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복부 초음파, 복지부의 말바꾸기…예비급여 비율·방사선사 검사 합의한 적 없어"

비대위에 최종 결정 위임, 복지부가 일방적으로 고시 발표…재정 증가·6개월 뒤 삭감도 우려

▲간 초음파검사 장면. 사진=Radiologyinfo.org 홈페이지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상복부 초음파 협의체에 참석했던 의료계 관계자들은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 당선인과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를 반박하면서 내놓은 보건복지부의 입장이 그동안 논의해왔던 과정과 다르다고 재반박했다. 

이들은 “협의체는 본인부담률 80%의 예비급여 비율과 기준을 합의하지 않았다”라며 “예비급여 최종 논의는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협상을 총괄하는 의협 비상대책위원회에 넘기라고 했지만, 복지부가 이를 지키지 않고 일방적으로 고시를 내버렸다”고 했다. 

또한 이들은 “의료계는 의사의 실시간 지도하에 방사선사 초음파검사의 보험급여 적용을 허용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라며 "복지부가 유권해석을 이유로 사실상 방사선사협회의 편을 들어준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최대집 당선인은 4월초 복지부가 4월 1일자로 발표한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의 고시를 효력정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를 복지부의 문재인 케어 강행이라고 보고 4월 22·27·29일 사이에 의료계 집단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최 당선인은 방사선사의 초음파 검사를 무면허 검사로 보고, 무면허 초음파 검사 신고센터를 설치하기로 했다.  

①본인부담률 80%의 예비급여, 합의한 적이 없다  

31일 1~3월 4차례의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 협의체에 참여했던 의료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협의체는 본인부담률 80%의 예비급여 조항을 합의하지 않았다. 협의체는 복지부와 의협 비대위, 대한병원협회 외에도 9개의 학회, 3개의 의사회 등으로 구성됐다.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는 복통, 황달 등 상복부 질환(간경화, 지방간, 췌장염 등)이 의심되는 증상이 있어 초음파 검사를 시행한 경우 보험이 적용된다. 증상이 변화하거나 새로운 증상이 나타나 추가적 검사의 필요성이 있다면 이후 검사에도 보험이 적용된다. 

복지부는 “증상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의 반복 검사와 단순초음파는 의학적 필요성이 모호하다. 이 때는 몇 회를 하든 본인부담률 80%의 예비급여로 보험을 적용한다”라며 “검사 자체가 차단되거나 불법 비급여를 야기하는 경우를 방지해 뒀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만약 예비급여가 아니라 비급여로 두게 되면 모니터링이 어렵고, 가격도 기관별로 제각각"이라며 "환자 의료비 부담도 줄어들지 않는 문제가 있다”고 예비급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협의체에 참석했던 의료계 관계자 A씨는 “복지부가 처음에는 상복부 초음파 검사를 횟수의 제한 없이 급여화해줄 것처럼 말했다. 그러다가 자신들도 보험 재정이 우려된다며 중간에 말이 바뀌었다”라며 "그러면서 나온 것이 예비급여인데, 협의체에서 예비급여의 정확한 비율과 범위를 정하지 않았다”라고 했다.

그는 “복지부는 단순 이상이나 반복검사라면 예비급여로 둔다고 했다. 의료현장에서는 이를 급여로 빠져나갈 수 있는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라며 "복지부가 6개월동안 상복부 초음파 검사의 심사를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 이후라면 모두 삭감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②최종 결정은 비대위에 위임하기로 했지만 갑자기 고시가 발표됐다 

협의체는 복지부와 합의를 통해 수가를 산정한 것은 맞지만, 최종적인 결정 없이 서둘러 고시가 발표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문재인 케어와 관련한 의정협상을 진행하는 의협 비대위에 최종 결정을 위임하기로 했던 과정이 생략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복지부에 따르면 정부와 의료계는 2015년 수립한 2014-2018 건강보험 중기보장성 강화계획, 2016년 6월 건강보험정책심의원회 의결, 2017년 7월 보고 등을 통해 상복부 초음파검사 보험 적용을 국민들에게 이미 약속했다. 이를 위해 2016년 의료계와 공동으로 초음파 보험가격을 만들고 올해 보험 기준을 수립하는 등 의료계도 함께 준비한 사항이라고 했다. 

