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인사들은 본지 취재 과정에서 "1.6% 인상분을 분야에 따라 조정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것 뿐이고, 구체적인 재정 투입 여부는 의료계와 향후 더 상의해야 한다"라고 한 발 물러서는 태도를 보였다.
즉 합의되지 않은 부분이 합의된 것처럼 정부 보도자료로 실렸고 이를 인용해 주요 매체들은 '의원급 의료수가 인상분 일부가 필수의료 확충에 투입된다'는 식의 기사를 쏟아낸 것이다.
정부와 의료계가 합의하지 않은 내용이 합의된 것처럼 언론에 공개된 사례는 얼마 전에도 있었다. 의대정원 합의와 관련해 의료현안협의체 논의 이후 "이견차를 확인했다"는 의협과 달리, 복지부는 "의대정원 확대에 합의했다"는 보도들을 내보냈고 이후 공개석상에서 "의료계와 공감대를 이뤘다"는 발언까지 나왔다.
의-정의 소통 불협화음이 계속되자, 의협 내부 회원들의 불만을 폭발하고 있다. 논의 결과에 대한 의견이 서로 엇갈리다 보니 이젠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도 헷갈린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의협 대의원회 한 관계자는 "정부와 의협의 말이 계속 다르니 회원들 사이에서 무엇이 진실이냐는 하소연이 많다. 직접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회원들 입장에선 더 이상 누굴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까지 나온다. 잘잘못을 떠나 왜 계속 서로 말이 엇갈리는지 이 부분은 해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비슷한 사례가 반복되면서 의료계 일각에선 복지부가 대놓고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의료계가 반대하기 힘들도록 '필수의료 해결을 위해 합의를 이뤘다'는 식으로 여론을 만들고 이후에 유리한 고지에서 재차 협상을 이어나가는 전략인 셈이다.
실제로 정부 입장에선 의대정원 확대와 의원급 환산지수 1.6% 인상 재정 조정 투입 문제 모두 심각한 필수의료 공백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이 충분하다. 더욱이 여야 이견도 없는 상태다.
여론을 등에 업고 힘을 얻은 정부는 앞으로 의사인력 확충을 공급자 외에 수요자인 시민단체, 환자단체까지 참여하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에서 논의하겠다고까지 밝혔다. 이는 앞선 2020년 9.4의정합의 내용에 반하는 내용으로, 정부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책 추진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반대로 의협 집행부는 사지에 몰렸다. 아직 내부적으로 반대 여론이 많은 의대정원 문제와 더불어 의원급 수가 인상분까지 재조정 받을 것이라는 보도까지 나돌면서 이필수 회장과 집행부에 대한 불신이 가속화하고 있다.
현재 대전광역시의사회 김영일 회장이 주도하고 있는 이필수 회장 집행부 불신임안 논의를 위한 임시대의원총회 개최 동의도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임총안이 대의원회에 상정되려면 재적대의원 242명 중 3분의 1 이상인 81명이 동의해야 하는데 현재 70명 이상 동의가 이뤄진 상태다.
김영일 회장은 "의협이 완벽하게 복지부 손에서 놀아나고 있다. 건정심에 참여했던 이상운 부회장과 조정호 이사는 즉각 책임을 져야 한다"며 "동의안은 다음주 쯤이면 모두 모일 것 같다. 임총에서 이대로 집행부가 회무를 계속하는 것이 괜찮은지 논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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