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출신 민주당 지역구 차지호 당선인 “의대 증원 정책 실패 이유…미래 의료기술 변화 예측 못해”

[특별인터뷰] ”의료기술 발달로 전혀 다른 의료생태계 예상…AI에 공공성 접목해 기존 의료환경 대비 효과 고민해야“

의사 출신 22대 총선 당선인 특별인터뷰
 
의정 갈등으로 어느 때보다 의료계의 관심이 높았던 22대 총선에서 의사 출신 국회의원 8명이 당선됐다. 지역구에 출마한 주요 후보들 중에는 국민의힘 안철수(경기 성남시 분당갑)∙서명옥 후보(서울 강남갑), 더불어민주당 차지호 후보(경기 오산시) 등 3명이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비례대표 당선인은 5명으로, 국민의힘 비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에선 인요한 후보(비례 8번), 한지아 후보(비례 11번)가 예상대로 당선됐다. 조국혁신당에서는 김선민 후보(비례 5번)가 국회에 입성했다. 개혁신당 소속 이주영 후보(비례 1번)도 의사 출신 당선자로 이름을 올렸고 관심을 모았던 더불어민주연합 김윤 후보(비례 12번)도 국회 입성이 확정됐다.
 
메디게이트뉴스는 의사 출신으로 국회 입성하게 된 당선인들을 만나 의료 현안에 대한 의견과 향후 의정 활동 계획을 들어본다.
 
경기 오산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차지호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이번 4.10 총선에서 경기 오산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차지호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의사이자 미래학자로서 윤석열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시도에 대해 '실패한 미래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미래 의료 환경과 기술의 발달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터무니 없는 의사 수 추계라는 것이다. 그는 체계적 분석없이 2000명이라는 증원 규모가 나왔다는 점도 강조했다.
 
특히 차 당선인은 인공지능(AI) 기술 발달이 미래 의료 환경의 ‘게임체인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기술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과 10~20년 후면 의사와 AI가 함께 진료를 보는 새로운 의료 시스템이 도래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의대 졸업하고 난민학 전공한 인도주의 미래 글로벌헬스 전문가
 
우선 차지호 당선인은 의사 출신이지만 이력이 좀 특이하다.
 
동아의대를 졸업하고 곧바로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난민학 석사를 취득하고 박사학위는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에서 국제보건학으로 학위를 땄다. 공중보건의 시절 하나원에서 탈북자들의 건강을 돌보며 인도주의적인 글로벌 헬스 분야와 미래학에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그는 사회적 약자들과도 끊임없이 소통해왔다. 의사 사회활동가로서 국경없는의사회 등 인도주의 활동에 주력하며 2005년 파키스탄과 인도네시아에 큰 지진이 났을 때 긴급구호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후 그는 영국으로 건너가 맨체스터대학에서 인도주의학 교수, 한국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특히 카이스트에서 교수로 재직하면서는 디지털 전환이 가져올 미래 기술 경쟁 시대의 패러다임 변화에 가장 많은 관심을 쏟았다. 의료 분야에서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인해 완전히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게 차 당선인의 생각이다.
 
그는 "AI 발전 속도가 어마어마하다. 개별 진단이나 치료 가이드를 제공하면서 의사들이 AI와 함께 일하는 시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의료 분야에서도 AI의 도움으로 의사 1명이 진료할 수 있는 폭 자체가 넓어질 가능성이 높다. 의료AI 분야를 산업화 측면을 넘어 필수의료나 공공의료 분야에서도 잘 접목시킬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늘어난 정원 의사되는 15년 뒤 AI 기술발달로 다른 의료 생태계 예상
 
이렇듯 차지호 당선인은 미래 의료 환경과 의료 기술 발전에 따른 변화에 긍정적인 편이지만,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의대정원 정책에 대해선 매우 회의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
 
최소 15~20년 뒤 증원된 의사들이 사회에 배출될 미래엔 기술 발전으로 인해 현재와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져 증원이 무의미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차 당선인은 "미래학자 관점에서 봤을 때 의대정원 증원 시도는 실패한 미래 정책으로 남을 것이라고 본다"며 "다른 것 보다도 의대에 입학한 이들이 의사로 배출되는 최소 15년에서 20년 뒤엔 의료 AI 등 기술 발달로 전혀 다른 의료 환경이 펼쳐지게 되는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는 "10년 뒤엔 AI 기술이 의료 분야에서 상용화될 것이고 인구가 줄면서 이민자 사회로 변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이 어떤 방향의 의료시스템이 될 것인지에 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며 "지금 상황만을 보고 제대로 된 의사 수 추계 없이 의대정원을 늘리는 것은 신뢰성이 낮고 말이 되지 않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오히려 부족한 의료인력을 AI 등 기술이 대체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의사들이 기피하는 지역과 필수의료의 경우 의료 AI가 접목되면 적은 의료인력으로 많은 환자를 관리하는 시스템도 가능하다는 게 차 당선인의 견해다.
 
그는 "필수의료 상당 부분은 의사와 AI가 협업하면 비용효과적일 수 있다. 미래 의료 기술 발전을 감안해 다시 부족한 의료인력을 추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1명의 공학자가 여러 의사 보다 나은 시대 올 수도
 
의료와 과학의 접목과 관련해서도 차 당선인은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젠 의사 혹은 과학자, 공학자라는 이분법적 접근이 아닌 양쪽 백그라운드를 모두 갖고 있는 인재들을 길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같은 맥락에서 그는 카이스트 의학전문대학원도 찬성하는 입장이다.
 
차지호 당선인은 "1명의 공학자가 여러 의사 보다 더 많은 환자를 살릴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다. 그만큼 기술 발전이 중요하다. 앞으론 의사과학자, 의사공학자의 역할이 커지는 시대"라며 "의대냐, 이공계냐 등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임상과 공학적 백그라운드를 결합해야 하는 때"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카이스트에서 과학기술 기반으로 의학전문대학원을 세우는 것이 시대적 요구가 될 수 있다. AI나 디지털 기술 등 소양은 의료 분야에서 반드시 필요한 미래추세이고 원하든, 원치 않든 그런 방향으로 의료 환경이 흘러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지금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구글헬스케어가 한국 의료시장을 먼저 잠식하게 되는 상황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정부와 의료계는 AI에 공공성을 접목해 기존 전통 의사 그룹과 함께 어떻게 효과를 만들지 고민해야 한다. 아마 게임체인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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