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을 위한 알기 쉬운 유전체의학 지상 특강⑦

[칼럼]김경철 가정의학과 전문의

암과 정밀의학 : 동반진단에서 액체생검까지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에서는 유전체 의학을 이해하기 쉽도록, 가정의학과 전문의이자 유전학 박사인 테라젠이텍스 바이오연구소 김경철 본부장의 칼럼을 연재합니다.

<1편>  미래의학이 다가오고 있다 
<2편>  유전체 의학의 기초, 변이(variants)가 무엇인가?
<3편>  유전체 분석 방법, 플랫폼의 소개
<4편>  임상에 적용하기 (1) 질병예측(Prediction): 유전자를 통한 질병 예측은 근거가 있는가?
<5편>  임상에 적용하기 (2) 맞춤치료(Personalized)
<6편>  임상에 적용하기 (3) 정밀의료(Precision)
<7편>  암과 정밀의학 동반진단에서 액체생검까지
<8편>  산부인과 영역에서의 정밀의학
<9편>  장내미생물이 인간을 지배한다, 마이크로바이옴
<10편> 환경이 DNA를 바꾼다, 후성유전학
<11편> 약물 유전학과 영양 유전학의 발전
<12편> 게놈산업의 발전과 규제 그리고 윤리적 이슈
 (부록) 더 깊은 공부를 위한 게놈 사이트 및 해외 학회 소개
 
정밀의학이 가장 먼저 발전하고 가장 많은 연구가 되고 있는 분야로 단연 암 질환 분야를 꼽을 수 있다. 암의 발생 과정에서 종양 억제 유전자를 비롯한 많은 유전자가 관여하고, 이들 유전자 변이에 기반해 많은 약물이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암 분야는 국가적으로도 많은 연구비를 투입하고 있고, 새로운 진단법이나 신약개발과 관련해서도 역시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어 막대한 비용을 바탕으로 대규모 임상 연구들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밀의학(Precision Medicine)은 곧 정밀종양학 (Precision Oncology)이기도 하다. 앞서 강의했던 NGS 플랫폼, 유전자의 체세포 변이, 맞춤치료 등의 모든 개념이 암 분야의 정밀의학에 투입되고 임상에 적용되는 것이다.
 
이번 편에서는 정밀종양학에서 가장 관심있는 주제인 동반진단·표적치료(Companion Diagnosis/ Target Therapy), 그리고 액체생검(Liquid Biopsy) 등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암의 진단과 치료의 최신 경향을 얘기하고자 한다.
 
동반진단과 표적치료

모든 약제가 모든 사람에게 듣는 것은 아니다. 아래 그림처럼 오히려 어떤 사람에게는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 왜 같은 약제가 사람마다 약동학 및 약리학이 다를까? 그것은 개인마다 약물의 흡수, 운반, 이동, 대사, 작용 등에 관여하는 유전자가 다르게 발현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암의 원인이라 할 수 있는 체세포 변이의 양상이 암 환자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이런 개인의 특성을 고려해 치료하는 것을 표적 치료(target therapy)라 부른다. 정밀한 치료를 하기 위해 치료 전 유전자 검사와 같은 선별검사를 통해 선정된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제를 사용하는 것이 새로운 치료패턴이 되고 있다. 이때 새로운 표적치료제의 대상 환자를 사전에 선별하는 검사를 동반진단(companion diagnostics)이라고 한다
 
[그림 1] 동반진단과 맞춤치료의 이해 (출처: 젠큐릭스 홈페이지)
 
체세포변이 (somatic mutation)란?

암은 태어나는 것인가? 만들어지는 것인가? 둘 다 맞다. 태어날 때부터 부모의 유전적인 소인을 물려받은 유전성(Hereditary) 암 질환도 있다. 비록 실제 암의 발병에 미치는 영향은 약해도 부모가 물려주는 유전적인 경향(Familial)을 통틀어 생식세포 변이(Germline mutation)라 한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전체 암 질환이 일어나는 원인의 15~25% 밖에 설명을 못한다. 더 많은 경우에, 태어난 후 여러 이유로 인해 암이 자연발생적으로(Sporadic) 만들어진다. 이 경우는 특정 장기나 조직에만 국한된 체세포 분열 과정에서의 변이라는 뜻에서 체세포변이(somatic mutation)이라 한다(그림 2).
 
[그림 2] 암의 유전적 원인별 분포 (출처: 김경철 전문의 제공)

체세포 변이에는 단일 염기 변이(single nucleotide variation), 구조변이(structural variation), 염색체 이수성(aneuploidy) 등 여러 형태의 변이가 존재한다. 특정 암 유형은 화학약물, 자외선, 흡연 등에 노출돼 특정 돌연변이와 복원 메커니즘이 고장 나서 발생하는 체세포 단일 염기 변이에 의해 분류된다. 큰 범위의 구조변이는 염색체 제거(deletion), 삽입(insertion), 반전(inversion), 순차중복(tandem duplication), 전좌(translocation), 복합적 재배열(complex rearrangement) 등으로 인해 암에서 정상 유전자의 기능에 영향을 끼친다. 암이 발생하는 과정에서 특정 유전자의 변이는 한 번에 오지 않고 여러 단계에 걸쳐서 온다. 아래 그림처럼 대장암이 일어나는 단계는 정상세포에서부터 여러 유전자의 변이들이 생겨 점막의 과증식 및 용종(adenoma)이 생기고, 다시 주요 암 억제 유전자의 변이를 거쳐서 최종적으로 대장암이 발병한다. 각 암종마다 주요 유전자가 관여하는데 이들 유전자의 변이만 알면 암의 진행단계를 알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같은 장기의 암이어도 유전자의 변이가 모두 다르므로(heterogeneity) 이 다른 유전적인 차이에 따라 암의 예후, 치료, 재발 등을 다르게 적용할 수 있다. 이것이 맞춤의학의 시작이다.
 
