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국회 토론회서 발제자로 나서 일본 상황 소개…"지방 근무할 수 있게 각종 지원 이뤄져야"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일본에서는 의대정원을 늘리고 지역 정원제를 시행했음에도 지역간 의사수 격차 문제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본 역시 우리나라처럼 도쿄, 오사카 등 대도시에 의사가 몰리는 반면 의사 부족에 시달리는 지역이 있어 지난 40여년에 걸쳐 다양한 시도들을 해왔다.
도쿄의대 하시모토 히데키 보건정책 교수는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공공의료를 위한 조건부 의사’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서 지역간 의사수 편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간 일본이 해온 노력과 그 결과에 대해 소개했다.
하시모토 교수에 따르면 일본은 지방, 특히 도서산간 지역의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1972년 1개 현(県)마다 의대 1곳을 설치하는 자치의대 정책을 시행하며 의대정원을 늘렸다. 동시에 의대정원 내에 2~3명의 입학 정원제를 도입해 졸업 후 일정 기간 해당 지역에서 의무 근무토록 하고, 입학금과 수업료 등을 면제해줬다.
자치의대는 ‘지역의료’라는 특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했고, 이를 통해 우수한 지역 의료전문가들을 다수 배출하는 데 성공했다. 대표적으로 일본의 코로나 대응을 진두지휘했던 오미 시게루 코로나19 대책 분과회 회장이 자치의대 1회 졸업생이다.
이후 의사수 감축을 위해 의대정원이 다시 줄어든 가운데 2008년부터 잠정 도입된 의대정원 내 지역 정원 입학전형을 정례화 해 지역 인재 확보에 나섰다.
하시모토 교수는 자치의대와 지역정원제가 지역의료전문가 양성에는 성공했지만, 원래 목적이었던 의사 지역 편재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는 한계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처음에는 의대 정원도 늘리고 지역정원제를 실시했지만 최신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구당 의사 수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며 “약간 개선된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의사수 증가 때문이 아니라 지방 인구 자체가 줄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시모토 교수는 결국 의사들이 지방에 근무할 수 있도록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난 2017년 일본 의사 2만5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지방에서 근무해도 좋다고 답한 비율이 40%에 달했는데, 이들이 의지를 갖고 있음에도 실제 지방 근무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들을 해결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결혼, 출산, 육아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여의사들에 대한 지원 역시 강조했다.
하시모토 교수는 “설문에 따르면 20대 의사는 전문의 취득에 필요한 기술을 충분히 경험할 수 없다는 것, 30~40대는 자녀에게 충분한 교육 기회를 줄 수 없다는 걸 우려하고 있었다”며 “50대 의사들은 수도권에서 쌓은 경험을 갖고 지방에서 적절한 일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일자리 매칭에 대한 불안감을 표했다”고 했다.
이어 “더 큰 문제는 젠더 문제”라며 “여의사들의 경우 30~40대가 되면 결혼, 출산, 육아와 일을 양립하는 데에서 갈등을 겪는다. 즉, 현재 일본은 우수한 여의사들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시모토 교수는 “이처럼 의대증원과 지역정원제만으로는 지역 편재 현상을 충분히 해결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결국 후생노동성은 지역정원제에 대해선 필요에 따라 각 도도부현이 검토하도록 했고, 같은 도도부현 내에서도 의사 과잉, 과소 지역 간 의사 자원을 유동적으로 배분하는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지역 편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젊은 의사와 여의사에 대한 커리어 지원 논의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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