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 성범죄 수치에 의사 외에 한의사·치과의사·수의사 포함해놓고 의사들만 매도 "알지만 고의는 아니다?"

[만화로 보는 의료제도 칼럼] 배재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겸 만화가

#176화. 전문직 성범죄 통계의 심각한 오류 

지난 10월 1일, 언론을 통해 기사가 쏟아졌다. ‘전문직 성폭력 범죄자 중 의사 가장 많아’, ‘‘히포크라테스 선서 되새겨야’ ‘의사면허 취소법 통과돼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영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 9월 30일 이 같은 내용의 국정감사 보도자료를 내놨다. 서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2017년~2020년 성폭력 범죄자 직업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문직 성폭력 범죄자 5569명 중 의사가 602명으로 가장 많았다고 한다. 뒤이어 서 의원은 "의사 성폭력 범죄는 반드시 면허취소 등 강력한 처벌이 뒷받침돼야 근절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자료에는 심각한 오류들이 널려 있다.

첫 번째, 경찰청이 집계하는 성범죄 통계의 ‘의사’에는 치과의사, 한의사, 심지어 수의사까지도 포함돼 있다.

두 번째, 경찰청이 집계하는 통계는 범죄의 ‘입건’ 자료다. 실제로 이것이 범죄의 확정으로 이어진 자료가 아니다. 의료인은 필수적으로 환자의 신체를 접촉해야 하는 직업적 특성상 단순 갈등이 성범죄 고발로 이어지는 경우가 더 많을 수밖에 없다.

세 번째, 비율이 빠져 있다. 국내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수의사의 수는 도합 20만 명이 넘는다. 그리고 국내 변호사의 수는 3만여 명이고, 종교인, 예술인의 수는 정확한 집계조차 없다. 모수를 버리고 단순 숫자만을 비교하는 건 초등학생도 하지 않는 기초적인 통계 오류다. 

이런 오류들에 대해 서영석 의원에게 대한의사협회가 반발했지만, ‘알지만 의도한 것은 아니다’라는 답변이 의협에 돌아왔다고 한다. 의료계에서는 전문직 약사인 서 의원이 이런 기초적 오류를 모를 리 없고, 법안 강행을 위해 가짜 통계로 여론을 호도하려 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의료계 내부의 자정작용 강화나 강력 범죄자에 대한 처벌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치적 목적을 위해 한 집단을 의도적으로 매도하고 신뢰를 깨뜨리는 행위가 있어서는 안 된다.

참고로 내가 마음대로 집계한 지난 2018~2021년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비율의 성범죄자가 발생한 직종은 '광역단체장'이다. 17명 중 무려 2명, 10%가 넘는 사람이 성범죄를 저질렀다. 이런 거짓 통계와 다를 게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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