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이사회 개최…독자경영 선언한 현 '박재현' 대표 체제 유지

임종윤 사내이사, 이사회 내 밀약 가능성 제기 "오염 세력 많아…임시주총 개최 고려"

한미약품 본사 전경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했다. 분쟁 종식 선언이 무색하게 한미약품 대표 자리를 두고 갈등하고 있다.

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그룹 창업주 장남인 임종윤 사내이사의 요청에 따라 임시이사회를 개최했다.

이날 안건으로는 ▲북경한미약품 사장의 임해룡 총경리 교체 건 ▲한미약품 대표의 임종윤 사내이사 교체 건 등이 올랐지만 두 안건 모두 부결됐다. 이날 임 이사 등 형제 측 이사는 북경한미약품 사장 교체 건이 부결된 이후 이사회의 편파적 진행과 공정성을 지적하며 이사회 중간에 퇴장했다.

이에 한미약품 감사위원장인 김태윤 사외이사는 "전문경영인 체제는 한미뿐 아니라 글로벌 스탠다드에 걸맞는 경영을 하는 회사라면 당연히 지향해야 할 목표이자 비전"이라며 "매 분기마다 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임직원 모두 세계 최고의 R&D 중심 제약회사를 지향하는 한미약품이 안정적 경영을 이루고 거버넌스를 공고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면에서 오늘 이사회 결의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임 이사는 박 대표가 한미약품 이사회 의결없이 독자적으로 북경한미약품 이사회 의장(동사장)에 본인을 임명한 것은 정관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사회를 열고 두 안건을 상정했으나 모두 부결됐다. 이에 따라 북경한미약품 동사장직과 한미약품 대표이사직 모두 박재현 대표가 유지한다.

 한미약품은 최근 그동안 지주회사에 위임해 왔던 인사 부문을 독립시키고, 한미약품 내 인사조직을 별도로 신설했다. 이 외에도 독자경영에 필요한 여러 부서를 순차적으로 신설할 계획이다.

하지만 독자 경영 추진 후 그룹 내 경영권 분쟁은 재점화했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박 대표의 직위는 지난달 26일 한미사이언스 임종훈 대표에 의해 '사장'에서 '전무'로 강등됐다. 업무도서울 본사가 아닌 지방 지사의 제조본부를 맡는 등 업무가 축소됐다. 박 대표는 그간 형제측과 갈등 중인 송영숙 전 회장과 임주현 부사장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던 인물이다.

이에 한미약품은 이번 인사 결정은 무효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미약품은 "박 대표의 전무 강등은 아무런 실효성이 없다. 오히려 원칙과 절차 없이 강행된 대표권 남용의 사례"라며 "지주사 대표의 인사발령은 모두 무효며, 대표로서의 권환과 직책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미약품은 "그동안 인사·법무 등의 업무는 지주회사가 이를 대행해 계열사로부터 일정 수준의 수수료를 받았다. 계열사의 대표가 이를 독립해 별도 조직을 만드는 행위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신설 조직 발표는 기습적인 것이 아니다. 사내 공지 전 임 대표와 한차례 협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혼란한 상황을 빠르게 정리하고 본연의 사업에 매진하겠다"며 "창업 회장님 타계 이후 벌어지는 여러 혼란한 상황을 빠르게 정리할 수 있도록 대주주와 긴밀하게 소통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한미사이언스 임종윤 사내이사

이날 이사회 도중 퇴장했던 임 이사는 이후 마련된 기자와의 자리에서 이사회 내 밀약 가능성을 언급하며, 오염된 세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임 이사는 "오늘 이사회의 불공평한 진행 상황을 두고볼 수 없어 중간에 나왔다. 해당 문제를 감사위원회나 외부 기관에 알릴 계획"이라며 "이사진 중에 독립적인 분도 계신다. 하지만 이번엔 나도 속았다. 6대 4로 졌다. 오늘 2명 이사의 의견이 바뀌었다. 만약 밀약이 있었다면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임 이사는 임시주총 개최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이사진을 교체하겠다는 것이다.

임 이사는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주인이 바뀌었다. 그러면 이제 새로운 조직에 적응하는 것이 맞다. 만약 옛날 주인의 뜻을 따르고 싶다면 주총을 열어야 한다. 하지만 이를 건너뛰고 가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표이사 선임안에 대해서는 "직접 경영에 관여할 생각은 없었다. 회사의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맡으려던 것이다. (대표이사는) 전문가가 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기타상무이사로 이사회에 진입한 한미사이언스 개인 최대주주 한양정밀 신동국 회장이 이날 이사회에서 반대표를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이사는 신 회장과의 관계에 대한 질의에 "내가 고생하고 있는 걸 알고 있다. 다만 내일까지 라데팡스로부터 한미사이언스 지분 6%를 받는 거래가 걸려있어 반대표시를 한 것 같다"며 "반대표를 던진 후 미안하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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