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감사에 제동 걸렸지만 재추진 여지 남겨...보훈병원 의사노조 "공단의 병원 운영 의지 의문" 분통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보훈병원이 의사들의 줄사퇴로 홍역을 앓고 있는 가운데 정작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은 460억원을 들여 제2청사를 건립하려다가 최근 감사원에 의해 제동이 걸린 것으로 파악됐다.
타 병원 대비 크게 낮은 임금을 받아온 보훈병원 의사들은 공단이 거액을 투입해 제2청사 건립을 추진해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22일 메디게이트뉴스 취재 결과, 보훈복지의료공단은 최근 지난 2020년부터 추진해오던 제2청사 건립 사업을 보류하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공단은 부지매입비 포함 총 460억원을 투입해 현재 원주혁신도시 소재 사옥 근처에 제2청사를 건립할 계획이었다. 이미 40억원 상당의 부지 매입을 완료했고 건립예산을 확보하는 과정이었으나, 지난 4월부터 감사원 감사가 진행되면서 제동이 걸렸다.
하지만 공단은 사업이 '보류'된 것이라며 재추진의 여지를 남겨둔 상태다. 공단 관계자는 “본사 사옥 공간 협소로 인한 임차사무실 운영 문제를 해소하고, 통합정보시스템 구축을 위한 조직 배치 공간을 확보하고자 제2청사 건립을 추진했다”며 “향후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라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보훈병원이 민간병원은 물론 여타 공공병원과 비교해도 낮은 임금 탓에 올해만 40여명의 전문의가 무더기 퇴사했다는 점이다. 실제 공단이 더불어민주당 소병철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6개 보훈병원의 정원 미달률은 7.43%에 달한다.
보훈병원 전문의의 평균 연봉은 일반병원 전문의 대비 5000만원이나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월 외래 환자 수는 평균 330여명, 월 입원 환자 수는 평균 70여명이 많아 급여 대비 업무 강도는 더욱 높은 실정이다.
공단은 이와 관련, 현재 별도의 TF를 구성해 의사들의 임금 및 처우개선을 위한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최근 국정감사에선 공단 감신 이사장이 11월 말에 나올 전문의 보수체계 개편을 위한 연구용역 결과를 기반으로 임금 개선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보훈병원 의사들은 공단이 뒤로는 제2청사 건립을 추진해왔단 사실에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의사노조는 향후 공단의 대응에 따라 최악의 경우엔 의사 전원의 사직서를 받고 투쟁에 나서는 것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보훈병원 의사노조 주인숙 분회장(산부인과 전문의)은 “최근에도 소화기내과, 병리과, 마취과, 피부과 소속 의사 4명이 병원을 떠나는 등 퇴사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며 “의사뿐 아니라 간호 인력 부족 문제도 심각한 실정인데 정작 공단은 제2청사 건립을 추진해왔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상황을 보면 공단이 병원을 제대로 운영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결국 가장 큰 피해자는 유공자 환자와 그 가족들”이라며 “일단 11월 말까지는 기다려보겠지만 결국 의사 전원이 사직을 걸고 나서지 않는 이상 (상황 개선이) 어렵다는 얘기들이 나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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