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불안감 부추긴 정치권, 과학에 '정치' 개입시키더니 부메랑으로 돌아온 꼴

[만화로 보는 의료제도 칼럼] 배재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겸 만화가


#141화. 백신 접종 시작하지만 국민들 불안감은 여전  

이제 우리나라도 길고 길었던 기다림 끝에 오늘(26일)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하게 됐다. 첫 백신으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이 도입됐고 코로나19 전담 의료기관과 요양원, 요양병원 등 집단 발병 위험이 높은 기관들부터 백신을 맞을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이제 겨우 시작하는 백신 접종을 두고 연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나는 이 논란들이 국민들의 ‘불안감’ 때문이라고 보고 그 원인이 정치권에 있다고 생각한다.

작년 여름, 전 세계는 백신 확보 전쟁에 나섰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다소 느긋하게 대비하다 백신 수급을 제때 하지 못하게 됐다. 백신 확보를 하지 못한 이유가 정부의 늑장, 안일 대응으로 지적되자 정치권은 정부를 비호하기 위해 나섰다. 이 과정에서 온갖 어처구니없는 낭설들이 쏟아지며 이는 곧 ‘정쟁’으로 번져 나갔다.

급하게 개발된 백신의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말이 정치권과 언론을 통해 연일 나왔다. 어떤 정치인은 백신을 ‘백신추정물질’이라고 지칭하며 일본 731부대의 마루타 얘기까지 나왔다. 백신을 급하게 만든 믿을 수 없기 때문에 백신이 아닌 치료제를 자체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백신을 안정하다고 평가하자 어떤 정치인은 ‘우리나라는 친미 수준이 높다’고도 했으며, 심지어는 화이자와 모더나가 FDA에 로비를 많이 해서 임상시험을 통과했다는 싸구려 음모론까지 버젓이 제기됐다. 그리고 화이자와 모더나는 이익을 취하려는 거대 기업이고 AZ는 이익을 취하지 않는 연구소나 듣보잡 회사라던가, 싼 게 비지떡이니 AZ 백신은 싸구려 엉터리 백신이라는 식의 말들이 정치권에서 나왔다.

백신은 구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정치권에서 온갖 막말이 뒤섞이며 진흙탕이 돼버렸다. 그리고 그 진흙탕 속에서 국민들의 백신에 대한 불안감은 높아져만 갔다.

이런 혼란 속에서 뒤늦게나마 백신을 구했고 접종을 시작할 때가 됐다. 하지만 그동안 쌓여온 국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했고 화이자와 모더나가 아닌, AZ 백신이 들어왔다는 소식에 국민들의 불안감은 꺼지지 않았다. 그러자 대통령을 1호로 접종시키자는 얘기도 나왔다. 논란이 일자 ‘대통령이 실험 대상이냐’며 국민들을 호통 치는 정치인까지 등장했다. 급기야 ‘#팔_걷었습니다’ 백신 챌린지라는 난장판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1년 내내 모든 과학자들은 코로나19라는 난관을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는 백신뿐이라고 입을 모아 얘기했다. 그래서 그 탈출구를 위해 전 세계가 나섰고 세계 최고의 연구자들과 제약회사, 국가기관들이 노력했다. 그리고 이제 어느 정도 결과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과학적 원칙에 따른 결과와 근거에 기반해 방역 수칙을 세우고 국민들을 이끌어야 한다. 하지만 과학에 정치가 개입됐고 과학 분야에서 정쟁이 벌어졌다. 이제 우리나라는 '믿을 수 없는 FDA가 승인한', '싸구려 백신 추정 물질'을 국민들에게 꽂아 생체 실험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결국 정쟁은 국민들에게 불안감만 잔뜩 심어준 꼴이 됐다. 그리고 그 불안이라는 부메랑은 그대로 돌아와 그들을 향하고 있다. 

아마 나도 백신을 먼저 맞는 사람들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나는 백신을 기꺼이 맞을 생각이다. 그리고 병원에서 의료인들이 먼저 나서서 접종을 받고 환자들을 안심시킬 것이다. 감염병을 이길 유일한 방법이 과학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하루 빨리 불안감을 가라앉히고 이 모든 혼란을 지나 코로나19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가기만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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