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와 코로나19: 바이오는 펀더멘털인가 이벤트인가?

[칼럼] 배진건 배진(培進) 바이오사이언스 대표·우정바이오 신약클러스터 기술평가단장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지난 3월 11일 어느 분이 모 증권사의 애널리스트 보고서를 보내주셨다. 너무 어이없는 리포트를 냈다고 흥분하셨다. 바이오 투자는 펀더멘털(fundamental)은 아니고 이벤트(event)만 중요하다는 보고서 주장 때문에 이 분을 날카롭게 만들었다. 필자가 보고서를 읽고 난 후 "바이오주가 반 토막 났을 때 투자하라는 좋은 점만 보시지요"라고 위로 카톡을 날렸다.

코로나19(COVID-19) 사태 직후 우리 바이오 주가는 별 변동이 없었으나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을 선언하고 난 뒤 글로벌과 함께 주가가 내려앉기 시작했다. 반토막난 현 주가 수준은 매수하기 더없이 좋은 시기는 맞다. 거기에 맞춰 우리 바이오제약사도 다양한 코로나19 극복 치료 방안을 내놓는다. 이런 저런 약물이 코로나19에 듣는다고 발표는 하는데 이런 방안이 필자에게는 현실성이 없는 주가 상승을 위한 이벤트 작전으로 보일 뿐이니 안타깝다.

특별히 이번 칼럼은 필자가 케이스(Case)를 제시하면 독자 여러분이 투자자의 입장에서 자발적이고 독립적인 판단을 해보시라고 권유하고 싶다. 펀더멘털이 있는 것인가 아니면 코로나19를 이용한 이벤트성인가?

케이스 1
지난 2월 말 어느 멋진 후배 한 분이 특별소독제 '바이오크린액트'라는 제품의 사진 2장을 보내줬다. 사업가인 그가 직원들의 건강을 염려해 이 제품을 구입하려고 하는데 바이오를 더 잘 아는 필자의 의견을 물어온 것이다. 충북대학교 산학협력단의 확인이라는 2016년 사진과 간단한 남조류A, B의 실험 결과를 보내왔다.

'코로나바이러스 PDEV'에 테스트했다고 하는데 이것만으로는 도저히 판단할 수 없었다. 이 천연물 유래 살균소독제가 코로나19를 살균할 수 있겠지만 정말 살균하는지는 직접적인 실험 데이터가 없이는 알 수가 없다고 답했다.

직원을 염려하는 사업가에게 너무 과학자적인 답변인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코로나바이러스를 죽인 살균제이니 아무래도 코로나19 살균을 할 것 같은 생각은 들었다. 이 소독제는 펀더멘털한 것인가 아니면 이벤트성인가?

케이스 2
어느 국책연구원이 코로나19 치료용 항체 후보를 컴퓨터 예측 결과를 근거로 발굴했다고 지난 3월 3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연구팀은 사스(SARS) 중화항체 2개와 메르스(MERS) 중화항체 1개가 코로나19 바이러스와도 잘 결합할 것이란 예측 결과를 내놨다.

연구진은 사스와 메르스 중화항체 가운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체 세포로 침입할 때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무력화할 항체를 찾았다. 중화항체는 바이러스가 인체 세포에 침입하는 것을 막기에 치료제 개발에 필수적인 후보물질이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가 인간이 준비한 이런 항체 무기를 피하기 위해 진화해 새롭게 공격하는데 옛 무기로 수비가 가능할까? 현재 살아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도 결합하는지를 검증하고 있다는데 컴퓨터 예측 연구결과는 펀더멘털한 데이터인가 아니면 이벤트성인가?

케이스 3
국책연구원은 아니지만 감염병 연구의 경험이 많은 한국파스퇴르연구소(IPK)가 지난 2월부터 기존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해 사용되는 약물을 질병관리본부의 도움으로 얻은 코로나바이러스 사멸에 효과가 있는지 발굴하는 '약물 재창출' 연구를 빠르게 진행했다.

이를 통해 IPK는 현재 천식 약으로 사용되는 알베스코의 주요성분인 시클레소니드가 약효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 IPK는 약물이 흡입제 형태로 폐에 직접 적용이 가능해 호흡기에 감염되는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고려의대 부속 구로병원은 지난 3월 27일 경증 코로나19 환자 141명에게서 임상적 유효성 평가하는 연구자 임상을 승인받았다. IPK의 약물재창출 연구결과는 펀더멘털한 데이터인가 아니면 이벤트성인가?

