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화. 기모란 교수 청와대 방역기획관 임명 논란
지난 16일 청와대는 방역기획관이라는 직책을 신설하면서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를 임명했다. 하지만 임명 직후부터 끊임없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기모란 교수는 작년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며 지금까지 쉬지 않고 방역의 모든 이슈에 있어 정부의 편을 일방적으로 들어왔다. 정부가 의학적, 과학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정책을 내놓으면 그것을 ‘전문가’의 이름으로 방어하는데 최전선에서 활약했다.
지난해 1월 코로나가 막 확산되기 시작하던 시점에 중국인 입국 금지 여부 논란이 일고 정부가 외교적 문제로 이를 주저하자, 기 교수는 중국인 입국 금지가 급하지 않다는 얘기를 했다. 그 때를 기점으로 그는 어느새 코로나 방역의 최고 전문가가 됐다.
10월에는 정부가 방역에 자만하다 백신 늑장 구입 이슈가 터지자 기 교수는 백신 구매가 급하지 않다는 발언을 했다. 올해 3월에는 겨우 구해온 소량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마저 부족해졌다. 정부는 2차 접종 분량을 1차 접종으로 당겨 백신 접종자 수를 늘리려는 궁여지책을 고민했다. 그러자 기 교수는 "1차 접종만으로 훌륭한 효과를 냈고, 2차 접종은 필요 없다"는 식의 정부 입맛에 맞는 발표를 했다. 그 외 백신, 방역과 관련된 대다수 의료계 전문가들과 동떨어진 목소리를 수도 없이 냈다.
당시 정부의 결정들이 좋은 결과를 낳았다면 정부의 인사에 납득하기 어려운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실상 실패한 주장만 해온 사람을 청와대 내부 인사로 임명 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결정이다. 보은 인사 논란이 일어나는 이유다.
어떤 정책을 결정함에 있어 정부는 과학적 이유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와 입장을 포괄해 결정에 반영해야 한다. 그러므로 어떤 결정이 과학적이지 않다고 비난하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결정 과정에 있어 전문가는 최대한 자신의 개인적 정치 이념을 버리고 학문적 지식에 기반한 주장을 해야 한다. 그런데, 사실을 왜곡하고 자료를 취사선택해서 정치적 이념에 맞게 가공한다면, 그건 학자가 아니라 정치인이다. 그리고 그 ‘전문가의 거짓말’은 대중을 선동하는데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나는 이 일이 낳을 후폭풍이 두렵다. ‘사실에 입각해 쓰지만 옳은 소리’를 해야 할지, ‘입 발린 소리’를 늘어놓아 한자리를 꿰찰 기회를 엿볼지 고민하는 전문가들에게 아주 좋은 선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앞으로 그와 같은 학문적 양심을 버린 관변, 어용 전문가들이 의료계뿐만 아니라 각 분야에서 더욱 활약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이제라도 정부가 학문적 양심을 챙기고 제대로 쓴 소리를 내는 정치인이 아닌 '진짜 전문가'들을 인정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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