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과거 미국 의사면허시험 등에 관심 있는 학생은 2%에 불과했지만, 의-정 갈등의 끝이 보이지 않으면서 한국 탈출에 관심을 보이는 학생이 45%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의료계는 물론 재미한인의사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재미한인의사협회(KAMA)는 22일 신라호텔에서 개최된 창립 50주년 행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의료계 상황에 유감을 표했다.
22일부터 3일간 진행되는 KAMA의 창립 50주년 학술대회는 '의료 분야의 협업(Collaboration in Healthcare)'을 주제로 한다. KAMA는 이번 행사를 통해 미국과 한국 간의 지속적인 의료 협력의 중요성을 소개하고, 미국 시민을 포함한 의료 위기에 처한 관계자에게 공감의 메시지를 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존 원(John Won) 회장은 "이번 행사는 50여년 전 미국으로 이민을 와 KAMA 설립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 이들을 돌아보기 위해 기획했다. 또 1975년 서울에서 열린 KAMA 학술대회로 시작된 미국과 한국 의사 간의 풍부한 의료 협력을 기념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50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는 의료, 신종 전염병과 관리, 백신의 전급과 전달, 정신건강과 웰니스, 인공지능, 종양학 등 다양한 주제의 학술 프로그램이 진행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행사는 전례 없는 의료 문제에 직면하면서 불확실한 시기에 열리게 됐다"며 "한국 의료계와 국민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공감하고 유감을 표한다. 우리는 이 문제가 이렇게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의학교육이 정상적으로 재개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재로선 고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인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한국 상황에 공감과 유감을 표하지만, 개인적인 견해 등을 이야기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존 원 회장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언론 등에서 접한 것일 뿐 내부적인 문제를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한다. 우리가 이해하는 것은 의대생이 1년을 쉬고 다음 해 수업을 어떻게 할지 매우 복잡하다는 정도"라며 "문제가 조속히 해결돼 의료계에 종사하는 이들이 기쁜 마음으로 복귀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존 원 회장은 "뉴스와 미디어를 통해 USMLE 시험에 시청하는 사람이 급격히 증가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있다. 한국의 소식을 알고 있지만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며 "하지만 수련의·의대생의 행사에 대한 관심도는 높아졌다. 기존에는 약 100명이 학술대회에 참가 신청을 했는데, 올해는 300명 가까이 등록했다. 관심이 높아지면서 등록신청 자체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최근 한국 의대생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의사시험이나 트레이닝 받는 것에 관심 있는 의대생은 2%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짐작건대 45%의 의대생이 미국 국시 치르고 트레이닝 받는 것에 관심 있다"며 "이는 놀라운 수치다. 한국을 떠나려는 비율이 50%에 달하고, 희망을 포기한 것은 충격적인 일이다"라고 말했다.
앤서니 최(Anthony Choi) 박사는 "이번 학술대회 개최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는 의대생과 수련생의 트레이닝을 돕는 것"이라며 "한국 의료계가 겪고 있는 이 문제가 의대생의 커리어 진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번에 마련한 프로그램을 통해 아픔과 절망을 치유하기를 바란다. 이 자리를 통해 희망을 주고 싶다"고 언급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한국 정부가 국가마다 다른 의료시스템을 고려하지 않고 의료개혁을 추진했다.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은 5~10년 사이에 붕괴 직전까지 갈 것"이라며 "정부는 국가마다 의료시스템이 다른 점과 정치에서는 우군 확보 필수라는 점을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민간 의료시스템의 미국과 공공 의료시스템의 유럽과 달리 일본과 한국은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이 때문에 미국은 신약 개발의 속도는 빠르다. 하지만 의료보험이 없는 사람은 병원에 가지 못하고 결국 사망에 이른다. 이와 반대로 유럽은 거의 돈이 안 든다. 병원 짓는 예산을 모두 국가에서 지불하기 때문이다"라며 "스페인의 경우 의사는 모두 공무원이다. 이 때문에 의대 정원을 확대한다고 하면 의사는 좋아한다. 월급 깎일 일은 없고 근무 시간을 줄어들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안 의원은 "하지만 한국의 경우는 다르다. 한국은 건강보험으로 국가가 가격을 통제한다. 하지만 모든 인프라는 민간이 지불한다. 유럽은 대학 학비도 안 들고 인턴, 레지던트에도 돈이 안 든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빚을 내서 졸업하고, 대출을 받아 병·의원을 운영한다. 이 중 약 10%는 망한다. 이 때문에 의사 1명이 가능한 많은 환자를 볼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의료 시스템이 다른데, 영국과 독일이 의대생을 1000~2000명씩 늘린다고 한국에 똑같이 적용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시스템이 다르다는 개념이 없는 것이다"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의료에서 문제는 3가지다. 필수의료 부족과 지방의료 부실, 백신과 의약품을 개발하는 의사 과학자의 부족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겠다면 먼저 구조적인 개혁안을 만들고 정부에서 투자해 지방 의료원을 만든다는 등 우군을 확보해야 한다. 그 이후 의사 과학자를 만들기 위해 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처음부터 2000명 증원을 추진했고 사태가 악화하면서 원래대로 돌아오려면 최소 5년 이상 걸릴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은 의대생이 휴학계를 냈지만 승인되지 않은 상황에 대해 "국가가 개인에 대해 어디까지 개입하고, 강제할 수 있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부터 해야 한다"며 "학생 개인이 휴학계를 냈는데 국가가 명확한 근거 없이 이를 막으면서 개인의 시간과 비용, 이 외 사회적인 것들을 낭비하고 있다. 앞으로 의대생 외에도 다른 직종에 있는 학생과 개인이 어떤 선택을 할 때 국가가 얼마큼의 제동을 걸지도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이러한 문제가 오늘부터 열린 KAMA에서 논의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KAMA를 통해 얻어야 하는 것은 다른 나라의 의사가 어떤 방식으로 정부와 소통하는지에 있다. 또 정부 혹은 사회적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어떻게 소통하고 풀어나가는지를 살피는 것이 KAMA 행사의 취지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차지호 의원은 "필수교육의 효과가 나타나려면 15~20년 정도 걸린다. 이는 미래지향적인 정책"이라며 "하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한 선진국 의료시스템은 AI를 기반으로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변화를 통해 AI와 기존의 의사가 협업(co work)하는 형태로 일이 진행될 것 같다"고 말했다.
차 의원은 "과연 정부가 15년 뒤의 의료시스템이나 다른 과학기술 발전을 예측하고 인원을 추계한 것인지 의문이다. 또 의사도 국민이다. 이들의 행동을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은 굉장히 위험한 생각이다"라며 "45%의 의대생이 해외에서 수련을 받거나 국시에 관심을 가진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놀랐다. 이는 개발도상국에 있는 의사가 주로 하는 생각이다. 우리나라에서 의료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때 우리가 가진 여러 자산이 해외로 나갈 수 있다는 사실에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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