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기반 헬스케어'로 전 세계 어디서든 같은 의료서비스 누려야

듀크메디컬센터 에릭 세넌 황 교수 "의료 빅데이터 보관에 그치지 말고 활용도 높여야"

사진: 듀크메디컬센터 에릭 세넌 황(Erich Senin Huang)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정다연 기자] 4차 산업혁명에서 헬스케어 비용을 낮추고 의료 품질을 높이는 '가치 기반 헬스케어'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환자가 어떤 나라의 어느 지역에서나 똑같은 헬스케어를 누리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것이다.

듀크메디컬센터 에릭 세넌 황(Erich Senin Huang) 교수는 15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조선비즈가 주최한 '2018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포럼' 기조강연에서 이 같이 말했다. 

황 교수는 "비용을 낮추고 효과를 끌어올리는 '가치 기반 헬스케어'가 중요하다. 이는 의료 수준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다. 환자가 어떤 국가, 어느 지역에 살든 비슷한 수준의 의료 혜택을 누린다는 의미다"며 "AI는 그런 의미에서 인공지능이 아니라 '증강지능'이다. 최고가 아닌 의사를 돕는 쪽으로 역량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 교수는 "의료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지가 중요하다. 병원의 데이터를 디지털화한 수준에 불과한 전자의무기록(EHR)만으로는 부족하다"며 "환자의 예후를 추론하고 데이터를 통합해서 환자를 치료할 수 있어야 한다. 데이터의 유통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용 낮추고 의료 품질 높이는 '가치 기반 헬스케어' 주목해야

황 교수는 "실제 환자 베티 존스의 사례를 통해 의료 데이터가 어떻게 환자의 치료 환경을 바꾸는지 설명하겠다"며 "베티 존스는 65세 여성이고 심장마비와 관상동맥 우회술을 경험한 환자다. 약물 중독 문제도 있다. 이 환자는 어느 날 숨쉬기 힘들어 병원에 온다. 진단 결과 폐에 물이 찬 상태였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미래의 병원은 이 환자의 보험 청구 데이터 등 과거 진료 기록과 처방 약 기록을 살펴볼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의사는 환자의 6개월 이후의 상황을 예측하고 치료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머신러닝은 수많은 기록을 보고 이 환자와 비슷한 사례 등 환자군의 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한다. 사람이 일일이 다 검토할 수 없는 방대한 자료를 살피는 일을 머신러닝이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이런 케어를 하려면 의료 비용이 증가한다. 가치 기반 헬스케어가 앞으로 점점 더 중요한 이유다. 적은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얻기 위해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바마 케어는 혁신 프로그램이다. 여기에는 ACO(Accountable Care Organization, 책임진료기구) 개념이 등장한다. ACO는 비용을 낮추고 품질은 고품질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헬스케어에서 가치를 증진한다"고 말했다.

ACO는 의료비 절감 등 목표를 달성하면 인센티브를 받지만 성과 지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정부에 도리어 지불을 해야하는 체계다. 미국 정부는 ACO를 통해 의료를 양적 측면에서 가치 측면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추구하고 있다. 

황 교수는 "미국은 최고의 의료 행위로 좋은 결과를 내지만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비용을 낮추고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이 앞으로 헬스케어에서 고민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데이터 활용도 높여 어디서든 같은 품질 의료 누려야

황 교수는 "헬스케어의 혁신을 위해서는 많은 데이터를 확보에 그치면 안되고 데이터 유동성을 높여야 한다. 미국은 상당한 예산을 들여 EHR을 도입했지만 각 병원에만 있는 의료 데이터는 활용도가 매우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NSQIP이라는 국가의 검증을 받은 임상 레지스트리가 있다. 외과 전문의를 대상으로 하는데 수백만 환자의 예후 결과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며 "하지만 NSQIP 회원 병원와 비회원 병원을 조사한 결과 치료 결과에 큰 차이가 없었다. 데이터를 활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머신러닝 알고리즘이 이 공백을 채워준다. 머신러닝과 의사들의 수행 성과를 비교 분석한 조사에서 최고의 의사는 머신러닝보다 수행 성과가 우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머신러닝은 최고 수준의 의사가 있는 병원이 아니라 시골 지역에 있는 병원에서 의사를 돕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마지막으로 고려해야할 점은 머신러닝은 한 번의 실수로 엄청난 사회적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며 "미국 일부 주에서 사법제도에 머신러닝을 도입해 재범률 높은 범죄자를 걸렀다. 그런데 머신러닝이 흑인과 백인을 동일하게 취급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픽셀 몇 개를 조작한 고양이 사진을 보고 머신러닝은 고양이를 과카몰리로 인식했다. 사람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실수다. 헬스케어에서 '증강지능'은 계속 인간이 관여하고 의사결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황 교수는 "미국에서 가장 데이터 사이언스에 기반한 스타트업으로 알려진 Stitch Fix의 CEO의 말을 인용하고 싶다"며 "좋은 사람과 최고의 알고리즘이 가장 탁월한 결과를 낸다. 이를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헬스케어 # 가치기반의료 # 가치기반헬스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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