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남들 따라 창업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것이 필요하다"

[송년특집] 바이오 창업 경험자들이 말하는 창업 시 고민해야 하는 10가지①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바이오 분야가 미래를 이끌 핵신 산업으로 떠오르고 민간 투자가 확대되면서 창업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와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 발간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누적 국내 바이오 중소·벤처 창업기업 수는 3116곳으로, 매년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2000년 바이오 벤처기업 붐 이후 최근 바이오 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창업기업 증가 속도는 2000년대 중반에 비해 빨라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바이오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대학과 연구소, 병원 등 연구기관의 연구성과가 창업으로 이어지는 것이 중요한 만큼 여러 국가에서 바이오 창업 활성화와 창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막상 오랫동안 연구에 매진해온 과학자가 창업에 뛰어들어 다양한 분야의 인재를 채용하고, 투자를 이끌어내 자금을 모으며, 연구성과를 상업화로 이끌기는 쉽지 않다.

메디게이트뉴스는 2021년 시리즈 A 또는 시리즈 B 단계의 국내 유망 바이오 기업 CEO 인터뷰를 진행하며, 어떻게 창업을 하게 됐는지, 창업할때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는지, 바이오 창업을 생각하는 동료나 후배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들었다.

사업은 돈을 벌기 위한 것, 왜 사업을 하는지 사업모델은 무엇인지 고민 필수

연구자에서 사업가로 변모할 때 가장 먼저 필요한 것 중 하나는 비즈니스 마인드를 갖추는 것이다. 미국 조지아공과대학교(Georgia Institute of Technology) 교수인 멥스젠(Mepsgen) 김용태 대표는 "보통 교수는 연구 내용으로 돈을 버는데 큰 관심이 없다. 그러나 사업가가 되겠다면 해당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을 절대 잊으면 안 된다"면서 "기업이 먹고 살 수 있도록 지적재산권과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철저하게 준비하고 창업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태 대표는 모더나(Moderna)를 비롯 많은 바이오텍의 창업가인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로버트 랭거(Rober Langer) 교수에게 사업에 대해 처음 조언을 구했을 때 반대 의견을 들었다. 기술에 대한 아이디어만 있을 뿐 준비가 너무 돼 있지 않다는 이유였다. 왜 비즈니스를 하려고 하는가에 대한 답을 다시 찾은 뒤 랭거 교수를 찾아갔고 공동 창업을 하게 됐다.

연세대 생명공학과 교수인 씨케이바이오텍(CK Biotech) 최강열 대표도 비슷한 부분을 지적했다. 그는 "아카데미에서 시작되는 창업은 신약개발에서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 있다. 기초연구 및 혁신의 장점은 최대한 살리면서, 단기간에 확보하기 쉽지 않은 개발과 관련된 인력 충원 및 시스템 구축을 미리 구상해 실행에 옮겨야 한다"면서 "창업을 생각할 때 사전에 미리 미리 물질 및 사업화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의 구도를 그려, 병목이 되는 문제점을 사전에 이슈화해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제약사들이 실제로 어떻게 신약을 개발하고 있는지 각 단계를 이해해야

아주대 약대 교수인 노벨티 노빌리티(Novelty Nobility) 박상규 대표는 "많은 교수들이 창업을 하는 것은 역량이 되니까 하는거라 생각한다. 이에 더해 자신이 깊게 연구했던 분야이니만큼 막연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다. 그러나 현실적인 문제로 오면 깜짝 놀라게 된다"면서 "처음 항체 치료제를 개발하려고 마음 먹었을 때 단순히 연구용 수준에서 생산하는 것과 실제로 물질의 속성 등이 일정하게 나올 수 있도록 품질관리(QC)를 하는 것은 다르며, R&D라는 단어가 무섭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박상규 대표는 2000년대 후반부터 한국발명진흥회 기술평가위원으로 활동하며 회사가 어떤 기술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 실패사례와 성공사례를 계속 공부해왔다. 그는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실제로 단계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이 업계를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음에도 실제로 개발 후보물질을 확정하고 단계별로 돈이 투자되고 난 뒤 항상 예측하지 못하는 돈이 더 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사이언스가 아니라 현실에서 어떻게 돌아가고 다른 기업들이 어떻게 시행착오를 거치는지 알아야 한다. 시행착오를 줄이고 시간을 줄이는데 성공해 시장에 1~2년 더 빨리 출시할 수 있다면 회사 이익도 막대할 것이다"면서 "만약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아이템에 확신이 든다면 창업하기 전 실제로 치료제 개발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공부를 더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단국대 생명융합학과 교수인 알지노믹스(Rznomics) 이성욱 대표는 "연구만 해왔기 때문에 창업할 때 개발에 대해서는 모르고 경험도 없었다. 그래서 모르는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인력을 채용하는데 중점을 뒀다"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테크닉이 어떤 분야에 활용될 수 있는지, 경쟁력은 어떠한지 객관적으로 생각하고 모자란 부분에 대해 오픈 마인드로 끌어들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성욱 대표는 "물질이 아무리 좋아도 신약은 결국 제대로 잘 생산을 할 수 있는지, 임상 프로토콜을 잘 짤 수 있는지 등 여러 단계를 고려해야 한다"면서 "연구 기반 회사지만 개발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고 관련 전문가를 채용해 연구와 개발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서로 다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각자 배경을 이해해야 개발을 생각하며 연구하고, 반대로 연구를 생각하며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한계 알고 비판의 소리에 귀기울이며 직원들의 가능성 존중해야

