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욱 후보 “세상을 더 크고 넓게 바라보는 의사...의사들에게 헌법총론·경제학원론 꼭 추천"

[의협회장 후보자가 살아온 삶②] 의대생 때 사회과학 서적 600권 섭렵...유학 이후 동대문구 건강지킴이 성과

 
 제41대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 기호2번 유태욱 후보
제41대 대한의사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은 어떤 삶을 살아온 이들일까. 어린시절 꿈은 무엇이었고 왜 의사가 됐을까. 의사로서의 삶에서 언제 가장 보람있고 또 힘들었을까. 그리고 어떤 계기로 의협회장 출마까지 결심하게 됐을까. 메디게이트뉴스는 후보자 6명의 인터뷰를 통해 각자의 성장배경과 가치관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①임현택 후보 "부당함 해결에 말보단 행동, 권력자에 더 강하게"
②유태욱 후보  "세상을 더 크고 넓게 바라보는 의사”
③이필수 후보 "봉사와 헌신의 자세로 24시간 열려있는 리더"
④박홍준 후보 "환자뿐만 아니라 상처 입은 동료 의사들 치료하고파"
⑤이동욱 후보 "불도저 같은 추진력으로 의료계 바꿀 것"
⑥김동석 후보 "모가 나도 찌르지 않고 빛이 나도 눈부시지 않게"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고3 시절, ‘12.12사태’를 겪었던 제41대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 기호2번 유태욱 후보는 항상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국제 사회 정세와 국내 정치, 사회, 문화 전반을 꽤 뚫어 볼 수 있는 안목이 중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랬던 그가 이제 거시적 관점에서 국내 보건의료정책의 기준점을 다시 세우고 대한의사협회 의사결정 시스템을 개혁하기 위해 나섰다.
 
신문 읽는 것을 즐겼던 그에게 고3 담임 선생님은 신문방송학과 진학을 추천했다. 저음으로 깔리는 중후한 목소리 덕에 앵커 자리까지 노려보라는 제안이었다. 손 재주가 좋아 무엇이든 만드는 것을 즐겼던 유 후보는 건축가를 꿈꿨다. 그러던 중 작은 형이 건축공학과에 진학했고 건축보단 다른 분야를 추천했던 가족들의 권유로 의대를 최종적으로 선택했다.

유 후보는 "이왕이면 사회 전반, 인류에 공헌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며 "의대시절 내 노트가 참고서보다 정리가 잘 돼 있어 인기가 좋은 편이었다. 꼼꼼한 성격 탓에 의대 공부도 적성에 잘 맞았다"고 설명했다.
 
유태욱 후보는 6남매 가정의 막내로 태어나 가정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자랐다. 어릴 때부터 넘치는 사랑을 받았지만 북적거리는 본가를 떠나 항상 독립을 꿈꿨다. 형, 누나들에 치여 학원을 다니거나 과외를 해보지는 못했다. 그러던 그에게 대학 입시를 앞두고 벌어진 12.12 군사반란은 큰 영향을 미쳤다.
 
고향이 전북 전주인 그는 광주 민주화항쟁이 신문에서 폭동으로 묘사되는 것을 의아하게 여겼다. 81학번으로 연세대 원주의대에 입학한 이후 유 후보는 줄곧 인문사회, 경제 서적을 읽는데 몰두했다. 예과 때 사회과학 연구모임인 '문명고예연구반'을 주도하면서 본과 2학년 때까지 600권이 넘는 사회과학 서적도 섭렵했다. 한 달 용돈 대부분을 책 사는데 투자할 만큼 지식의 저변을 넓히는데 몰두했다.

유 후보는 "민주화 학번으로서 대학교 시절 서양 경제사, 민주화 발달사, 학생운동 서적을 많이 읽었다. 거의 매주 신간을 10권씩 구매할 정도였다"며 "당시 가톨릭 원주성당에서 사회 저변 인사들과도 교류하며 사회문화적 영역을 넓혔다"고 말했다.
 
의과대학 시절 동기들과 함께 있는 유태욱 후보의 모습(오른쪽 두번째). 사진=후보자 제공 

본과 2학년부터는 학생회 부회장, 본3 때는 회장을 맡았다. 전두환 정권이 학생회 명칭을 쓰지 못하게 하면서 의학회로 명칭을 변경하긴 했지만 학생 때부터 의과대학 학생들을 대표로 여러 활동을 하면서 리더십을 키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서 유 후보는 당시 새로운 학문이었던 가정의학과를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전공했다. 

