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살린다더니 연쇄 폐업하는 '분만 산부인과'…"살인적 저수가부터 개선해야"

분만 의료사고 위험 등 열악한 진료환경 탓…최소 10~15%의 제왕절개 포괄수가제 비용인상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지난해 9월 광주 지역 대표 산부인과 중 한 곳이 폐업한 이후 최근 전국 분만 건수 1위에 올랐던 수도권 분만병원이 폐업을 결정해 충격을 주고 있다.

의료계는 정부가 말로는 필수의료 강화를 외치면서 실제 현실을 외면한 채 살인적인 저수가 정책을 밀어 붙이고 있다며 분만 인프라의 체질을 개선할 정도의 수가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4일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정부의 포괄수가제 정책을 비판하며 이같이 밝혔다.

실제로 지난 2일 보건복지부는 분만을 할 수 있는 산부인과가 10년간 34% 줄어 전국 463곳이 됐고, 특히 의원급 산부인과는 2013년 409개에서 2023년 195개로 감소돼 전국 시군구 250곳 중 22곳이 산부인과 조차 없다는 통계자료를 발표했다.

산부인과가 없는 시·군은 22곳, 산부인과는 있어도 분만실이 없는 시·군·구는 50곳으로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250곳 중 72곳(28.8%)에 분만실이 하나도 없는 것이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산부인과 의사들은 어려운 진료 현실에도 불구하고 산모 및 태아, 여성 건강의 최일선에서 최선을 다해 진료를 해왔다고 자부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포괄수가제 원가 산정이라는 연구 과정 속에서 얼마나 정부가 산부인과 현실에 대하여 무관심하고 살인적인 저수가 정책을 밀어 붙이고 있는지 다시금 확인하게 됐다"고 밝혔다.

의사회는 "의료 공급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어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할 정부는 그 책임을 방기한 채 일방적으로 산부인과 의사들에게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의사회는 "최근 불가항력적인 분만 의료사고에 12억원의 배상판결이 나왔고, 산부인과는 소송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의료 소송과 살인적인 저수가 등 열악한 진료 환경을 만든 책임은 도대체 누구에게 있는 것인가"라며 "우리 산부인과는 현재 너무 무기력하고 암울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복지부는 지난 1일 서울 드래곤시티호텔에서 정부의 안이한 필수의료 정책에 대한 발표에서 "분만 수가를 올렸더니 산부인과 교수들이 병원에서 탈출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단순히 건강보험에 의지해 의료개혁이 가능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들이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산부인과의사회는 "대학병원 산과 의사들의 근무환경 악화가 근본적인 원인임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인식을 하고 있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전공의도 없는 현재 상황에서 고위험 산모와 야간당직 등 무리한 업무를 강행해야 하는 상황을 견디지 못하는 것이며, 이러한 상황을 만든 것은 정부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정말로 분만 인프라 붕괴를 막고 싶다면 사고 전환과 태도의 전환이 필요하며,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면 분만 인프라 붕괴는 가속화 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이에 산부인과의사회는 현 제왕절개 포괄수가제 비용을 지난 4년간 물가상승률 12.8%와 인건비 상승률을 고려해 최소 10~15%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서울과 광역시가 제외된 지역가산제도 또한 실효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분만 산부인과는 지방뿐 아니라 수도권, 대도시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의사회는 "분만병원은 수도권에서도 폐업이 나오고 있을 정도로 수도권, 대도시에서도 분만 인프라가 붕괴되고 있다"며 "지역의 차등이 없는 지원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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