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주당 평균 80시간 근무한다는데…외과는 92.8시간, 1년차 98.4시간 일해

전남대병원 박원주 교수 대한의학회지 발표, 전공의들 긴 근무와 열악한 식사환경으로 건강지표 악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전공의가 외과이거나 저연차일수록 건강 지표가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공의 1년차에서 2년차가 되는 시점이 고도비만 기준인 체질량지수(BMI)와 혈압, 간 기능 지표 등에서 모두 가장 안 좋은 지표를 보였다.

전공의들의 70.7%가 전공의법에서 정하고 있는 주당 80시간 이상을 일하고 있었는데 외과 평균 근무 시간은 92.8시간, 내과는 77.8시간이었다. 연차별로도 1년차 근무 시간은 98.4시간으로 66.3시간인 4년차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의료계는 전공의 트레이닝에 있어 양적인 변화도 중요하지만 질적인 수련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1년차에서 2년차로 넘어갈 때 가장 건강지표 나빠져

전남대 의과대학 박원주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오는 27일 대한의학회지(JKMS)를 통해 '4년간 전공의 수련기간 동안의 건강지표 변화' 연구를 공개할 예정이다. 

연구진은 2007년부터 2016년까지 457명의 남성 전공의들에 대한 건강지표를 분석했다. 여성 전공의들은 건강 상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임신과 출산 등으로 인해 연구 대상에서 제외됐다. 

전공의들은 연차와 전문과별로 분류됐는데 전문과는 외과(산부인과, 안과, 이비인후과, 비뇨기과, 정형외과, 일반외과 등), 내과(피부과, 응급의학, 내과, 신경과, 소아과, 재활의학), 임상지원과(핵의학, 병리학, 방사선 종양학, 마취과) 등 세 파트로 나눠졌다. 
 
사진=Changes in the Health Indicators of Hospital Medical Residents During the Four-Year Training Period in Korea, JKMS.

연구결과, 내과나 지원 파트 보단 외과 파트에서 건강지표가 나빴고 고연차보단 저연차에서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년차에서 2년차로 넘어가는 기간에 차이가 두드러졌다. 

BMI는 1년차에서 2년차가 될 때 0.62 ± 1.4나 차이를 보였지만 2년차에서 3년차, 3년차에서 4년차가 될 땐 −0.05 ± 1.4, 0.12 ± 1.3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외 수축기혈압(SBP)나 이완기혈압(DBP), 간 질환 지표에서도 1년차에서 2년차 때가 가장 큰 변화를 보였다. 

전문과목별로도 외과계가 내과나 지원 파트에 비해 BMI, 수축기혈압, 간질환 지표 등 모든 지표에서 건강상 불이익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의들의 흡연과 음주 비율도 1년차에서 2년차때가 가장 큰 상승폭을 보이다 4년차에서 하락했다. 

전공의 1년차 흡연율은 18.8%에서 2년차엔 21.0%로, 1년차 음주비율도 825%에서 2년차에 85.8%로 모두 상승했다. 

반면 2년차에서 3년차, 3년차에서 4년차엔 흡연과 음주 비율 모두 조금씩 하락하면서 4년차에 가장 적은 비율을 보였다. 
 
4년간의 전공의 수련기간 동안의 건강 지표 변화 비교. 사진=Changes in the Health Indicators of Hospital Medical Residents During the Four-Year Training Period in Korea, JKMS.

전공의 70.7%, 전공의법 시행에도 80시간 이상 노동…긴 근무·잦은 야근이 건강 악화시켜 

이 같은 건강지표의 변화는 근무 시간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조사됐다. 

참여자의 70.7%가 주당 80시간 이상을 일하고 있었는데 외과 평균 근무 시간은 92.8시간, 내과는 77.8시간이었다. 연차별로도 1년차 근무 시간은 98.4시간으로 66.3시간인 4년차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전문가들은 긴 근무 시간과 잦은 야간 근무가 적절한 수면 부족, 불충분한 운동 및 부적절한 식습관으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건강지표의 하락으로 귀결된다고 봤다. 

