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똥 튄 경영권 분쟁…한미사이언스 "신동국·박재현 해임해야" vs 한미약품 "독재경영 유감"

한미사이언스, 박재현 대표·신동국 이사 해임안, 박준석·장영길 이사 선임안 제안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한미사이언스의 경영권 분쟁이 자회사인 한미약품까지 번졌다. 한미사이언스 신동국·송영숙·임주현 등 3인의 대주주연합이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장악을 시도하자 임종윤·임종훈 형제 측은 한미약품 이사회 장악에 나선 것이다.

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에 임시주주총회 개최를 요구했다. 이에 한미약품은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여곡절 끝에 개최하는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모녀 vs 형제 신경전 '여전'

앞서 한미사이언스 대주주 3인 연합은 주주제안으로 임시주총 소집을 청구했다.

하지만 한미사이언스가 2달여간 임시주총 개최를 논의할 수 있는 임시이사회 조차 개최하지 않자, 대주주연합은 지난달 수원지방법원에 임시주총 소집 허가를 신청했다. 법원 허가를 받아서라도 임시주총을 열겠다는 의지다.

임시주총 소집이 불가피해지자 한미사이언스는 심문기일을 약 5일 앞두고 임시이사회를 개최해 임시주총 개최를 확정했다. 이사회 당일 상정된 안건은 총 3개로 대주주연합의 ▲정관변경 ▲이사 2인 선임안과 임 형제 측의 ▲감액 배당 안건이 포함한다.

임시주총 개최가 확정됐지만, 대주주연합과 임 형제 측의 신경전은 계속됐다.

대주주연합은 임시주총 소집 허가와 관련한 소송을 자진취하하지 않고 계속 진행했다. 이에 2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주주총회소집허가' 심문기일이 열렸다.

이날 대주주연합 측 대리인은 임시주총이 열리면 소송을 자진취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임시주총 개최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해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의미다.

한미사이언스 "불필요한 갈등 조장 방관할 수 없다…박재현 대표·신동국 이사 해임해야"

이에 임 형제 측도 반박에 나섰다. 한미사이언스는 공문을 통해 한미약품에 임시주총 개최를 요구하며, ▲박재현 사내이사(대표이사 전무)와 신동국 기타비상무이사의 해임안 ▲박준석, 장영길의 이사 선임안 등을 안건으로 상정할 것을 제안했다.

한미사이언스는 "박재현 대표이사는 한미사이언스와 불필요한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신약과 개량신약의 R&D 분야를 선도했던 한미그룹 명성이 예전 같지 않고, 미래를 준비하고 있지 못하다는 시장의 평가까지 더해지고 있다. 현 경영 상태를 방관할 수 없다"며 임시주주총회 소집요구 이유를 밝혔다.

이어 한미사이언스는 "박재현 대표가 촉발한 내부혼란에 대해 이사회 해임은 물론 이로 인해 빚어질 모든 결과에 대해 책임을 물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미사이언스는 "최근 신동국 이사가 한미약품의 핵심역량인 R&D에 대해 '너무 많이 쓴다'고 지적하자 박재현 대표가 '추가 R&D 투자는 필요없다'고 화답하는 등 구성원과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논의를 대수롭지 않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R&D에 대한 전문지식과 경험 없는 대주주가 발상을 하고, 대표이사는 충성을 다짐하듯 이에 동조하고 있다. 이들은 경영에서 손을 떼야 하며, 이사회에서도 퇴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미사이언스는 "박 대표 취임 후 전문경영을 한 게 아니라 OCI에 매각 건을 포함해 특정 대주주의 충실한 꼭두각시 역할만 했다"며 "말로는 R&D와 독립경영을 내세우지만 결국 본인의 자리보전을 위해 구성원과 주주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매우 심각한 해사행위에 앞장서고 있다"고 꼬집었다.

신규이사 선임에 대해서는 "한미약품의 경영상 혼란을 일으킨 장본인과 이를 부추긴 이사를 전면 교체하고, 그 동안 한미그룹에서 경험을 쌓고 각 부문에 대해 전문성과 능력을 인정받은 이들을 신규 경영진으로 데려와 한미그룹을 되찾겠다"고 전했다.

한미약품 "지주사의 '독재 경영' 유감…임시주총 신중 검토하겠지만 대주주 독단 결정인지 의문"

한미약품은 한미사이언스 측의 임시주총 개최 요구에 "주주가 합당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이사회를 통해 임시주총 관련 논의를 진중히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다만 임시주총 요구가 한미사이언스 특정 대주주의 독단적 결정인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한미약품은 "최근 열린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서도 한미약품 임시주총 안건이 다뤄지지 않은 사실로 볼 때, 이번 제안이 한미사이언스 법인이 한 것인지, 특정 대주주(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의 독단적 결정인지 불확실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공개적으로 임시주총을 요구하는 자료에서 한미약품의 대표이사를 '꼭두각시' 등으로 모욕하는 등 비상식적인 표현을 한 것에 대해서는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지주사의 특정 대주주 경영자가 그룹사의 모든 것을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독재 경영'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한미약품은 한미사이언스 공식 보도자료에 담긴 신 이사와 박 대표 간 R&D 비용 관련 대화는 완전한 허구며 각색된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한미약품은 매 분기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하반기에도 새로운 성장동력 비전을 담고 있는 신약 과제를 해외 유망 학회에서 릴레이로 발표하고 있다. 지주회사가 핵심 사업회사의 현재 경영 상황과 성과를 제대로 판단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한미약품은 "현재 지주회사가 사업회사를 상대로 자행하고 있는 여러 업무 방해와 불법 행위 등에 대해서도 공개적으로 판단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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