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의무복무 꺼려 '폭망'한 공중보건장학제도, 공공의대 만든다고 다를까

[만화로 보는 의료제도 칼럼] 배재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겸 만화가

#144화. 지원자 없는 공중보건장학제도

의대에 입학하면 의사가 될 때까지 장학금과 생활비까지 지원을 해주고 의사가 되면 일정기간 공공의료, 소외지에 의무적으로 근무하게 한다. 만약 부득이하게 의무 근무를 하지 못하게 된다면 지급했던 장학금에 소정의 이자를 붙여 반납하고, 사유 없이 이를 어기면 면허를 취소한다.

작년 여름을 뜨겁게 달궜고 현재도 정부가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공공의대 얘기인 것 같지만, 아니다. 이것은 현재 보건복지부가 2019년부터 시작한 '공중보건장학제도'에 대한 설명이다.

보다시피 시스템이 지난해 정부가 그렇게 열정적으로 밀어붙였던 공공의대와 거의 판박이다. 사실상 공공의대의 시범경기, 사전테스트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이 공중보건장학생을 2021년에도 모집한다. 모집 기간은 3월 15일부터 31일까지다. 

재학 중인 의과대학생이나 의학전문대학원생이 지원할 수 있는데, 모집 정원은 올해 11명이다. 2019년 20명, 2020년 14명에 이어 첫 해의 반토막으로 정원이 줄었다.

정원이 줄어든 이유는 매년 20명씩을 꼬박꼬박 모집하는 것이 아니라, 총 정원을 20명으로 정해 두었기 때문이다. 지금 비어 있는 자리가 20명 중에 11명이라는 뜻이다. 

그럼 왜 11명이나 비어 있을까. 이 공중보건장학제도 자체의 인기가 없기 때문이다. 2019년 20명 모집에 8명, 2020년 상반기 14명 모집에 4명이 지원했다. 당시 추가 모집 공고를 꾸준히 냈지만 지원자는 없었다. '폭망'이라는 말이 어울릴만한 처참한 결과다. 

정부는 사업 시행 초기에 따른 인식 부족을 원인으로 꼽았지만, 현장의 생각은 달랐다. 장학금 지원 기간에 따라 최소 2년에서 최장 5년 지방에서 의무 복무를 해야 하는데, 장학금 등의 혜택에 비해 의무 근무의 부담이 더 크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공공의대라고 다를까. 사실상 같은 시스템으로, 다른 결과를 낼 수 있을까.

일본은 이미 공공의대를 시행했다가 처절한 실패를 맛보고 있다. 미달이 속출하고 심지어 지원한 학생의 성적이 최저 의대 지원 자격에조차 들지 못하고 있다. 의사와 시민들 사이에서의 인식도 상당히 좋지 않다. 반복적인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다른 나라에서도 실패, 우리나라에서 시범적으로 해본 사업도 실패했는데 본게임이라고 다를까. 근거 없는 자신감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그 자신감이 공공의대 부지를 둘러싼 투기 의혹이나 정치인들의 정치적 이익으로부터 나온 것이 아니기만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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