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환자들의 수도권 쏠림....지방의대에 지역인재 비율 40%로 강제화한다고 해결될까

[만화로 보는 의료제도 칼럼] 배재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겸 만화가


#156화. 지방의대 지역할당제 30% 권고→40% 의무화 논란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이 치르게 될 2023년 대학 입시부터 지방대학의 의,약,간호대 지역 할당 비율이 40% 이상으로 강제된다. 2028년부터는 이 요건이 더욱 강화될 예정이다.

현재까지는 의,약,간호계열의 지역인재 비율을 30%(강원도 제주도 15%)로 ‘권고’해왔는데, 이것을 40%(강원 제주 20%)로 ‘의무’화 하겠다는 것이다. 전남대는 한술 더 떠 이 비율을 60% 이상으로 올리고, 수능 최저학력기준까지 폐지하기로 했다. 

정부는 정책 시행의 이유로 점차 심해지는 지역간 의료 인프라 격차와 수도권 인재 집중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밝혔다. 지방 대학을 지역 인재로 채우면 이들이 졸업하고 의사, 간호사, 약사가 된 이후에도 지역에서 활동하게 될 것이므로 의료 인프라 격차가 해소될 것이라는 게 주된 이유다.

과연 그럴까. 과연 현재 의료 인프라 격차가 정말 의,약,간호대 정원 할당제로 해결이 될까? 그들의 바람대로 졸업 후에도 지역 의료에 헌신하게 될까? 

일단 가장 크게 다가올 문제는 의료 수준의 격차가 더 커질 역효과가 날 것이라는 점이다. 최저학력조차 보지 않고 입학한 사람과 치열한 경쟁을 통해 입학한 사람간의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라는 건 망상적 희망에 불과하다. 요즘은 이런 차이를 환자들이 더 잘 안다. 그걸 잘 아는 환자들이 자신의 건강과 생명을 둘 중 누구에게 맡기려고 할까? 결국 지방 병원들은 더 심한 빨대 효과를 겪고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결국 의대생들을 골고루 뿌려 의사를 만들어 봤자 의사도, 환자도 수도권으로 더 몰릴 것이 분명하다. 우리나라는 끝에서 끝까지 반나절 안에 이동이 가능한 나라다. 그럼 그 때는 의사도, 환자도 모두 강제로 지방에 할당할 것인가? 환자가 이동할 철도를 끊고, 고속도로 통행을 막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겠다. 

나는 수도권의 의대를 졸업했다. 그런데 내 주변 상당수의 의사들은 서울을 떠나 지방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 이들이 지방으로 내려간 이유는 다양한데, 그 중 대부분은 수도권보다 지방에서 의사로서의 기회가 나았기 때문이다. 의사, 약사 등의 전문직은 굳이 취직자리가 없더라도 스스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에 이동이 자유로운 편이다. 그러므로 기회에 맞춰 얼마든지 이동을 자유롭게 한다. 그 기회는 경제적 여유일 수도 있고 시간적 여유, 심적 여유일 수도 있다. 아무튼 사람을 움직이게 만드는 궁극적인 이유는 그 사람이 납득 가능하고 탐낼 만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임을 나는 느끼고 있다. 

정확하게 원인을 진단, 해결하지 않고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으로 수치적 결과만을 노리고 정치적 결정을 하면 어떤 역효과를 낳는지, 우리는 집값을 비롯한 수많은 사례로 직접 결과를 목도하고 있다. 확실하지도 않은 아주 약간의 상징적 효과와 누군가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 우리는 또 다른 차별과 더 큰 부작용을 감수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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