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미개한 주술적 믿음으로 학대당한 곰 "웅담은 아무런 효능이 없습니다"

[만화로 보는 의료제도 칼럼] 배재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겸 만화가

#160화. 반달가슴곰 2마리 탈출 사건


지난 6일, 용인에서 사육하던 곰 2마리가 탈출하는 일이 발생했다. 농장에서 탈출한 곰은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반달가슴곰 두 마리로, 그 중 한 마리는 2시간 후에 사살됐다. 

우리나라는 오래 전부터 곰을 사육해 왔다. 곰을 사육해 온 이유는 곰의 쓸개, ‘웅담’에 대한 오래되고 깊은 미신적 믿음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는 1999년 곰의 웅담 채취용 도축을 합법화했고, 2005년 도축이 가능한 나이를 10살 이상으로 완화했다. 

그리고 정부는 곰의 사육을 막기 위해 2014년부터 곰의 중성화를 진행했고, 공식적으로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막내 곰은 2015년생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웅담에 대한 수요가 끊이지 않자, 음지에서 불법 증식이 진행됐고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이후 전국에서 36마리의 새끼 곰이 불법 증식됐다. 

이들은 대부분 오로지 웅담의 수요와 가격에 맞춰 길러졌고, 그로 인해 불결한 사육장에서 길러졌다. 열악한 환경을 견디다 못한 곰들이 우리를 탈출하는 일이 잦았고, 녹색연합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총 20건의 곰 탈출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에 탈출한 곰도 쓸개즙 채취를 목적으로 좁고 불결한 사육장에서 길러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곰의 좁고 불결한 사육과 불법 증식, 이 모든 일들은 한국 사람들의 ‘웅담’에 대한 미신 때문이다. 곰의 쓸개는 예로부터 비싼 약재의 대명사로, 사람들은 이것을 말려서 먹으면 기력이 허해진 사람이 기력을 차리고, 정력이 강화된다고 믿었다. 이런 믿음이 생긴 이유는 동의보감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동의보감에서는 웅담의 효능으로 기생충을 죽이고, 눈병을 낫게 하고, 황달을 치료하고, 소아의 영양장애를 낫게 한다고 기록돼 있다. 

단 하나도 검증되지 않은 허황된 말이다. 그나마 쓸개즙의 주성분이라고 할만 한건 우루소데옥시콜산(Ursodeoxycholic acid, UDCA)인데, 이것의 효과도 좋게 봐줘야 소화 촉진 정도일 뿐이다. 이 성분이 치료제로서 낫게 하는 특정한 병은 없다. 이 성분을 뭉쳐서 만든 것이 ‘간 때문이야’의 그 약이다. 웅담을 먹고 싶으면 차라리 그 약을 먹는 게 훨씬 많은 양을 저렴하고 간편하게 먹는 방법이다. 

게다가 이렇게 불결한 사육장에서 자란 곰은 간염, 간경화, 간암, 패혈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잦아 이런 곰의 쓸개즙을 먹는 건 사실상 간경화 환자의 고름을 먹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이런 황당무계한 비과학적인 미신에 관한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남성의 성기와 모양이 비슷하기 때문에 정력에 좋을 것이라는 논리로 뱀, 장어들이 보양식으로 팔려나가고, 신장과 모양이 비슷하기 때문에 콩이 신장에 좋다는 얘기를 한의사가 방송에 나와서 버젓이 하기도 했다. 

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런 미신적이고 비과학적인 믿음들이 점차 깨지고 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인간의 미개한 주술적 믿음 때문에 가슴에 관을 꽂은 채 공중에 떠 있던 좁은 사육장에서 평생 학대를 당하며 살다가 탈출한 곰이 2시간동안이라도 자유를 누렸기만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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