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패스 둘러싼 의료전문가 '갑론을박' 심화…법률가들은 ‘갸우뚱’

방역패스 법정공방, 효과-부작용 데이터와 해외사례가 비교가 핵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정부의 코로나19 방역패스 확대 정책을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뜨겁다. 방역을 위해 백신 접종율을 높이기 위한 대안으로 어쩔 수 없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접종을 사실상 강제하는 방침이기 때문에 인권침해적 요소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최근 방역패스 취소를 주장하는 집단 행정소송까지 벌어진 상황에서 법률 전문가들은 백신에 따른 득실을 따져볼 수 있는 데이터와 해외사례가 법정 공방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백신 부작용 사례와 접종 강제로 인한 기본권 침해 요소가 재판결과에서 부각될 수 있다고 봤다. 의료계를 넘어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방역패스 논란이 확대되자 여당 측에서도 현장의 의견이 반영되는 방향으로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며 입장을 선회하고 나섰다. 
 
정부, 방역패스 확대 기조 명확…10일부터 백화점‧대형마트도 적용
 
3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방역패스(백신패스)를 둘러싼 논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방역패스의 유효기간은 백신 접종을 마친 뒤 14일 이후부터 180일까지로 오늘(3일) 기준으로 유효기간을 넘긴 대상자는 563만 명으로 오늘부터 45만 명이 추가로 미접종자와 마찬가지로 방역패스가 만료된다.
 
방역패스가 없는 이들은 식당이나 카페 등 다중이용시설 이용이 불가하고 오는 10일부턴 규모 3000㎡ 이상의 백화점·대형마트에도 방역패스를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단 16일까진 과태료가 부과되지 않는 계도기간으로 설정됐다.
 
방역패스가 필요한 다중시설은 ▲유흥시설 ▲노래연습장 ▲실내체육시설 ▲목욕장업 ▲경륜·경정·경마·카지노 ▲식당·카페 ▲학원 ▲영화관·공연장 ▲독서실·스터디카페 ▲멀티방 ▲PC방 ▲스포츠경기장·실내체육관 ▲박물관·미술관·과학관 ▲파티룸 ▲도서관 ▲마사지·안마소 등 16종이다.
 
정부는 방역패스 유효기간 만료 여부를 효율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별도 음성 안내 기능을 탑재하고 유효한 증명서일 경우 "접종완료입니다"라는 음성 안내가 나오는 식의 방역패스 인증을 실시 중이다. 유효하지 않은 증명서의 경우 별도 알림음이 나올 예정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 손영래 사회전략반장은 "기존 방역패스 시설에 더해 백화점과 대형마트에 방역패스를 추가 적용하게 된 것은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고 위험성이 큰 시설이라는 점이 고려됐다"며 "동네 일반 슈퍼마켓 등 상점은 방역패스가 적용되지 않아 대체 수단이 있다"고 말했다.
 
방역 강화 정책의 보조적 수단으로 필요 VS 국민에게 방역 책임 전가
 
그러나 방역패스에 대한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최근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 정책이나 오미크론 등 확산으로 방역 강화가 절실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조치라는 의견과 함께 개인 인권침해와 의료윤리 문제를 고려하지 않은 잘못된 방침이라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가천대길병원 엄중식 감염내과 교수는 "방역패스는 백신 미접종자라는 공백을 보조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보완적인 방법"이라며 "형평성을 고려해 청소년 등 방역패스를 완화하는 방향이 아니라 청소년 방역패스는 보조적 수단으로 유지한 상태에서 방역이 완화된 곳을 방역패스 등을 실시해 방역을 강화하는 방향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대한백신학회 마상혁 부회장은 "방역패스는 방역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하는 것"이라며 "학원 방역패스 적용으로 학생 간 학습격차가 심화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방역패스를 위해선 해당장소가 감염원이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천대길병원 정재훈 예방의학과 교수도 "(방역패스를) 고려할 수 있지만 접종 권고와는 좀 분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전통적 예방접종 원칙‧의료윤리적 기준에도 어긋나
 
방역패스가 전통적인 예방접종 원칙과 의료윤리적 기준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나온다.
 
1차 예방접종 후 심각한 부작용을 경험했거나 기저질환 등으로 백신을 맞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소수자들이 무시되고 환자 자기결정권이나 부작용을 자세히 설명 하는 등 설명의무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문제제기다.
 
