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 '공공의료=건강보험 의료'…모든 의대는 공공의료 의사 양성기관, 공공의대 졸업생은 민간병원 근무 가능
"공공의대 설립 명분 약해…규제할 땐 공공·민간 구분 없고 혜택은 따로, 정부·의료계 대립만 계속"
이규식 원장, "공공보건의료기관 의료공백, 공공의료 아닌 정책의료로 해결해야"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정부가 문을 닫은 서남의대 정원을 이용해 국립공공의료대학원을 설립하겠다는 즉흥적인 정책을 내놨다. 이는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 의료인력 양성과 같은 백년대계의 일을 이렇게 우연한 사건에 의해 처리한다면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발전은 고사하고 문제를 더욱 꼬이게 할 뿐이다. ”
건강복지정책연구원 이규식 원장(연세대학교 보건행정학과 명예교수)은 11월 30일자 건정연 이슈페이퍼를 통해 정부의 공공의료대학원 정책에 쓴소리를 냈다.
그는 “서남의대 입학 정원은 1995년 설립 당시 조건에 따라 처리됐다면 큰 논란이 없었을 것이다. 전북 지역 안에서 이 정원을 다시 받았으면 무난했을 것이다”라며 “하지만 정부는 섣부른 논리로 공공의료대학원 설립에 뛰어들었고 불필요하게 정부와 의료계가 대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2022년부터 서남의대 입학정원 49명을 국립 공공의료대학원에서 선발하도록 했다. 이는 공공의료의 발전을 위해 의료취약지 보건지소 등의 공공보건의료기관에서 일할 인력을 확보한다는 명분을 밝혔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국립공공의료대학원 설립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부가 공공의료의 개념부터 명확히 설정할 필요가 있다”라며 “지금 현재 공공의료법 체제에서 공공의료는 건강보험 진료를 하는 모든 의료기관을 의미하며 민간의료기관도 공공의료의 생산자로 간주하고 있다”고 했다.
이 원장은 “현행법상 민간의료기관도 공공의료의 생산자가 된다. 공공의료대학원을 졸업한 의사를 민간의료기관에도 배치할 수 있다. 그러면 공공의료대학원의 필요성이 사라진다. 모든 의대는 공공의료를 생산하는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인력을 양성하는 기관이 된다"라며 "이에 따라 공공의료대학원은 역할이 모호하고 설립할 명분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현행 법상 공공의료, 건강보험 진료를 하는 모든 의료기관
이 원장은 “공공의료대학원 설립 명분이 타당하려면 법률이 정하는 공공의료의 정의와 공공의료대학원의 역할이 합치돼야 한다”라며 "정부가 에 나오는 공공의료의 정의를 먼저 지켜야 한다. 이에 따라 민간의료기관도 공공의료 생산자로 간주하는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 원장은 "우선 2012년에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이 보편적인 의료기관으로 개정됐지만 정부는 2000년에 처음 제정된 법률에 따른 관행에 따라 여전히 공공의료를 공공의료기관이 생산한 의료로 간주하고 있다"는 문제를 삼았다.
2000년 제정된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공보건의료는 공공보건의료기관에 의해 국민의 건강을 보호·증진하기 위해 행하는 모든 활동으로 정의했다. 공공보건의료기관은 국가·지방자치단체 기타 공공단체가 설립・운영하는 보건의료기관으로 정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한 보건의료기관은 보건소나 국립병원 등으로 명확하지만 공공단체는 별도 정의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공공단체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관으로 했다. 이는 지방공사 또는 지방공단, 한국보훈복지공단, 서울대병원, 국립대병원, 한국원자력연구소, 정부투자기관, 국립암센터, 대한적십자사, 국민건강보험공단, 산업재해보상보험 관리기구와 지정 법인으로 규정했다.
이 원장은 “만약 2000년에 제정된 법률이 현재도 효력을 발휘한다면 공공의료대학원을 설립할 법적 명분은 갖춘다. 정부는 2012년 이 법을 개정했지만 여전히 이전의 법을 적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당시 정부는 공공의료에 대한 정의를 공공보건의료기관이 생산한 의료에 한정하면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리고 2012년 이 법률을 개정했다. 개정된 법률에 따르면, 공공보건의료란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보건의료기관이 지역·계층·분야에 관계 없이 국민의 보편적인 의료이용을 보장하고 건강을 보호·증진하는 모든 활동으로 규정했다.
