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도 수가협상, 의협 빠진 공단-의약단체 첫 만남…"전향적 재정 활용 기대"

건보 누적준비금 약 28조원…공단 "낙관적이지 않아" VS 공급자단체 "의료공급체계 개선 활용해야"

3일 열린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의약단체장의 '2025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 합동 간담회'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의 강행으로 의·정 갈등이 최고조에 오른 가운데 2025년도 수가협상의 막이 올랐다.

전통적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과 의약단체장의 상견례로 시작되는 수가협상이지만, 올해 대한의사협회 신임 회장인 임현택 회장이 불참한 가운데 공급자단체들은 의료공급망을 유지를 위한 재정 활용을 촉구했다.

3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의약단체장이 '2025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 합동 간담회'를 개최했다.

애초 6개 의약단체장이 모두 참여할 예정이었던 수가협상 간담회에는 대한병원협회 이성규 회장, 대한치과의사협회 박태근 회장,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윤성찬 회장, 대한조산사협회 이순옥 회장 등 5개 의약단체장만이 참석했다.

대한의사협회 임현택 신임 회장은 전날부터 공단 측에 불참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기석 이사장 "재정수지 흑자에도 낙관적이지 않아…의협도 수가협상 참여해야"

이날 공단 정기석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최근 3년간 재정수지는 다행히 흑자지만 중장기 재정 전망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며 "빠르게 진행되는 저출산, 고령화로 생산 가능 인구는 감소하고, 저성장 기조로 보험료 수입 기반은 약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건강보험제도 개혁을 통해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왜곡된 의료전달체계 문제 등을 개선해 나가야 하는 상황임을 강조했다.

정 이사장은 "건강보험 재정관리자인 공단은 지속 가능한 건강보험 운영을 위해 전 국민이 언제 어디서든 골든타임 내 진료를 제공받는 필수 의료 체계 구축과 의료 인프라 유지 및 수가 인상이 국민의 건강보험료 부담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리적인 균형점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공단은 지난해 도입한 5개의 수가 환산지수 조정 모형으로 산출한 값을 수가 밴드를 결정하는 재종소위에 제시해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수가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그는 "그동안 적용해 온 SGR 모형과 SGR 개선 모형, GDP 증가율 모형, MI 증가율 모형, GDPMI 연계 모형 등 5개의 모형이 준비돼 있다. 아울러 가입자와 공급자 간 상호 입장을 이해하는 자리도 마련해 건보공단의 핵심 가치인 소통과 배려에 기반한 수가 협상을 진행하고자 한다"고 약속했다.

정 이사장은 "오늘 수가협상 자리에 나오지 않은 의협 임현택 회장을 비롯한 의협 관계자들도 이번 달 말까지는 완료해야 하는 수가협상에 참여해 주시길 바라며, 궁극적으로 가입자, 공급자, 공단 모두 윈윈하는 금년도 수가 일정이 될 수 있도록 이해와 협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성규 병협 회장 "건보 누적준비금 약 28조원 달해…의료공급체계 개선에 활용"

병협 이성규 회장은 "이 자리가 정부의 보건의료정책 전반에 관해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것은 아니다. 다만 현재 국가적인 차원에서 향후 대한민국 의료공급체계의 방향성이 숙의되고 있다"며 "그 동안의 수가협상결과도 의료공급의 왜곡을 야기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만큼 올해의 수가 협상과 결정은 정부와 보험자의 정책 의지를 가늠할 수 있어 어느 해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공단은 보험자로서 재정의 안정과 적절한 의료서비스의 공급을 위해 가입자와 공급자의 의견을 상호 존중하에 조정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하지만 그동안의 협상은 지출억제와 가입자 부담 완화에 초점을 맞춰왔던 것이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부터라도 공단이 의료공급의 왜곡을 개선하기 위해 좀더 균형있는 협상에 임해주실 것을 당부한다"며 "작년말 기준 건강보험재정은 그간 공단의 예측이나 우려와 달리 계속된 흑자로 누적준비금이 약 28조 원에 이른다. 공단은 올해 협상을 필수의료인프라 등 의료공급체계 개선을 위한 적기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모든 국민이 제때 치료받고 건강한 삶을 누리는 것은 건강보험제도가 존재하는 이유이며 가입자를 위한 최우선 가치"라며 "이를 실현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건은 의료공급망을 유지하는 것이다. 병원계는 지금의 위태로운 의료공급망을 복원하기 위해 가입자 이해와 전향적인 재정 활용에 관해 공단의 역할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고 이야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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