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4화. 필수의료 몰락 예고되는 의료분쟁 조정 강제 참여법
10월, 국회에서 두 가지 상반된 풍경이 펼쳐졌다.
1.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강병원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모든 의료사고 발생시 강제로 분쟁 조정 절차가 병원의 동의 없이 실시되도록 하는 법을 발의했다.
2.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6일 오전 보건복지부를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백신 부작용을 대통령까지 나서서 전적으로 정부가 책임진다고 했지만, 인과성을 정부 차원에서 부정하고 자료 제출도 거부하고 있다. 정부는 자료를 숨기기 급급하다”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의료 사고는 항상 뜨거운 감자다. 의료에는 '100%'가 없다. 인체는 신비롭고,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을 뿐더러, 수만 가지 상황을 모두 대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무 문제가 없었던 산모가 출산하다 색전증으로 갑자기 사망할 수도 있고, 단순히 허리가 아파 CT를 찍으러 들어간 건강한 젊은 남성 환자가 조영제 알레르기로 수분 만에 사망할 수도 있다.
100% 안전한 백신도 없다. 모든 진료 과정이 완벽했지만 다른 건강 문제로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듯 환자가 갑자기 사망할 수도 있다. 이런 일을 겪으면 환자, 보호자도 억울하고 의사도 억울하다. 환자들은 의사의 어떤 특정한 잘못이 자신이나 가족의 건강을 위협했다고 느끼고, 의사들은 진료 과정에서 아무 잘못이 없었는데 운이 나빴다고 느낀다. 그러므로 분쟁은 항상 존재하고 그것의 원인을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실체를 규명한다는 건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의사 입장에서 한번 사고가 터지고 분쟁에 휘말리면 의료 현장을 벗어나 여기저기 불려 다녀야 하고, 변호사를 만나 소송을 준비하고, 서류 작업에 몰두해야 한다. 자신이 사랑해서 선택한 본업이 자신의 목을 조르는 괴로움에 맞닥뜨리게 된다. 게다가 의료 사고 전문 법조인들과 소송 브로커까지 등장하며 분쟁 건수는 늘고 있다. 소송에서 승소를 해도 도의적 책임금을 분담하는 것이 어느새 당연해져버렸다. 게다가 박리다매식 의료 특성상 그런 사고와 소송이 한 개가 아니라 두 개, 세 개가 겹치기 일쑤다. 생명과 밀접한 과일수록 상황은 더욱 빈번하고 심각하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방어 진료’라는 말이 의사들 사이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환자에게 위험이 있는 시술이나 수술은 가급적 하지 말자. 아니, 애초에 그런 위험이 있는 과를 전공하지 말자‘라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게 과연 이기적이라고 치부할만한 생각인가? 그런 방어 진료의 피해자는 대체 누구인가?
그런데 이제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의사의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조정절차가 자동 개시되게끔 법을 개정하겠다고 하며 더 큰 옥쇄를 채우려 한다. 그러면서 ‘필수 의료의 몰락’에 대해 해결해야 한다고 부르짖고, 정부가 책임지겠다던 백신 부작용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있다.
위 1번의 논리대로라면 2번의 부작용을 겪은 환자들은 백신을 책임지고 접종한 정부를 대상으로 강제 분쟁 조정 절차를 정부의 동의 없이 실시해야 한다. 우리가 꿈꾸는 이상적인 의료라는 건 대체 무엇일까. 차라리 하나만 하자. 하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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