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시 미어터지는 응급실 상황은 나 몰라라하고…응급실 환자 거부 금지법 통과라니

[만화로 보는 의료제도 칼럼] 배재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겸 만화가

#181화. 응급의료기관 환자 수용 의무화법 국회 본회의 통과 

응급 환자를 응급실에서 거부할 수 없는 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이 발의한 응급의료법 개정안에 따르면, 응급의료기관이 응급환자 등을 이송하는 자의 환자 수용 요청에 대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 또는 기피할 수 없도록 했다. 

우리나라는 환자의 진료를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하게 법으로 막아왔다. 환자가 의사에게 아무리 험한 말을 하고, 부당한 요구를 해도 의사는 환자의 진료를 거부하지 못한다. 그리고 이를 이용하는 환자들도 무척 많았다. 의사라면 누구나 ‘지금 진료 거부 하시는 건가요? 신고하겠습니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과거에 환자의 위협, 폭행 전력이 없거나 환자의 증상이 응급 상황이라면 의사는 환자를 반드시 진료해야 한다. 이를 거부할시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그리고 이제는 응급실에서 이송돼 온 환자를 거부할 수조차 없게 됐다. 중환자실이 없어도, 분과 응급 수술이 불가능해도 몇 가지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면 응급실은 일단 환자를 받아야 할 전망이다. 정부는 일단 어떻게든 의료기관에 책임을 지우고 환자를 밀어 넣으면 해결된다는 식의 발상이다. 그렇게 응급실로 들어간 환자의 수술이 늦어져서, 중환자실 입실이 늦어져서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은 오롯이 응급실 의료진들의 몫이 될 것이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지난 3일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부족한 응급자원으로 힘겹게 응급의료현장을 지켜온 응급의료진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고 좌절감과 절망을 안겨줬다”면서 “이 개정안이 응급환자의 이송시 수용곤란의 문제점과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고자 만들었다고 하지만, 이송지연의 근본원인은 간과하고 응급의료기관을 압박해 수치상의 개선을 꾀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제 응급의료법 시행령을 조율할 단계만 남아 있다. 정부가 부디 응급실 현장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올바른 응급의료체계가 정립되고 응급실 의료진들이 탈출하지 않을 수 있게 세심한 규칙을 정해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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