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약으로 K제약 육성한다더니…바이넥스 의약품 불법 제조로 신뢰 추락은 '한순간'

[만화로 보는 의료제도 칼럼] 배재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겸 만화가

#143화. 바이넥스 의약품 주원료 비율·제조방법 조작 파장  

의약품 위탁 생산 업체인 바이넥스가 의약품을 불법으로 제조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파장이 일고 있다. 의약품을 허가 사항과 다르게 원료 비율 등을 바꿔 제조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외 제조 과정에서의 여러 허술함이 내부 직원의 폭로를 통해 제기되며 신뢰성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환자의 건강과 직결되는 약의 성분이 엉망이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에 결국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8일 바이넥스의 6개 의약품과 이를 위탁 제조한 25개사 38개 품목에 대해 제조판매 중지 처분을 내렸고, 10일에는 전격적으로 본사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우리나라는 정부가 나서서 복제약의 제조와 판매를 권장한다. 국내 제약회사들이 아직 신약을 개발할 여력은 부족하지만, 정부가 제약업계를 활성화시키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약을 만들기 위한 허들은 낮췄고 관리는 허술하게 했다. 생동성 시험을 거쳐 하나의 약이 통과하면 여러 회사들이 똑같은 약에 이름만 다르게 붙여서 판매할 수 있게 해줬다.   

정작 생동성 시험을 통과한 복제약에 대한 품질관리는 미흡했다. 복제약을 위탁생산하는 회사들에도 마찬가지였다. 바이넥스 내부 폭로자에 따르면, 식약처 감독이 나오기 전에 미리 통보를 해줬고 회사는 자료들을 폐기하거나 숨기는 것이 가능했다. 그래서 우리나라 수많은 제약회사들이 손쉬운 복제약 제조에만 몰두하며 복제약의 천국이 됐고, 복제약을 위탁해서 제조하는 회사는 통과한 약의 성분을 마음대로 바꿔 오다 적발됐다. 

수없이 많은 회사가 같은 약이면서 서로 다른 이름을 붙인 약들을 쏟아내면서도 효과나 품질이 제각각인 이유가 어느 정도 드러난 셈이다.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미국, 영국, 중국, 러시아 등에서 여러 백신을 출시했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민들 중에 중국과 러시아의 백신을 맞고 싶어 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 나라들의 제약 기술과 허가 절차에 대한 신뢰성이 낮기 때문이다.

그런데 복제약으로 글로벌 진출을 꿈꿔왔던 우리나라 또한 K제약 기술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이 가볍지 않다. 제약업계는 비록 복제약이지만 그동안 품질 제고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해왔는데, 그 노력이 한 번에 무너질까봐 걱정하고 있다고 한다. ‘Made in Korea’가 다른 나라들과 같이 불신의 상징이 되지 않게 철저한 조사와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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