제를 통한 사이토카인 폭풍 제어효과를 확인했다. 이런 동물실험 결과는 바로 코로나19의 임상적인 현상을 제어할 수 있는 바탕이다.

니클로사마이드 경구 복용 시 인체 내 혈중 농도가 유지되지 않아 실제로 코로나19 치료제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IPK가 가진 문제를 대웅테라퓨틱스가 개발한 약물전달 기술을 활용해 해결할 수 있는 만남이 양쪽의 결과를 알고 있는 식약처를 통해 이뤄졌다. 그러기에 IPK와 대웅그룹은 코로나19 치료제 공동개발을 결정하고 5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영장류 효능시험을 거쳐 7월 임상시험계획을 식약처에 신청할 예정을 14일 밝혔다.

이번 케이스는 서로 보유한 기술을 접목해 약물 재창출 연구의 최적화된 사례의 하나가 될 것이다. 바이러스에 작용해 RNA 게놈합성을 저해하는 것으로 알려진 렘데시비르와(remdesivir)는 달리 니클로사마이드는 인체 세포에 작용하므로 내성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예측된다.

방향을 다시 렘데시비르로 틀면 두 상반된 뉴스가 나온다. 4월 15일 자 엔드포인트뉴스(EndpointNews)에 'Gilead takes a hit after a closely-watched Covid-19 trial of remdesivir is quietly terminated, raising fresh doubts'라는 제목의 부정적인 기사가 나왔다.

중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경증과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었던 길리어드(Gilead) 렘데시비르의 임상이 일시 중단됐다는 뉴스다. 중국에서 코로나19 감염이 잘 컨트롤되고 있고 약물의 효능을 테스트할 해당 환자가 확 줄었기 때문이다. 

이 뉴스로 길리어드 주가는 하루에만 3% 정도 하락했다. 이 소식은 역시 환자 부족으로 인해 중단됐던 좀더 심각한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한 또 다른 임상 중단이 알려진 지 1주일도 안돼 발표된 것이다. 그러기에 ‘quietly terminated’라고 표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23일(현지시간) 일시적으로 게재됐다가 삭제된 WHO의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에서 237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1차 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 렘데시비르가 효과 입증에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중단된 임상은 경증에서 중증 환자들과 입원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그룹의 환자들은 치료하기 어려운 위중한 증세로 발전하기 바로 전단계에 속하기에 렘데시비르의 효능이 가장 기대되는 환자군에 속하기에 길리어드의 계획에 차질이 보인다.

니들만 박사(Dr. Needdleman)의 신약개발 3계명에 따르면 'Anything put on hold is dead'이다. 연구개발 중인 과제가 여러 이유로 중단돼 선반에 놓인 것은 잠시 쉬는 것이 아니라 죽은 과제로 여겨야 한다. 최소한 이 중국에서의 임상은 죽은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

그러나 4월 16일 미국 메디컬매체인 스탯(STAT)에 따르면 시카고대학교에서 진행한 임상 3상 결과 입원한 환자들 대부분이 렘데시비르 치료 이후 열과 호흡기 증상이 크게 완화해 1주일도 되지 않아 퇴원했다는 긍정적인 소식도 있었다.

시카고대는 상태가 위중한 113명의 환자를 포함해 코로나19 환자 125명을 모집해 임상실험을 진행했다. 모든 환자들은 매일 렘데시비르를 투약받았다. 문제는 스탯의 보도가 공식적인 것이 아니라 이번주 시카고 의료진들이 임상실험 결과를 토론한 영상을 입수해 내용을 분석한 보도라는 것이다. 그래도 이 뉴스로 길리어드 주가는 하루에만 16% 정도 상승했다. 나스닥 시장도 우리처럼 코로나 덕분에 이런 널뛰기가 존재한다.

신약개발의 '기회의 창'이 얼마나 짧은지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절실히 느껴진다. 선두주자 렘데시비르 조차도 기회의 창이 이렇게 좁아지니 7월에 임상을 계획하는 구충제나 지금 한참 떠들고 있는 다른 것들은 어떨까? 환자 수가 20명 이하로 떨어진 우리 나라에서 가능할까?

그래도 면역백신을 만드는 것이 바이러스 사태의 끝판왕이 될 것이다. 우리 몸이 바이러스의 자연감염에 의해 생성되는 면역반응과 유사한 반응을 깡통 바이러스를 통해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메디게이트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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