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화. 국립중앙의료원 피부과 전공의 정원 1명→2명 논란
의대 과정은 힘들기로 악명이 높다. 상상을 초월하는 공부량에 더해 학생 간의 경쟁이 장난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사 국가고시 합격률은 90%이상을 넘나든다. 남들 하는 만큼만 하면 몇 년이 더 걸리더라도 90%의 확률로 의사가 된다는 뜻이다. 또 어느 정도 상대 평가가 적용되는 만큼 공부량이 좀 많더라도 다 같이 단합해 적당히 하면 되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이 어설픈 단합은 전공의 선발과정에서 무너진다. 의사는 1년의 인턴 수련을 마치고 전공과목을 결정하는데 이 과정에서 인생을 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 이 경쟁에서 우열을 가릴 수 있는 가장 큰 수단이 성적이므로, 내가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앞서있어야 비교 우위에 서서 내가 하고 싶은 과목을 고를 우선 권한이 생긴다.
'피안성', '정재영'으로 대표되는 인기 과목들은 몇 가지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그 중 가장 큰 공통점은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의료과목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런데 전공과목 수련은 대부분 대형병원에서 하고 대형병원의 역할은 생명과 직결된 위중한 질병들을 주로 치료하는 것이므로, 필수의료과목의 인력 비중이 높고 비필수 의료 과목의 인력 비중은 낮다. 필수의료과목에 대한 중요성을 병원도 알고 학회도 알고 보건복지부도 알기 때문에 이 구조는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 그러니 인기 과목의 입구는 안타깝게도 점점 더 좁아진다.
예를 들면 삼성의료원의 경우 2021년 116명의 전공의를 선발하는데, 내과 23명, 외과 12명, 산부인과 6명, 소아과가 8명인 반면 피부과는 2명, 안과는 3명, 재활의학과 2명, 성형외과 3명에 불과하다.
최상위권의 성적으로 의대에 입학해 그 안에서 또 최상위권에 들어야 피안성 정재영을 선택할 자격이 생긴다는 뜻이다. 그래서 의대생들은 입학 때부터 말 그대로 지옥의 레이스를 시작한다. 내가 어떤 과목을 하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최대한 상위권에 들어야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등 떠밀려 원하지 않는 과를 선택하는 것만큼은 막고 싶은 것이 당연하다. 친구가 3시간을 자고 공부를 하면 나는 2시간을 자고 공부를 해야 그 선택권을 받을 수 있다.
이 입구를 조금이라도 넓히고 인력을 확보하려고 각 병원의 과장들은 학회 내에서 필사적인 경쟁을 벌인다. 하지만 수련 환경을 갖추고 학회 내에서 치열한 심사를 거쳐 겨우 TO를 따내더라도 보건복지부가 번번이 거절하거나 오히려 삭감하기 일쑤다. 그렇게 인기과목의 TO를 늘리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로 여겨진다.
그런데 올해 아주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공공의료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국립중앙의료원의 피부과 정원이 1명에서 2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외과가 3명, 산부인과가 1명, 심지어 소아청소년과 모집인원은 0명인데, 공공의료와도 코로나19 의료와도 무관한 피부과의 정원이 학회 증원 신청도 없이 한명이 늘어나 2명이 되는 기적이 일어났다. 작년에 한국 최고 대형 병원이라 할 수 있는 서울아산병원 피부과 정원은 3명에서 2명으로 줄어 서울아산병원, 삼성의료원과 국립중앙의료원의 피부과 정원이 같아졌다. 정말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대한피부과학회가 이를 신청한 적도 없었기 때문에 증원의 이유에 대해 보건복지부에 문의를 했다. 보건복지부는 ‘학회 요청 정원을 자른 것도 아닌데 왜 왈가왈부 하느냐’는 식으로 대답했다고 한다.
의사로 살면서 의료계에서 신기한 일들을 참 많이 봐왔지만 최근 들어 듣지도 보지도, 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 기적 같은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 우연이 자꾸 반복되면 필연이라고 생각하는 건 나뿐일까. 부디 이런 기적 같은 기회가 정정당당하게 노력해 선택권을 얻은 후배에게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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