강원대 의생명융합학부 교수인 에이프릴바이오(Aprilbio) 차상훈 대표는 에이프릴바이오 설립 이전에도 실험실 벤처를 운영한 경험이 있다. 차 대표는 첫번째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한 우물만 팔 것, 두번째로 연구와 사업은 전혀 다른 세상이라는 것을 인식할 것을 당부했다.

차상훈 대표는 "자신의 연구를 바탕으로 창업했을 때 연구에 대해 비판의 소리가 들려올 수 있다. 그 비판의 소리에 항상 귀를 기울어야 한다. 연구와 사업은 전혀 다른 분야이고 아무리 해당 연구의 전문가라도 사업적으로는 부족한 면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비판은 생각보다 정확할 때가 많다"면서 "바이오사업은 특히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항상 협력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양대 화학공학과 교수인 엑소스템텍(Exostemtech) 조용우 대표는 바이오 벤쳐의 가장 어려운 부분으로 의약품 개발에는 전문 인력 및 상당한 시간과 자금이 소요된다는 점을 꼽았다.

따라서 연구개발을 위한 핵심연구인력 확보에 적극적이어야 하고, 연구개발과 단계별 전략에 대해 자문을 받으며 논의할 수 있는 자문단 구성은 회사의 매우 큰 자산이 될 것이라 했다. 또한 초기 연구 개발 비 중 일부는 다양한 국가 연구비 지원 프로그램으로부터 지원받고, 벤쳐기업에 자금을 지원해 주는 기관 투자사로부터 투자를 받아 회사 경영과 연구개발을 위한 자금력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조용우 대표는 "가장 중요하게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벤처회사가 성공하기 위해 임직원 모두의 도전정신과 열정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면서 "회사는 직원들의 도전정신과 열정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기회와 환경을 제공하고, 직원의 가치와 가능성을 존중해 회사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고유한 기업문화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들 따라 창업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것이 필요하다

신경과 전문의로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창업에 뛰어든 일리아스 바이오로직스(ILIAS Biologics) 최철희 대표는 창업을 위해 자신만의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이미 있는 것을 가지고 하는 것은 창업이 아니다"면서 "창업은 없는 것에서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참조를 할 수 있지만 따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더불어 "창업은 절대 혼자서, 하나의 아이템만으로는 할 수 없다"면서 "전문가들은 자신의 전문성이 한계가 있다는 점을 항상 생각해야 하며,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좋은 파트너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온코크로스(ONCOCROSS) 김이랑 대표는 "창업은 정말 좋은 아이템을 들고 있는 경우에 하는 것이지 남들이 다 한다고 해서 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그러한 경험을 통해 배우는 것도 있겠지만 정말 힘든 시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이랑 대표는 혈액종양내과 전문의로 병원에서 환자를 진료하면서 동시에 인공지능(AI) 신약개발사를 설립했다. 그는 "(창업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일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모하게 뛰어들었던 부분도 있었다. 미리 창업을 해보신 분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시행착오를 줄여가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좀 더 빠르고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롱런하기 위해 창업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철학이 있어야

하플사이언스(HaplnScience) 최학배 대표는 중외제약, 중외제약과 일본 주가이제약의 합작사인 씨앤씨(C&C), 한국콜마 등 대형 제약회사에서 근무하며 개발, 연구, 마케팅, 글로벌사업 담당 임원과 대표이사 등을 역임하고 창업에 뛰어들었다.

최학배 대표는 "대형 제약사 대표로 있을 때는 잘 짜여진 조직에서 경영성과를 높이는데 치중했다면, 바이오벤처 창업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작업이라 스스로를 몰두하게 만드는 강력한 매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학배 대표는 "바이오 창업을 준비할 때 '창업을 통해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회사 경영의 사회적 의미는 무엇인가'와 같은 경영철학을 세우고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특히 장밋빛 청사진만을 바라보고 창업에 뛰어드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항상 최악의 시나리오도 준비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미토이뮨 테라퓨틱스(MitoImmune Therapeutics) 김순하 대표는 단순히 자신이 개발하는 것이 재밌다는 이유만으로 창업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김순하 대표는 LG화학(구 LG생명과학)에서 오랜기간 네크로시스(necrosis; 괴사)에 대해 연구하다 퇴사한 뒤 바이오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

김순하 대표는는 "무엇을 하겠다는 큰 그림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 안에 학문적으로도 시장 관점에서 보더라도 조금은 자신의 철학이 있어야 한다"면서 "회사를 만들고 1~2년 사업을 하다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20~30년 긴 호흡을 가지고 갈 수 있도록 나름대로의 철학을 가지고 창업을 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박도영 기자 ([email protected])더 건강한 사회를 위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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