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화. 의료계가 경고했던 무분별한 급여화 후폭풍
우리나라는 MRI의 천국이다. 한국의 MRI 기기 보유율은 인구 100만명당 32대로, OECD 평균(100명당 18.1대)의 두 배에 달한다. 2013년 24.4대에서 2018년에 30.1대로 증가했고 현재는 32대까지 가파르게 올라왔다. 이는 세계에서 일본, 미국, 독일에 이어 4번째로 많은 숫자다.
이런 MRI 장비의 폭증은 당연히 검사건수의 증가로도 이어지고 있다. 촬영건수는 2017년 140만건에서 2020년 354만건으로 3년만에 무려 2.5배가 늘어났다.
이런 폭증세는 MRI 촬영에 대한 접근성 증가와 인식 개선, 병원들의 경쟁적 판촉 등에 따라 영향을 받았지만, 2017년 발표된 이후 2019년 적용된 뇌 MRI 건강보험 급여화에 대한 여파가 결정타로 작용했다.
그동안 뇌 MRI는 진찰 후 뇌경색이나 뇌종양 등의 심각한 질환이 의심될 때 촬영을 해보고, 그 결과가 맞았을 때에만 건강보험을 적용해 환자의 본인부담금을 줄여주는 것이 원칙이었다. 하지만 무분별하게 뇌 MRI 촬영에 대한 보험 적용이 시작되고 수가 또한 저가로 책정되면서 병원들의 박리다매식 경쟁 영업과 환자들의 수요 폭증이 맞물려 걷잡을 수 없이 돌아갈 것을 수많은 전문가들이 경고했다.
결국, 정부는 뇌 MRI 급여화에 연간 1642억의 재정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제도가 시행된 첫해인 2019년 진료 청구액은 2800억원을 기록했다. 예상대로 지출이 크게 늘어나자 정부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대량 삭감을 예고하고 본인부담률을 예전처럼 크게 올리며, 예정돼있던 척추, 관절 MRI 급여화 도입의 일정을 1년 미루는 촌극을 연출했다.
그리고 그 1년이 지나 이제 척추 MRI 급여화가 진행될 차례다. 우리나라에는 수없이 많은 척추전문병원들이 있고 그 병원들은 이미 MRI를 상당수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나이가 들면 누구나 허리가 아픈 법이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는 각자의 입장을 가지고 급여가 적용되는 횟수의 제한, 촬영 범위 등에 대해 치열한 논의를 하고 있다.
의사협회는 도덕적 해이와 건보재정 낭비를 방지하기 위해 일정 수준의 본인부담과 횟수 제한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것이 부디 잘 진행돼 예전 같은 실패를 답습하지 않고, 건보재정의 숨통을 끊는 '마지막 한 발'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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