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드름약 밤 9시까지 배달 가능" 도넘은 비대면진료 플랫폼 의료광고, 법으로 규제한다

[2022 국감] ‘모든 인터넷 매체’로 의료광고 심의 확대 법안 3건 상임위 계류 중…복지부도 필요성 인정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불법 의료광고가 올해 국정감사에서 화두에 오르면서 국회에 발의된 의료광고 사전심의 대상을 확대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관심을 받고 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남인순, 고영인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3건의 의료광고 심의 대상 확대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인 가운데, 복지부도 국감 동안 해당 법안에 적극적인 참여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법안의 필요성을 인정하며 대한의사협회 등 자율심의기구에 참여 중인 의료계는 인터넷 매체 전체로 의료광고 심의를 확대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비대면 진료 플랫폼 등 산업계는 의료광고 확대가 맹목적인 플랫폼 신산업 규제라며 의사회의 사전심의 권한만 확대할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본격적인 의료계와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 간의 갈등이 터져 나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 도 넘은 불법 ‘의료광고’…제도 사각지대 악용해 법망 빠져나가

25일 국회와 의료계에 따르면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30여 곳 가까이 늘어난 비대면 진료 서비스 플랫폼의 난립으로 의료법과 약사법 등을 위반해 부작용을 일으키는 사례들이 도마 위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닥터나우를 이용해 전문 여드름약인 ‘이소티논’을 비대면으로만 총 1만 2400건 처방한 전북의 A병원 사례를 공개했다. A병원의 처방 건수는 이소티논의 비대면 처방 전체 건수의 약 97%에 달하는 숫자였으며, 해당 병원은 비급여로 처방해야 할 전문 여드름약을 급여 처방해 총 3억 234만원을 부당 청구해 이득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신현영 의원실

문제는 닥터나우가 이 과정에서 SNS를 통해 "매번 가서 처방받는 여드름약, 이제 앱으로 쉽게 받으세요", "여드름약 밤 9시까지 배달 가능해요" 등의 문구를 이용해 해당 업체 진료를 적극 홍보했다는 점이다. 

특히 닥터나우는 전문 의약품의 대중매체 광고를 허용하지 않는 약사법의 법망을 빠져나가기 위해 해당 약품의 이름인 ‘이소티논’을 ‘이스디논’으로 교묘하게 바꾼 사실도 드러났다.

현재 의료광고는 대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등 사전 자율심의기구를 통해 심의를 받아야 하지만 코로나19를 틈타 우후죽순 생겨난 비대면 진료 앱들은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심의 없이 광고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현행 의료법에 따라 인터넷뉴스 서비스나 방송사의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제외한 인터넷 매체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의료광고는 직전 3개월간 일일 평균 이용자 수가 10만명 이상인 경우에만 사전심의를 대상에 올라 사전심의가 진행하고 있지만, 비대면 진료 앱 등 의료광고 앱들이 방문객이 10만 명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법망을 빠져나가고 있다.

‘모든 인터넷 매체’로 사전심의 대상 확대‧모니터링 강화하는 의료법 개정안 3건 발의
 

제21대 국회는 일찍이 이러한 문제를 예상하고 의료광고 사전심의 대상을 모든 인터넷 매체로 확대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산업계의 반대 등에 부딪혀 상임위에 계류 중인 상태다. 

현재 발의된 관련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고영인, 김성주, 남인순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3건의 의료법 개정안으로 내용은 다소 상이하나 골자는 같다.

먼저 김성주, 남인순 의원안에는 현행 의료법에 인터넷 매체나 SNS에 ‘전년도 말 기준 직전 3개월간 일일 평균 이용자 수 10만명 이상’ 규정을 삭제해 모든 인터넷 매체를 사전심의 대상으로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남인순 의원은 “‘전년도 이용자 수 일일 평균 10만명 이상’ 이용자 수 기준의 정확한 집계가 어렵고, 전년도 수치를 기준으로 하는 한계성으로 신설 매체의 경우 적용이 불가능한 점을 고려해 이 같은 제한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영인, 김성주 의원안에는 인터넷 의료광고 모니터링 업무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에 위탁해 온라인 의료광고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도록 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김성주 의원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광고대행업자가 불법 의료광고를 제작‧게시하도록 유인‧알선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넣어 형사처벌의 근거를 명시하고, 자율심의기구에 대한 관리와 감독 조항 및 심의 건수 대비 20% 이상의 의료광고를 모니터링 하도록 의무량을 규정하는 조항을 추가했다.

특히 김성주 의원은 복지부가 자율심의기구에 자료 제공 및 협조를 요청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자율심의기구가 자료 제출 요청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거나 고의·중과실로 잘못된 심의·모니터링을 수행한 경우, 1년 이내 업무정지 또는 이를 갈음하는 1억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근거를 신설했다.

야당 의원들은 비대면 진료 플랫폼 등의 도 넘은 의료광고 실태에 문제를 제기하며,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관련 법안의 조속한 통과 등을 촉구했다.

의료계 ‘현행법 위반 행태 심각, 적극 찬성’ vs 산업계 ‘신산업 규제, 적극 반대’
 
지난 17일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치과의사협회가 함께한 올바른 플랫폼 정책연대 출범식

국회 입법조사처도 3건의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공감을 표하며 법안 개정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홍현선 국회 입법조사처 수석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를 통해 “현재 의료광고 전문 앱 등 다양한 형태의 온라인 광고매체가 등장하고 있고, 매체의 특성상 온라인 의료광고는 국민건강에 미치는 영향력과 파급력이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시행령에서 규정하는 사전심의 대상 기준은 그 한계가 분명하므로, 사전심의 대상 온라인 매체를 확대하려는 개정안의 입법 취지에 공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홍 수석전문위원은 인터넷 의료광고 모니터링 업무의 위탁에 대해서도 “온라인 의료광고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인정할 수 있다”며 모니터링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에 찬성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등 의료광고 자율심의기구에 참여하는 의료계도 의료광고 심의대상을 ‘모든 인터넷 매체’로 확대하는 데 대해 적극 찬성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난립으로 의료법과 약사법 위반 사례가 증가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식에서다.

