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시대에도 건보 진료로 겨우 버티던 소아청소년과, 코로나19로 줄폐업 위기

[만화로 보는 의료제도 칼럼] 배재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겸 만화가

 
#155화. 마지막 블록마저 무너진 '소아청소년과' 젠가 게임

언론을 통해 보도된 소아청소년과 의사의 ‘폐업 일기’가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개업한지 5년 만에 폐업을 준비한다는 그는 글에서저출산의 타격으로 3년차부터 매출은 바닥을 치기 시작했고, 코로나19로 마지막 한방을 맞았다고 한다. 지역 부모들 사이에서 신뢰를 쌓아가던 병원은 그렇게 허무하게 폐업을 했고, 병원에 다니던 아이들은 말 그대로 붕 떠버렸다.

소아청소년과 진료는 거의 대부분 '건강보험 진료'라는 정부의 철저한 통제를 받는다. 정부는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박리다매’로 구성했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는 하루 종일 수 백명의 아이들과 부모들을 상대해야 버틸 수 있게 구조를 짰다.

하루 20명의 손님만 받아도 버틸 수 있는 고급식당이 아닌, 수백 그릇을 팔아야 버틸 수 있는 '양 많고 저렴한' 식당을 차린 셈이다. 그런데 시장에 사람이 점점 오질 않다가, 작년부터는 완전히 뚝 끊겨 버렸다. 소아청소년과는 숨통을 트기 위해 정부에 지속적인 진료영역 확장이나 귀 내시경, 보호자 상담료 등 다양한 요법의 수가 신설을 요구했지만 외면당했다.

결국 소아청소년과는 작년부터 올해까지 줄폐업을 맞이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작년부터 올해까지 135곳의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개업하는 동안 무려 195곳이 폐업했다. 개업할 때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개업하는 병원이 대부분인 만큼 폐업만은 막고 버티고 있는 곳들의 상황이 어떨지 또한 짐작 가능하다.

우리는 지금 소아들의 건강을 놓고 '젠가 게임'을 하고 있다. 위태위태하던 젠가는 결국 코로나19로 마지막 블록이 빠지며 무너졌다. 지역에서 매일 수십~수백명의 아이들의 건강을 책임지던 소아과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개업보다 폐업이 훨씬 많고, 소아청소년과학회장이 나서서 학생들에게 소아청소년과 지원을 만류하고 있으며, 살아남은 곳들은 폐업이 무서워 대출로 버티고 있을 뿐이다. 모든 건 상상이 아니라 통계로 드러난 현실이다. 대한민국의 산과가 무너졌고 소아과가 차례대로 무너지고 있다. 소아과의 미래가 없는 나라는 소아 건강의 미래도 없다. 우리는 언젠가 다시 튼튼한 젠가를 쌓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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