케이스 4
셀트리온은 코로나19 회복환자의 혈액에서 항체 후보군을 구축하고 항원에 결합하는 300종의 항체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고 3월 23일 발표했다. 질병관리본부로부터 회복환자 혈액을 수령 후 3주 만에 치료제 개발에 가장 핵심적인 첫 단계를 완료한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인간세포 감염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바이러스 스파이크 단백질을 무력화하는 데 가장 적합한 항체를 찾기 위해 필요한 총 300종으로 구성된 1차 항체 후보군을 선정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이용한 시험관 내 중화능 검증법을 진행하면서 2차 후보 항체군 선별작업에 돌입한 상태라고 한다.

연이어 동물 모델에서의 치료 효능, 항체 고유 특성 평가 등 추가적인 검증과정을 거쳐 최종 항체 선정까지 이어지게 된다. 지난 주 칼럼에서 소개한 앞서 나가는 경쟁사 리제네론과의 간격을 얼마나 좁히느냐가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셀트리온의 후보물질 도출 발표는 펀더멘털한 것인가 아니면 이벤트성인가?

케이스 5

A약품은 자체 개발 물질이며 현재 백혈병 환자에게 사용되는 치료제가 코로나19 치료물질로 탁월한 유효성을 확인했다고 3월 13일 밝혔다. BSL-3 실험실에서 'R'을 사용한 시험관 내 시험(in vitro)를 진행했다. 보고된 'Plaque reduction assay' 실험결과를 보면 각각 50, 12.5, 3.13㎛의 약물을 처리해 대조군과 비교했다.

투여 후 48시간 후 대조군 대비 가장 높은 농도에서 70%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HIV 치료제인 칼레트라와 독감치료제인 아비간에 비해 의미있는 효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In vitro'에서 ㎛ 농도의 결과다.

같은 뉴스 다른 기사 타이틀은 '투여 하루만에 99% 죽인다'고 하지만 본문에는 48시간 후 70% 죽였다고 한다. 기사 안에서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더구나 99%를 죽인다는 표현은 바이러스에게는 매우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 겉으로 보기엔 정말 효과가 있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바이러스의 수를 생각하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10의 7승이상의 타이터를 보이는 바이러스를 99% 죽인다고해도 여전히 10의 5승의 바이러스가 여전히 남아있기에 증식하는 바이러스에 실질적인 효능을 보이기엔 역부족인 경우가 많다. 간단히 추출한 인삼 엑기스도 보통 바이러스의 99%를 죽이는 데이터를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다. 

이 보도자료는 펀더멘털한 데이터인가 아니면 이벤트성인가? 'R'의 경우 CML 치료제이며 표적치료제의 대표적인 약물이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를 어떻게 왜 죽이는지 근거가 전혀 찾을 수가 없다. 환자에게 사용되는 멋진 Targeted agent를 junk로 만드는 것 외에 무슨 실효가 있는지? 경쟁 약인 닐로티닙도 그렇게 코로나 죽이는가? 보도자료 뉴스를 조심해서 받아들여야 하는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

케이스 6
B회사의 코로나19 연구자 임상이 진행됐다는 3월 25일 자 인터뷰 기사는 판단이 잘 안 선다. 이 회사는 바이러스억제물질(VSF)에 기초한 신약 후보물질인 HzVSF를 B형간염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 임상 1상을 마쳤다.

안전성이 증명됐기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코로나19에 대한 '치료 목적 사용 승인'을 내준 국내 약물은 HzVSF가 유일하다. 필자도 이 물질의 임상결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지난달 서울대병원을 시작으로 영남대병원, 충남대병원에서 총 5명의 중증 코로나19 환자에게 HzVSF를 투여했다고 한다.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하기 위해선 기존에 B형간염 등을 대상으로 임상 1상을 마친 것과는 별개로 다시 사람 대상 임상 2~3상 등을 진행해야 한다. 그런데 세포 내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지를 살피는 세포실험에서 B형간염 때와 달리 코로나19에서는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해 다음 단계인 임상 진행이 막혀버린 상태라 한다.

회사는 시간 걸리는 국내 임상은 포기하고 해외서 '긴급임상 해달라'는 요청에 관심이 크다. 치료목적 임상결과는 펀더멘털한 데이터인가 아니면 이벤트성인가?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직접 먹어보아 안다거나, 임상에서 좋으니 허가를 해달라는 것은 당연히 무리다. 아무리 이벤트가 급하지만 펀더멘털한 데이터는 필요악이다. 주식투자가에게 펀더멘털한 데이터가 필요악이 될 수 있지만 이벤트는 늘 지나가고 펀더멘털은 영원히 남는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메디게이트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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