그는 "사회적 리더로서 의학도들이 어떤 역할을 하고 의사로 자란 다음 미래에 어떤 역량을 펼쳐야 할지 고민하는 시기가 의과대학 시절이었다"라며 "당시 농촌 봉사, 의료봉사 등 다양한 활동도 주도했다. 농가 부채가 지속되는 이유 등 농촌 경제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유 후보는 30대 때 젊은 나이로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부름을 받고 서울삼성의료원 전략기획실 경영의사 3명 중 1명으로 발탁됐다. 당시 경쟁률이 100대 1에 육박했다는 소문도 있었다. 이 회장은 당시 유 후보에게 의료업에 대한 개념과 앞으로의 방향성을 끊임없이 물었다. 삼성의료원이 미네소타 칼슨스쿨 유학을 지원했고 유 후보는 의료행정학과 보건의료정책학 석사와 박사를 마쳤다.

그는 "칼슨스쿨 3년 과정을 2년만에 졸업했다. 단과대학 내 수석도 도맡았고 학교 20년 역사상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지도교수가 자랑스러운 학생이었다고 말했던 것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전했다.

외국에서 경험한 선진 의료정책의 방향성은 그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자칫 편향될 수 있었던 굴레를 벗어나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거시적 관점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 유 후보는 '자신의 것'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지역사회에서 개원하고 '동대문구 건강지킴이'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건강지킴이 단체를 조직화하고 생계가 어려운 환자들을 구청과 연계해 찾아서 돕고 무료로 진료 봉사를 진행했다. 당시 활동에 감명을 받은 신문사 기자가 취재를 하던 중 100만원을 기부하는 등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받았다. 
 
이런 경험을 살려 그는 의협 대의원회 청년쿼터제, 의사연금제도, 의사노조 조직화 등 차별화된 공약을 강조했다. 유 후보는 "의사로서 가장 활동량이 많은 30~55세 젊은 의사들이 의협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너무 적다. 일을 많이 하는 세대가 의사결정을 주도할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들어야 조직이 젊어진다"며 "사용자가 아닌 봉직의, 교수, 전공의 등 노동자 신분인 의사들의 노동법상 기본권리도 보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연대와 결속을 최고의 가치로 꼽았다. 의료라는 전문성을 가졌지만 사회적으로 섬처럼 홀로 떠있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가 몸소 실천했던 동대문구 건강지킴이 활동도 사회적 연대를 위한 실천이었다. 그는 전문성을 지키면서 사회 다양한 구성원들과 협력하고 연대할 때 최고 의사조직이 탄생할 수 있다고 봤다.
 

유 후보는 리더에 대해선 협업 시스템을 기반으로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의사란 무엇인지 본질적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 후보는 "의술이란 개인의 무기가 아닌 사회적으로 필요로 하는 것으로 제도와 시스템 안에서 어떻게 활용할지 근본적 문제부터 깊이 있게 다시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최종 결정은 균형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과학적 근거와 합리성을 바탕으로 개인의 감정과 성향을 배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수가와 규제, 건정심 제도개선을 위한 특위를 구성하고 상설 회원 소통시스템도 설치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추천하고 싶은 책으론 '헌법총론', '경제학원론'을 꼽았다. 자칫 우물 안 개구리가 될 수 있는 의사들이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와 원칙을 이해하고 좀 더 넓은 세상을 바라봤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그는 "헌법총론을 보면 그 안에 대한민국 사회가 지향하는 헌법적 가치가 나와있다. 의사는 지성인으로 사회적 리더다. 사회적으로 혼자서만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헌법과 함게 거시경제, 미시경제 등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함께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 후보가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어머니가 치매로 투명하셨을 때다. 그는 자신이 의사임에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어머니는 학생 때 자주 유 후보의 발을 닦아주셨다. 그는 "당시엔 발을 닦아주시는 것이 부끄럽고 불편했지만 어머니에게 너무 큰 사랑을 받았다. 어머니를 생각하면 지금도 큰 용기를 받고 내가 받은 사랑을 나누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가족들에겐 고마움의 말을 전했다. 마침 아들이 서울의대 본과 3학년 학생이다 보니 아들과도 자주 미래 의료에 대해 이야기를 하곤 한다. 유 후보는 "평소 갖고 있던 포부를 펼친다고 하니 가족들이 가장 먼저 응원해주고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고 있다. 말릴 법도 한데 나의 역량을 알아주고 믿어주는 가족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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