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웃지 못하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최종안 나왔지만 '논란' 지속

의료계 소아 초진 상담허용에 반발…산업계 "시범사업 변경"∙시민단체 "시범사업 중단" 촉구

6월 1일부터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이 실시된다. 도봉구의사회 동동가정의학과의원 백재욱 원장의 비대면진료 장면. 사진=보건복지부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내달 1일부터 시행되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최종안이 발표된 가운데 비대면 진료 대상 환자, 가산 수가 등을 놓고 논란이 계속되는 모습이다.
 
30일 보건복지부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최종안을 공개했다. 관심이 가장 컸던 비대면 진료 초진 허용 대상의 경우는 앞서 발표했던 초안에 비해 더욱 줄었다. 수가는 대면 진료 대비 1.3배로 책정됐다.
 
의료계의 반발이 거셌던 소아 대상 초진의 경우 복지부는 ‘절충안’을 택했다. 심야∙휴일 시간대의 소아 진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담만 허용하고 약 처방은 금지했다. 초안에는 심야∙휴일은 초진과 처방 모두 가능토록 하는 내용이 담겼었다.
 
감염병 확진자의 경우도 초안에선 1~4급 감염병 모두 비대면 진료 초진이 열려있었으나 최종안에선 1~2급으로 대상이 좁아졌다.

소청과의사회 "아이들 목숨 건 도박" 원산협 "피해와 불편은 국민 몫"
 
이번 시범사업안과 관련해, 당장 소아 환자들을 대상으로 비대면 진료 및 상담을 해야하는 소아청소년과 개원가에선 반발이 나온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아이들 대상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한 건 의사들에게 아이들 목숨을 걸고 도박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이 제도로 아이들이 사망하는 등의 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소청과 전문의가 대면 진료를 해도 제대로 된 진단을 놓치고, 그로 인해 형사처벌이나 거액의 민사 배상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럼에도 정부가 근본적 대책을 세우는 대신 비대면 진료를 허용한 건 경악할 일이다. 아이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문제인데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재진 중심 시범사업안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해왔던 산업계는 최종안에서 대상 환자 범위가 더욱 줄어들자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30일 입장문을 내고 “지난 당정협의회에서 발표한 초안보다 더 퇴보안 안이다. 결국 모든 피해와 불편은 국민 몫이 됐다”며 시범사업 내용을 조속히 변경해야 한다고 했다.
 
원산협은 특히 심야∙휴일 소아환자 처방 금지에 대해 “육아가구의 고통을 외면한 결정”이라며 “소아과 대란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는 있는지, 이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안이 소아과 과밀화 문제 해소에 도움이 되는지 정부에 반문하고 싶다”고 했다.
 
원산협은 또 “비대면 진료는 의료 서비스를 언제 어디서든 누릴 수 있도록 편의성은 높이는 한편, 재정적 부담은 줄이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가산 수가에 대해서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시민단체 "가산수가 건보재정 우려" 의협 "위험성 고려하면 가산 필수"
 
시민단체는 시범사업 시행 자체에 대한 반발을 제기하고 있다. 무상의료운동본부 등 시민단체는 이날 복지부의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보고가 이뤄지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회의장 진입까지 시도하면서 시범사업 시행에 거세게 반대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입장문을 통해 “시범사업은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들의 이윤을 보장해주려는 꼼수”라며 시범사업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2010년 이명박 정부가 삼성경제연구소에 의뢰해 만든 보건의료산업선진화 방안에 원격의료가 미래 성장전략의 주요 내용으로 포함돼 있으며, 최근 경영자총협회(경총)가 원격의료 규제 개선을 요구한 것 등을 근거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이 산업계를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비대면 진료 가산수가에 대해서도 “건보재정이 불안하다며 재정 지출 건전화를 내건 윤석열 정부의 입장과 모순적”이라며 “산업계의 이윤을 위한 원격의료 추진이 아니라, 공공병원과 필수의료 인력 확충에 재정을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의료계는 대면 진료 대비 위험성이 높은 비대면 진료의 특성을 감안하면 가산수가가 필수라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 김이연 대변인은 “비대면 진료는 위험성이 있고 그에 따른 책임은 모두 의료기관이 지게 된다”며 가산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이어 “시민단체의 의료비 증가 우려도 이해는 되지만 팬데믹 기간 동안 해왔던 수준의 가산이고, 환자 본인부담금은 본인이 속한 보험의료체계에서 책정되는 것”이라며 “복지부가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가장 이견이 없을 수치를 정한 것으로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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