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반발에도 3차 상대가치개편 의결…내년 1월부터 종별가산·내과계 입원료 가산 폐지

영상·검체 검사 가산제도 정비해 중증 입원·수술 등 필수의료 중심으로 수가 개선 의도…의료계 "한쪽의 희생만 일방적으로 강요"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의료계의 재정 순증 없는 개편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제3차 상대가치점수 개편을 강행했다.

3차 상대가치점수 개편은 이미 예고됐던대로 과보상된 영상·검체 검사 수가를 조정해 확보한 재정을 입원·수술 등 필수의료에 투입하고 인적 보상을 강화한다는 것이 골자지만, 의료계는 한 쪽의 희생만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시스템이라고 비판했다.

보건복지부가 21일 2023년 제17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제3차 상대가치 개편 세부추진방안 등을 의결했다.

종별가산·내과계·8세 미만 소아환자·정신질환자 입원료 가산 정비해…외과계·입원료 보상

이날 가장 관심을 끌었던 것은 3차 상대가치 개편안이 과연 의결될 것인지 여부였다. 

복지부는 이번 상대가치 개편안에 대해 "제3차 상대가치 개편을 통해 의료 환경과 진료행태 변화 등으로 도입 취지가 약화된 의료기관의 가산제도를 정비하고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분야의 수가 불균형을 조정한다"고 설명했다.

2001년에 건강보험에 도입된 상대가치점수는 진료비를 합리적으로 지급하기 위하여 의료인력 투입, 시설·장비 운영, 재료 소모, 위험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비교 가능한 점수로 나타낸 것으로 우리나라 수가체계의 기본 바탕을 이루고 있다.

복지부는 "2008년과 2017년 두 차례에 걸친 대규모 개편으로 불균형을 일부 해소했으나, 여전히 존재하는 상대가치점수의 불균형으로 인해 인적자원 비중이 높은 수술과 입원 분야 등의 필수의료 서비스 공급 불균형을 초래하고 의료인력 확충에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따라서 이번 3차 개편을 통해 현재 상급종합병원 30%, 종합병원 25%, 병원 20%, 의원 15%로 적용되고 있는 요양기관 종별가산제도와 내과계질환자·8세 미만 소아환자·정신질환자 입원료 30% 가산제도를 대폭 정비해 의료기관 기능과 운영목적에 맞도록 보상체계를 개편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행위 유형별로 종별가산제도를 다르게 적용해 수술·처치 분야의 보상 수준을 높이고, 과보상되고 있다고 평가되는 검체·영상검사 분야 보상을 하향한다. 이렇게 확보된 재정은 저평가된 복강경·흉강경 등 내시경 수술 수가를 인상하는 데 쓰인다.

또 내과계질환자·정신질환자 가산제도를 폐지해 내과 관련 진료과목 내 저평가된 의료 수가인상에 활용하고, 정신질환자의 급성기 증상 악화 예방을 위한 폐쇄병동 병상 수가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의료계 및 관련 학회,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입원환자의 안전과 입원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입원료 관련 보상을 강화하는 개편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에 의료기관이 입원환자를 담당하는 인력배치를 늘릴수록 보상을 강화하고, 중환자실 입원료는 전담전문의 및 간호인력이 담당하는 환자 수가 적을수록 수가를 높게 차등해 보상한다. 

집중치료실과 일반병동 입원료도 간호인력의 배치 비율을 높일수록 수가를 차등할 예정이다.

추가로 복지부는 감염병 환자의 격리 치료에 사용되는 격리실, 조혈모세포 이식치료 등에 이용되는 무균치료실 등 특수 목적으로 환자가 입원하는 병상은 입원 진료에 필수적이므로 입원료를 인상해, 특수병상 유지와 확충을 유도할 계획이다.

이번 개편에 따른 상대가치점수는 2023년 4분기 중 건강보험 행위 목록 등의 개정을 거쳐 2024년 1월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복지부는 "이번 3차 상대가치 개편은 행위별 수가 지불제도와 연동되어 양적 보상에 집중된 기존의 제도를 정비하여 중증 수술·입원 등의 수가를 개선함으로써, 필수의료 확충에 기여하고 건강보험 체계를 효율화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후 상대가치점수 검토 주기를 단축하고 의료기관에서 확보한 비용 자료를 바탕으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수가 결정 구조를 준비하여, 건강보험과 필수의료의 선순환이 이루질 수 있는 보상 구조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원가 이하 수가 정상화 대신 의료계 한쪽 희생 강요…"예산 핑계로 재정 순증 없어" 비판

하지만 의료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앞서 대한의사협회는 이번 제3차 상대가치점수 개편에 꾸준히 저평가된 의원급 의료기관 진찰료 인상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개편안 구성 과정에서도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 없이 진행됐다며 우려를 표한 바 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 역시 "이번 개편은 의원급 의료기관 수가에 대한 내용은 없고, 병원급 의료기관 수가 조정만 다뤄졌다. 이런 점수 조정조차도 병원급에 불리한 내용이 있어 의료계의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며 "한마디로 3차 상대가치점수 개편 방안은 근본적인 대책이 없이 윗돌 빼서 아랫돌 괴고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수준의 미봉책에 불과하다. 이런 식으로 한쪽의 희생만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시스템은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종별 가산의 대대적 폐지와 개편, 검체 및 영상 분야의 종별 가산 폐지와 내과, 소아청소년과, 정신건강의학과의 입원료 가산 폐지 또는 개편으로 추가 재정을 확보해 외과계 및 입원료 보상 강화에 활용하겠다는 것은 정부가 근본적으로 저수가를 개선시킬 의지나 계획이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고 꼬집었다.

그는 "종별 저수가 구조의 원인 분석 없이 일률적으로 검체 및 영상 분야 종별 가산을 폐지한다는 정책 방향은 오히려 저수가 구조를 더욱 고착화 시킬 우려가 있다"며 "정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추가로 마련되는 재원을 외과계 및 입원료 보상 강화에 사용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의료계 갈등의 골만 깊어지리라 생각된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의료계가 저수가 진찰료 문제를 지속적으로 지적하고 진찰료 인상을 요구했음에도 이를 외면하고 있는 점에 우려를 제기했다.

김 회장은 "의료기관의 생존을 위해서는 원가 이하의 수가를 모두 원가 이상으로 정상화해야 하고, 정상적인 수가가 국민의 건강권을 보호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예산 부담을 핑계로 의료계와의 충분한 논의 및 협의 없이 금번 3차 상대가치 개편안을 밀어붙이며 정상화를 막고 있다"며 "상대가치 개편의 기본적 전제인 재정 순증이 없는 금번 3차 상대가치 개편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명하며, 잘못된 개편안을 반대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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