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모톰 시술 15년만에 신의료기술 인정도 억울한데…의료기관에 그간 비급여 토해내라는 보험사

[만화로 보는 의료제도 칼럼] 배재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겸 만화가


#165화. 보험사들의 맘모톰 시술 의료기관 소송 논란

아직도 기억이 난다. 내가 학생이던 15년 전, 외과 과목의 문제다.

-유방의 양성 혹을 절제하거나 악성 혹이 의심되어 조직 채취가 필요할 경우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답 : 맘모톰 (Mammotome)


맘모톰이란 작은 바늘칼로 유방 속의 조직을 미세하게 제거하는 기술로, 유방 전체를 절제하지 않아도 되고 흉터가 거의 남지 않는다는 장점 덕분에 1995년 출시 이후로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널리 사용되는 시술이다. 그런데 15년 전에도 교과서에 그대로 실려 있었던 이 맘모톰 시술로 인해 2020년부터 지금까지 병원들과 보험사들 간의 대규모 소송전이 벌어졌다. 대체 무슨 이유일까. 

이 사건은 2019년 정부가 맘모톰 시술을 신의료기술로 인정하면서 시작됐다. 그 전까지 맘모톰 시술은 임의비급여(건강보험으로 보장되지 않는 의료 행위)로 처리돼 맘모톰 시술을 받은 환자들은 비급여 본인 부담금을 각자 가입한 실손 보험으로 처리해 왔다. 그런데 보험사들이 2019년 맘모톰 시술이 신의료기술로 인정되자, 그 전까지의 시술을 정부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불법 시술이라고 간주하고 그동안 병원으로 지급된 수억원의 보험액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 소송전이 알려지자 의사들 사이에서는 두 가지 놀라움이 터져 나왔다. 첫 번째, 학생 때 말 그대로 ‘왕족’으로 배운 맘모톰이 2019년이 되어서야 한국에서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았다는 점, 그리고 두 번째, 이 당연하고 안전하고 널리 퍼져 있는 시술을 보험사들이 불법으로 간주해 병원을 상대로 거액의 소송을 걸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지난 7월 31일, 법원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실손보험사들의 항소를 ‘기각’ 판결하고 병원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체 왜 이런 일로 병원이 소송에 휘말려야 하는지조차 이해하기 어렵다. 아무리 작은 양성 혹이라도 한쪽 유방을 전부 절제했어야 한다는 말인지, 실손 보험에 가입된 환자들조차 이런 보장을 못 받아야 했던 건지 의문이 든다. 이런 당연한 의문을 재판부도 가졌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승소로 이어져 다행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가뜩이나 힘든 일반외과 의원들이 이런 장기간의 소송에 휘말렸음을 생각하면 안타깝다.

번외로, 2019년이 되어서야 맘모톰을 인정한 깐깐한 대한민국 정부의 신의료기술은 2021년 ‘경혈 두드리며 흥얼거리기’를 신의료기술로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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