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 국내 처음으로 '생체 폐이식' 성공

폐고혈압 딸에게 부모 폐 일부 이식

사진 : 서울아산병원

[메디게이트뉴스 황재희 기자]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폐이식팀이 원인을 알 수 없는 폐고혈압으로 인해 뇌사자 폐이식을 기다리던 20살 여성에게 생체 폐이식 수술을 실시했다.
 
서울아산병원은 15일 "폐고혈압으로 이미 심장이 한번 멈췄던 20살 여성에게 부모의 폐 일부를 각각 떼어 이식하는 생체 폐이식 수술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성공했다"고 밝혔다.
 
폐고혈압증은 알 수없는 원인으로 폐동맥이 두꺼워지고 폐동맥압의 상승을 가져오는 질환으로, 심장에서 폐로 혈액을 내보내기가 어려워지고, 다시 폐에서 심장으로 돌아오는 혈액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다.
 
결국 심장이 지속적으로 과도한 운동을 하면서 과부하가 걸리고, 심장과 폐 모두가 망가지는 희귀난치성 질환이다.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20세 여성 오 씨는 2014년 갑자기 숨이 차고 체중이 증가하면서 몸이 붓기 시작하고, 이유 없이 폐동맥 혈압이 높아져 폐동맥이 두꺼워지고, 결국 심장 기능까지 떨어져 '특발성 폐고혈압증' 진단을 받았다.
 
2016년 오 씨는 심장이 정지되는 위험에 빠졌으나 가까스로 목숨을 구했다. 그러나 다시 심장마비가 온다면 소생 확률이 20%에 불과했고, 뇌사자의 폐를 기증받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국내에서 뇌사자의 폐를 기증받기 위해 대기하는 평균 기간은 1456일로, 쉽지 않은 상황.
 
서울아산병원은 "폐이식팀은 지난 10년간 폐이식 대기자들의 허무한 죽음을 지켜보며 2008년 이후 수차례 생체 폐이식으로 명성이 높은 교토의대병원의 히로시 다떼(Hiroshi Date) 교수에게 찾아가 생체 폐이식 수술의 노하우를 전수 받는 등 뇌사자 기증만 기다리다 죽음에 이르는 말기 폐부전 환자들을 위해 꾸준히 준비를 해왔다"고 말했다.
 
이후 마침 병원을 찾은 환자 오 씨를 만났고, 서울아산병원 폐이식팀은 대안을 찾기 위해 긴급회의를 열었다.
 
서울아산병원은 "현행법상 합법은 아니지만 언제 사망할지 모르는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생체 폐이식 진행에 대해 지난 8월 병원 임상연구심의위원회와 의료윤리위원회를 정식 개최하고, 대한흉부외과학회, 대한이식학회에 의료윤리적 검토를 의뢰해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서울아산병원은 정부기관과 국회,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KONOS), 대한이식학회에 보고해 오 씨를 위한 생체 폐이식 수술의 불가피성을 설명하며 설득한 결과, 수술을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폐는 우측은 세 개, 좌측은 두 개의 조각으로 이루어져 있다. 폐암 환자들의 경우 폐의 일부를 절제하고도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한 것처럼, 생체 폐이식은 기증자 두 명의 폐 일부를 각각 떼어 폐부전 환자에게 이식하는 것으로 기증자와 수혜자 모두 안전한 수술방법이다.
 
서울아산병원은 "10월 21일 오 씨와 부모가 함께 수술에 들어갔다. 흉부외과, 마취과, 호흡기내과 등 총 50여명의 의료진이 참여했고, 오 씨 아버지의 우측 아래 폐와 어머니의 좌측 아래 폐가 각각 오씨의 오른쪽과 왼쪽 폐로 이식됐다"고 말했다.
 


이후 오 씨는 수술 후 6일만에 인공호흡기를 떼고 일반병동으로 옮겨져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오 씨 부모 또한 수술 6일 만에 퇴원하는 등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오 씨는 "수술 전 숨이 차서 세 걸음조차 걷기 힘든 상황에서 부모님과 의료진들의 노력으로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라면서 "수술 후 6일 만에 처음으로 의식이 돌아온 날이 마침 생일날이었고, 다시 태어난 것 같아 감사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수술을 집도한 흉부외과 박승일 교수는 "생체 폐이식을 국내 처음으로 성공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뇌사자 폐이식을 기다리다 상태가 악화돼 사망하는 환자들, 특히 소아환자들에게 또 다른 치료방법을 제시한 중요한 수술이다. 기증자 폐엽 절제는 폐암 절제수술의 경험으로 흔히 시행되는 안정성이 보장된 수술"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생체 폐이식은 1993년 미국에서 처음 시행된 후 2010년까지 전세계적으로 400례 이상 보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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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희 기자 ([email protected])필요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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