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보훈부 박민식 장관, 보훈병원장에 사과 왜?

서울대 의대 교수진 보훈병원 파견 추진…이견 보인 보훈병원장에 보훈부 직원이 모욕적 언사

중앙보훈병원 전경.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국가보훈부와 서울대 의대가 최근 서울대 의대 의료진의 보훈병원 파견을 논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대 의대가 보훈병원에서 근무할 교수를 채용해 파견하면, 보훈부가 기금 등을 통해 관련 비용을 지원하는 형태다.

다만 보훈부의 구상이 중앙보훈병원 의료진과 협의를 거치지 않은 데다, 보훈부와 다른 의견을 내놓은 유근영 중앙보훈병원장이 보훈부 직원에게 모욕적 언사를 당하는 등 협의 과정이 순탄치는 않은 상황이다. 보훈부 박민식 장관은 6월 부 승격 전 장관 후보자 시절 해당 직원의 언행에 대해 유 병원장에게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장관은 2일 보훈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됐으며, 보훈부 공식 출범은 5일부터다.

2일 메디게이트뉴스 취재 결과, 보훈부는 지난달 서울대 의대, 중앙보훈병원, 보훈복지의료공단과 서울대 의대 의료진 파견 문제에 대해 회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보훈병원이 의료진을 영입하기 위해 서울대 의대로부터 교수를 파견받는 방안 등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국립대병원이 교수를 채용한 뒤 인력이 부족한 지방의료원 등에 파견하는 공공임상교수 사업과 유사한 형태다.

전국 6개 보훈병원은 타 병원 대비 열악한 처우 등으로 인해 의료진 이탈이 계속돼왔다.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의사 공백 문제가 집중 질타를 받았다. 이에 서울대 의대 교수진 파견이 보훈병원의 구인난 해소를 위한 대안으로 제시된 것으로 보인다.

중앙보훈병원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시 회의에 참석한 보훈부, 서울대 의대 고위 관계자, 중앙보훈병원장 간 의견 차가 컸다. 서울대 의대는 보훈부의 교수 파견 제안을 단호히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근영 병원장도 서울대 의대 의료진이 파견될 경우 기존 보훈병원 의료진과 기금교수들 간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보훈부 직원은 유 병원장이 보훈부의 업무 방향에 반대하는 입장을 내놓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훈병원 의료진은 이번 사안을 심각하게 바라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훈병원 소속 한 전문의는 "회의 이후 해당 직원은 유 병원장에게 상급기관인 보훈부의 업무 방향에 반기를 드는 대신 병원 경영에나 집중하라는 식의 문자를 보내며 강하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문자 내용은 보훈병원 의료진들에게도 알려지며 공분을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1954년생인 유 병원장의 나이가 해당 직원에 비해 훨씬 많은 데다, 병원장으로서 병원 운영방향에 대해 의견을 낸 것일 뿐인데 모욕적인 언사를 당했다는 것이다.

결국 박 장관이 공식 사과하며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보훈병원 의료진 사이에서는 보훈부가 종국에는 보라매병원처럼 보훈병원을 서울대병원에 위탁하려 한다는 소문도 파다한 상황이다. 보라매병원은 서울대병원이 서울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보훈병원 의료진은 서울대병원 위탁 대신 중앙보훈병원이 중심이 돼 전국의 보훈병원들을 아우르는 의료원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와 함께 각 보훈병원장들에게 책임경영을 보장하면 지금보다 보훈의료의 질이 크게 개선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서울대 의대 교수 파견 문제를 놓고서는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모습이다.
 
보훈병원의 한 전문의는 “보훈부의 보훈병원 서울대 의대 교수 파견 건이 일단은 무산됐지만, 물밑에서 계속 추진되지 않겠느냐”고 우려를 표했다.

또 다른 보훈병원 관계자는 “서울대 의대 교수진 파견을 반대하는 건 아니다”라며 “기존 의료진과 갈등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큰 문제는 아닐 걸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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