다만 자율심의기구에 심의 건수 대비 20%라고 모니터링 건수를 지정하고 이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시정명령, 업무정지 처분이나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는 것은 자율심의기구의 자율성을 심각히 침해한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3개 단체는 의견서를 통해 “자율심의기구는 그동안 현실적인 여건 등에 맞춰 불법의료광고에 대한 이해 제고와 계도를 목적으로 자율적으로 실시해왔다”며 “다른 기관에 모니터링 업무를 위탁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은 기존 자율심의기구의 모니터링 업무와 중복될 수 있어 불필요한 국가 예산을 낭비할 소지가 있다”며 반대했다.
 
사진=닥터나우

하지만 산업계는 ‘모든 인터넷 매체’로 의료광고 심의 대상을 확대하는 규정 자체에 정면으로 반대하고 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의료광고 자율심의 대상을 확대하는 개정안은 의사회의 사전심의 권한만 확대시키는 맹목적인 플랫폼 신산업 규제이며, 소규모 병원의 사전심의 수수료 부담으로 인해 돈 많은 대형병원만 광고가 가능해지는 불공정 시장 경쟁을 심화하고, 의료법과 보건복지부 해석을 초과하거나 모호하고 자의적인 의료광고 자율심의기준으로 인해 의료소비자의 알 권리를 저해하는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에 따르면 실제로 의료정보 앱의 70%가 3인 이하의 의사가 있는 소규모 병원이다. 현재 소규모 병원의 의료광고 당 평균 한 달 광고비는 20만원이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의료광고 심의까지 소요되는 시간도 한 달로 늘어나고 심의 및 재심의 수수료도 50만~60만원으로 늘어나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비급여 진료 가격은 환자가 쉽게 알 수 있도록 공개돼야 하나 의사회 자율심의기준은 의료광고에 비급여 진료 가격 표시를 금지하고 있다. 또 의사회 자율심의기준은 의료광고에 있어 치료 전‧후 사진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있는데, 이는 일정 요건 하에 치료전후 사진 사용을 허용하는 보건복지부의 해석과는 상충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사회는 의료정보 플랫폼 게시판에 사용자가 자발적으로 작성한 치료경험담(후기)를 의료광고로 잘못 분류해 금지하고 있고, 의사회 자율심의기준은 ‘수술 없이’라는 표현을 다른 의료기관과 비교하는 표현이라는 이유로 금지하고 있어,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보다 어렵다고 느끼는 ‘비수술적’이라는 한자어 표현으로 대체해야 한다”며 의사회의 모호하고 자의적인 심의 기준을 비판했다.

복지부 뒤늦게 관리 강화 필요성 '인정'…"신산업 육성 기조에 늑장 대응, 원격의료 골격부터 정해야"

야당의 적극적인 노력에도 관련 의료법이 진전을 이루지 못한 배경에는 규제 완화를 통해 신생 산업을 육성하려는 현 정부의 기조가 바탕에 깔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비대면 진료 확대를 공언해 왔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비대면 진료 혁신 스타트업 간담회’를 통해 닥터나우를 만나 비대면 진료 관련 규제 개혁 등을 통해 신산업에 힘을 실어주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은 "규제 혁신이 국가성장"이라며 바이오‧헬스케어 신산업 분야를 포함한 규제 혁신을 위한 ‘규제혁신전략회의’를 신설하고 대대적인 규제 완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야당 관계자는 “현 정부의 친 산업계, 규제 완화 분위기 속에 비대면 진료가 사실상 방치됐던 것이 사실”이라며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의료광고와 관련된 문제가 연이어 터지고 있지만 새로운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정부가 법안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진=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실제로 그간 복지부는 해당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의료광고심의위원회의 효율적 업무 수행 및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 가능성 등을 고려해 적정한 범위 설정이 필요하다며 신중 검토 입장을 취해왔다. 

하지만 올해 국정감사에서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의 도 넘은 행태가 연속으로 지적되면서 복지부도 뒤늦게 의료광고 관리 강화 필요성을 인정했다.

복지부는 국정감사 서면질의서를 통해 “비대면 진료 중개 플랫폼 등 온라인 매체에 게시되는 의료광고에 대한 관리 강화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의료광고 심의 대상 확대 및 의료광고 모니터링 강화 관련 의료법 개정안의 심의 과정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이에 대해 대한의료법학회 김장한 회장은 “우리나라는 현재 법적으로 원격의료가 금지돼 있다.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에 대한 가이드라인 없이 무작정 제도가 시행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며 “사실 비대면 진료 시행 전부터 이러한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이미 예견됐다. 정부는 코로나 기간 동안 직무를 유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라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비대면 진료의 순기능이 있기 때문에 제도 자체를 반대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그렇기에 하루 빨리 원격의료에 대한 큰 골격을 정해 관련 법을 비롯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 신산업에 기득권이 생기기 전에 이러한 조처가 이뤄졌어야 하나 정부가 이런 부분에서 역량 부족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비대면 진료 플랫폼은 장사를 위한 곳이 아니다. 따라서 의사들도 전문가로서 장삿속으로 비대면 진료를 이용해서는 안 된다. 그런 점에서 향후 비대면 진료 플랫폼에 대한 정부의 모니터링과 관리 감독이 필요하며, 법률 위반 업체는 퇴출시키는 등 확실한 페널티 제도도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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