연구진은 "근무 시간과 야간 근무 횟수가 감소하고 수련 연차가 증가함에 따라 전공의들은 상대적으로 더 많은 운동 시간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며 "수련 초기 몇 년 동안 전공의들의 과중한 작업량을 분배하기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연구진은 "수술, 야간 근무 및 응급 환자 치료를 포함한 작업 환경의 특성상 외과 전공의는 불규칙한 식사 시간과 심야 간식과 같은 좋지 못한 식습관을 갖고 있었다"며 "긴 근무와 열악한 식사 환경으로 인해 외과가 다른 부서에 비해 건강지표 결과가 좋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전공의들의 심리적 요인과 과식습관 등 다른 변수를 고려하지 못했다"며 "전공의들의 우울증 유병률은 일반인들에 비해 높은 것으로 보고된다. 우울증과 스트레스는 BMI를 증가시키고 고혈압을 촉진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특히 여성이 이번 연구에 빠졌다는 점에서 향후 여성 전공의들을 위한 추가 연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 몰아주기 관행 지양하고 근로기준법 특례업종 규정 개선도 고려해야  
 
전남대 의과대학 박원주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이번 연구 주저자인 박원주 교수는 주변에서 수련을 받으며 급격히 비만이 되는 사례를 목격하게 되면서 객관적인 수치를 통해 전공의들의 어려움을 들여다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박 교수는 본지를 통해 "의과대학에 다닐 때는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던 친구선후배들이 전공의 수련을 받으면서 급격히 비만이 되는 것을 많이 목격했고 반대로 급격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오히려 체중이 감소한다는 주장도 있었다이에 객관적인 연구를 통해 전공의들의 어려움을 건강의 관점에서 평가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연구 과정에서 
많은 문헌을 고찰하면서 의사들이 환자들의 건강에는 관심이 많지만 정작 본인의사들의 건강엔 관심이 없었다는 것을 느꼈다. 환자와 국민의 건강도 좋지만 의사들우리 먼저 건강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강조했다. 

전공의들의 건강 악화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론 합리적인 업무분배와 필수의료 기피과들에 대한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이 요구됐다. 

박원주 교수는 "전공의법 시행으로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앞으로도
 전공의법을 다 함께 지켜 나가는 노력이 우선 필요하다"며 "예전처럼 과로를 의사의 덕목처럼 여기고 이를 강요할 수 없게 됐다. 신규 전공의들에게 병원 차원에서 일 몰아주기 관행을 지양하고 소프트 랜딩을 할 수 있도록 업무의 합리적 분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 교수는 "한편으론 전공의법으로 인해 풍선효과로 다른 스탭들에게 로딩이 전가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필요하다"며 "주 52시간 이상 근로시간 금지에 보건의료업이 해당되지 않는 특례업종인데 앞으로 병원이 근로기준법 예외규정에 계속 포함돼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끝으로 기피과가 돼 버린 필수 외과계에 대한 중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36시간 초과근무·생체리듬 반하는 수련의 연속…전문과별 정책 자체 바꿔야 할 때

의료계는 이번 연구를 계기로 전공의 초과근무 문제 개선과 각 수련병원에서 전공의 건강검진을 정례화해 건강증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전협 여한솔 회장은 "전공의 시절 힘든 트레이닝 과정을 병원 내에서만 겪다보니 건강상 문제도 분명히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지표로 보니 더욱 와닿는다"며 "1~2년차엔 밤을 새는 날이 많았고 쉬는날에도 힘이 들어 운동을 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여 회장은 "전공의법으로 인해 수련시간이 80시간 내로 줄어들긴 했지만 이 역시도 여전히 일반 근로자에 비해 2배 넘는 시간으로 책정돼 있다"며 "실제 계측은 80시간이 넘어가는게 비일비재하다. 이와 더불어 36시간 초과근무와 같은 인간의 생체리듬과 반하는 수련 연속시간 또한 전공의 건강에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전공의 트레이닝에 있어 양적인 부분만 지적할 것이 아니라 질적인 부분을 더 집중해 수련환경이 더 나아져야 한다"며 "각 병원에서 전공의 건강상태를 개선할 수 있는 여러 캠페인을 확대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대한외과학회 이우용 이사장은 "심각한 문제다. 힘든 업무이다 보니 사람도 부족하고 수술일정까지 겹치면 밥 먹을 시간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그러다 보니 생체리듬 자체가 불규칙하고 대우도 좋지 않다. 그런데 병원 월급은 비슷하다 보고 외과만의 메리트가 없다보니 같은 문제가 계속 반복되고 있다. 이젠 정부가 전문과별 정책 자체를 바꿔야 할 때"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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