이 원장은 “개정된 법률에 따르면 국가, 지방자치단체에 보건의료기관을 추가했다. 민간의료기관도 공공의료의 생산자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공공의료의 정의로 국민의 보편적인 의료이용을 보장하고 건강을 보호·증진하는 모든 활동으로 규정하고 있다”라고 했다.
이 원장은 “법률상 공공의료의 정의에 따른다면 국민의 보편적인 의료이용은 건강보험에서 제공하는 의료를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다. 건강보험에서 제공하는 의료는 그 생산자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이거나 민간의료기관과 관계 없이 모두 공공의료로 간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의 의료체계와 유사한 일본은 공공의료라는 용어를 별도로 사용하지 않고, 의료계와 정부가 크게 대립하는 것을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공공의료=건강보험 의료'가 타당한 세 가지 이유
그는 정부에 의해 공공의료를 건강보험의료로 정의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세 가지 근거를 들었다.
첫째, 정부가 솔선해서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을 준수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정부가 법에 정의된 공공의료를 지키지 않고 관행적인 습관에 따라 공공보건의료기관이 생산한 의료만 공공의료로 간주하면 혼란이 계속 될 수 있다"라며 "진주의료원 폐원 사태에 이어 공공의료대학원은 공공의료에 대한 정의를 법에 규정한 대로 따르지 않아서 생긴 혼란"이라고 했다 .
둘째, 건강보험사업은 정부가 국민건강보험법을 토대로 강제로 전국민에게 적용하는 사업이라는 데 있다고 했다. 이 원장은 "정부는 원칙적으로 건강보험공단을 앞세워 재정을 강제로 조달할 뿐만 아니라 의료공급도 해야 한다. 그러나 건보공단이 의료공급까지 맡으려면 너무 업무가 많고 효율성도 떨어진다. 민간이라고 차별하는 것은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셋째, 건강보험의 요양기관으로 지정된 모든 의료기관을 공공의료기관과 동일하게 취급해야 정부가 의료정책을 추진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이 원장은 "정부가 의료기관에 대해 규제할 때는 공공과 민간의료기관 구분 없이 하고 있다. 하지만 혜택을 줄 때는 공공과 민간의료기관을 구분해서 차별 대우를 한다면 정부가 수립하는 의료정책의 집행이나 의료체계의 개편과 같은 정책에 민간기관의 순응을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공공보건의료기관은 정책의료로 제시해야
이 원장은 "공공의료의 정의를 공적재정에 의해 생산되는 의료로 정의하고, 민간의료기관도 공공의료의 생산자로 간주해도 공공보건의료기관의 중요성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에 따라 이 원장은 공공의료의 대안을 '정책의료'로 내걸었다.
이 원장은 "공공의료는 건강보험 의료이기 때문에 공공보건의료기관이 생산하는 의료는 공공의료보다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의료로 간주해야 한다. 이에 따라 정책의료로 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원장은 "정부가 보건지소의 공보의나 공공보건의료기관의 의사 인력 등의 원활한 확보를 위해 공공의료대학원을 설립하려는 의도는 이해된다. 49명의 정원을 갖는 별도의 국립대학 하나를 설립한다고 근본적인 대안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공공의료대학원 졸업생을 의무적으로 공보의 근무를 시키거나 지방의 공공병원에 배치시켜 의무 복무기간을 두는 정책은 그들의 근무 인센티브 등을 고려할 때 바람직하지도 못한다. 결국 지방에 설립된 공공보건의료기관의 의사 인력확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이 원장은 "전국민의료보장제도를 갖고 있어도 민간의료기관이 중심이 되다보니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서비스는 공급하기 어렵다. 건강보험의료를 공공의료로 정의해도 국민들의 의료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라며 "공공보건의료기관은 이와 같은 의료공백을 없애주는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공공의료의 정의와는 무관하게 반드시 발전시켜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먼저 정책의료를 생산할 공공보건의료기관이 먼저 어떠한 역할을 부여할 것인지를 정립해야 한다. 이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인력은 어떠한 내용의 훈련 과정으로 양성하고 양성된 인력의 관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마스터 플랜 수립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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