단국의대 박형욱 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는 "전통적인 예방접종은 오랜 시간동안 쌓인 데이터를 근거로 해서 환자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에 권하게 된다. 이 경우도 의사는 환자에게 접종에 따른 이익과 부작용 등을 상세히 설명하고 백신 접종 여부는 오롯이 환자의 자율성에 맡겨진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방역패스는 장기적인 백신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백신 접종을 강제한다는 측면에서 이 같은 환자 자율성을 침해하고 의료윤리적 원칙에 있어서도 문제가 있다"며 "감염병 상황에서 낙인찍기를 가장 조심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미접종자 낙인찍기에 나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의료 현장에선 수술이 급한 상황에서도 환자 동의가 우선시돼야 한다. 현재 방역패스는 집단면역을 위해 일부 접종 소수자들을 희생시키는 정책"이라며 "현재 백신 접종 현장을 보면 환자 자기결정권이나 부작용 등에 대한 설명의무 등은 중요치 않게 치부되는 것 같다. 심지어 빠른 접종을 위해 청소년 접종 시 부모 동의 절차도 생략되고 있다. 심각하게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방역패스 결국 행정소송으로 번져…전문가들, 기본권 침해 소지 다분
 
방역패스로 인한 다양한 문제가 수면 위로 붉어지면서 지난해 12월 31일 영남의대 조두형 교수 등 의료계 인사를 포함한 일반 시민1000여명은 방역패스 조치를 잠정 중단토록 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정부가 미접종자에 대해 임상시험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사실상 강요해 일반 시민들의 사회생활에 제약을 입히고 부작용으로 인해 사망자를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법률전문가들은 향후 방역패스 취소 소송이 공익과 사익의 비교를 어떤 식으로 분석하느냐에 따른 법률적 해석 차이로 판가름 날 수 있다고 봤다. 현재 헌법상으로 보면 공익과 사익이 충돌했을 때 비교형량에 따라 국민 대다수의 이익이 일부 사익에 우선한다면 공공복리를 위해 개인의 기본권이 제한될 수 있다.
 
의사 출신인 이동필 변호사(법무법인 의성)는 "방역패스로 인해 국민 전체가 코로나19 예방을 할 수 있다는 공익적 측면과 개인의 사적 권리 침해 부분이 충돌하고 있다"며 "법률적 해석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현재 나와 있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백신의 효과성과 이상반응, 사망비율, 방역패스로 인한 사회적 피해 등이 수치로 환산돼 비교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아무래도 판결 결과는 방역패스가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코로나를 얼마나 예방할 수 있느냐는 수치의 싸움으로 귀결될 것으로 보인다"며 "해외 사례, 특히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참고하고 있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의 데이터나 사례가 큰 근거로 사용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방역패스가 개인의 기본권 침해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에 향후 자율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판결이 제시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김준래 변호사(김준래법률사무소)는 "어떤 부분을 공익에 반하는 사익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법원의 평가는 달라질 수 있지만 코로나로 인해 사망한 이들도 많지만 백신으로 인해 심각한 부작용을 겪거나 사망한 이들도 존재한다"며 "분명한 부작용 사례가 존재하는 만큼 이번 방역패스 사례에선 무조건적으로 공익을 위해 사익을 양보해야 한다는 논리는 적용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민주당도 방역패스 신중론으로 선회…국민의힘 “비과학적 정책, 즉각 철폐”
 
논란이 가중되면서 정치권도 방역패스 신중론으로 돌아서는 눈치다.

여당은 방역패스의 필요성을 권고하거나 자율적인 참여를 강조하면서 계도기간을 확대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선거대책위원회 코로나19 비상대책본부 대변인은 지난해 12월 29일 당정협의 직후 브리핑에서 "학부모와 학원 등에서 방역패스 의무화에 대한 반발을 정부 측에 전달했다. 이재명 후보가 백신국가책임제를 주장하고 있는 만큼 백신 이상반응에 대한 보상 강화가 있지 않으면 방역패스 강제도 어렵다"고 말했다.
 
신 대변인은 "방역패스 필요성을 권고하고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방안이 없는지 검토를 요구한 상태"라며 "유예기간을 갖고 정부와 관련 단체 등 협의체 논의를 통해 현장 의견이 존중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최춘식 의원(국민의힘)도 3일 성명서를 통해 "정부가 사회를 안정화시키는데 앞장서야 하는데 코로나 사망자들의 기존 기저질환간 인과관계 등을 정확히 따지지 않은 채 사망자 통계를 과다하게 측정하는 등 국민들의 불안을 조장하면서 방역패스와 거리두기를 지속 강화하고 국민 인권 및 기본권을 짓밟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어 최 의원은 "12월 23일 기준 국내에서 기존 기저질환 없이 순수하게 코로나 증상으로만 사망한 사람은 전체 인구의 0.0003%인 169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는 일반 감기 수준의 위험도"라며 "비과학적이고 비상식적인 방역패스를 즉각 철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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