복지부는 “정부는 비대위 위원과 비대위에서 추천한 전문학회 위원 등이 참여하는 초음파 급여화 협의체를 4차례 운영했다. 세부 내용을 공유하고 전문가 의견을 최대한 수용하면서 협의 과정을 거쳤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협의체 관계자 A씨는 “급여화 회의가 4차례의 회의로 모두 끝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라며 “추가 논의가 필요한 것처럼 보였지만 갑자기 고시가 발표된 배경이 의아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 B씨는 “예비급여 고시 조항은 비대위에 최종 결정을 위임하자고 했다”라며 “하지만 복지부가 절차상 이를 무시하고 고시를 발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③의료계는 방사선사의 초음파검사 보험급여 적용을 합의해 준 적이 없다 

협의체는 방사선사의 초음파검사 보험급여 적용은 단 한 번도 합의해준 적이 없다고 했다. 급기야 대한임상초음파학회는 30일 "의료계가 방사선사의 초음파 검사를 합의한 것처럼 보이는 복지부 관계자의 발표는 심각한 사실왜곡”이라며 “이를 바로 잡아달라"며 복지부에 항의 공문을 보냈다.  

복지부는 방사선사가 의사와 동일한 공간에서 실시간 지도를 받으면서 초음파검사를 하는 것은 적법한 의료 행위라고 했다. 원래 상복부 초음파 검사는 '의사가 직접 실시한 경우'만 인정하기로 했으나, 기존의 유권해석상 인정되는 방사선사의 참여 범위를 고려해 일부 수정했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3월 23일 의료계의 관련 전문학회(내과, 영상의학과, 초음파의학과 등)와 대한방사선사협회가 참여한 자문회의를 개최해 의견을 수렴했다"라며 "이후에도 계속 조율해 고시를 수정했다”고 밝혔다.  

임상초음파학회는 “당시 간담회 자리에서 임상초음파학회와 개원내과의사회는 방사선사의 초음파 검사에 합의한 것이 아니다”라며 "의료계와 방사선사협회는 각자의 논리로 설명했다. 복지부는 의견수렴을 했을 뿐 아무런 합의 없이 끝났다”고 했다.  

특히 협의체는 복지부의 규정대로 의사와 방사선사가 1대 1로 초음파 영상을 동시에 보면서 실시간으로 지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협의체 B씨는 “초음파 검사수가에 의사의 행위료가 들어가 있어서 방사선사의 보험급여 적용 자체를 무효화해야 한다"라며 "또한 의사가 방사선사를 1대1로 지도를 한다면 추가 고용을 해야 하는데, 의사가 직접 검사하는 것이 낫다"고 했다.

그는 “복지부는 의료계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라며 "방사선사의 입장을 반영한 대신 실제로 초음파검사가 행해지는 현장의 관리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한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④상복부 초음파 행위량 늘어 예산 2400억원을 초과할 것이다 
자료=보건복지부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 예산은 2400억원이다. 하지만 협의체 관계자들은 일단 환자 입장에서 본인부담금이 저렴해져서 의료행위량 자체가 늘어날 수 있다고 봤다. 초음파검사의 관행가 대비 손해라고 판단하고 있는 상급종합병원 등을 위주로 행위량 증가로 연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A씨는 “상복부 초음파 검사의 급여화가 시작되면 행위량이 늘어나고 소요되는 보험 재정이 커질 수 있다”라며 "대형병원이나 대형 검진센터에서는 검사를 더 많이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예비급여의 검사가 늘어난다면 정부가 목표로 하는 건강보험 보장률은 더 낮아질 것“이라며 "의료계와 충분히 논의를 거치지 않은 만큼 잘못된 정책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임솔 기자 ([email protected])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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