[그림 3] 대장암의 발병 기전 (출처: writeopinions 홈페이지)
 
보건복지부의 급여 정책

보건복지부는 이미 오래전부터 동반진단에 따른 표적항암치료제 대해 급여 정책을 시행해왔다. 대표적인 예로, 2009년에 이미 EGFR 변이를 가진 폐암 환자에서 항암제 '이레사'의 2차 치료에 대해 급여를 적용했고, 이후 적응증을 확대해 왔다. 2014년에는 아래와 같이 8개 유전자 검사와 관련한 맞춤항암치료의 급여 적용을 확대했다.
 
암 종 유전자 검사 관련 항암제
폐 암
 
EGFR 유전자 돌연변이검사 (2종) 이레사정
염기서열검사 PNA 기반 실시간 중합효소연쇄반응 클램핑법 타세바정
대장암
 
 
 
EGFR pharmDx kit 면역조직화학 염색검사 얼비툭스주
KRAS 유전자 돌연변이검사 (2종) 벡티빅스주
 
 
염기서열검사
PNA 기반 실시간 중합효소연쇄반응 클램핑법
만성골수성백혈병
 
BCR/ABL 유전자재배열검사 (정량) 글리벡정
 
BCR/ABL 유전자 Imatinib 내성 돌연변이검사
급성골수성백혈병 C-Kit 유전자 돌연변이검사 글리벡정
GIST 염기서열검사 수텐정
[표 1] 급여가 적용되는 맞춤항암치료제(출처: 김경철 전문의 제공)

최근에는 동반 진단에 대해서도 급여 적용을 시작했다. 보건복지부는 2017년 3월부터 암 환자와 희귀질환자의 NGS 유전자 패널 검사를 건강보험 급여 대상 질환에 포함시켰다. 여기에 포함된 질환은 위암, 대장암, 폐암, 유방암, 난소암, 흑색종을 비롯한 고형암 10종, 혈액암 6종, 유전질환 3종 등을 포함한 기타 유전질환이다. 본인 부담 50%의 건강보험이 적용된 이후 환자의 개인 부담은 약 45만원에서 66만원 선이 됐다. 보건복지부는 1차적으로 NGS 검사 장비와 인력을 갖춘 22개 기관을 ‘NGS 유전자 패널 검사 기관으로 승인하고, 신고된 항목에 대한 검사만 할 수 있도록 했다. 12월에는 2차적으로 21곳을 추가적으로 승인했다. 43개 의료기관의 대부분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암패널에는 일루미나와 써모피셔 제품이 있다. 일루미나의 경우 자체 제작한 패널을 통해 마이식 혹은 하이식 장비로 분석하고, 써모피셔는 온코민(Oncomine Dx)을 통해 S5 등의 플랫폼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다. NGS 장비나 분석 인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던 의료 기관은 보건복지부의 갑작스러운 급여 정책의 도입과 정밀의학의 글로벌 트랜드 때문에 //linkback.contentsfeed.com/images/onebyone.gif?action_id=f3f3d3f8fa1f248938bd61cc371ae1f마지못해 혹은 경쟁적으로 NGS 장비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많은 연구를 축적해둔 대학병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병원들은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있고 처방도 미미한 수준이다.
 
[그림 4] 보건복지부 고시 NGS 암패널 급여 조건 (자료제공: 테라젠)

액체생검이란?

최근 암 정밀의학의 화두는 단연 액체생검(liquid biopsy)이다. 2015년 MIT에서 올 해의 혁신 기술로 발표한 이래 암 학회에서 가장 주목 받는 연구 분야가 됐고, 해마다 관련 산업이 22% 이상 초고속 성장하고 있다.

액체생검이란 혈액이나 소변, 타액 같은 액체(liquid)에서 특정 장기(조직)에서 유리된 DNA, RNA, 마이크로 RNA, 단백질(Protein) 등을 얻어 조직의 병변 상태를 진단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조직 생검(tissue biopsy)에 비견해 액체생검(liquid biopsy)라 부른다. 정상적인 혈류 안에는 백혈구, 적혈구 등의 세포 외에 다양한 장기에서 유리된 DNA 조각들이 떠다니는데 이를 혈장내 유리 DNA(Cell free DNA, cfDNA)라 부른다. 인체의 장기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 즉 외상, 화상, 패혈증, 감염병이 있으면 조직의 세포에서 깨진 DNA는 더욱 증가하기도 한다. 특히 암이 자라나는 과정에서 다량의 DNA가 혈류 속으로 방출된다. 아래 <그림 5>에서처럼 종양이 자라면서 세포가 고속으로 분열하고 암 세포는 끝없이 신생혈관에 괴사, 사멸, 분비 등을 통해 깨어진 DNA 조각을 유리 시킨다. 이런 혈장내 유리 DNA(cfDNA)를 얻어서 암세포에서 유래된 DNA(circulating tumor DNA, ctDNA)를 추출한 후 이 들 ctDNA에서 주요 유전자의 체세포 돌연변이를 관찰하거나 메틸화된 정도를 관찰하는 등의 분석을 한다. 이를 통해 암을 조기 진단하거나 암의 재발을 모니터링하는 바이오마커로 활용한다.
 
[그림 5] 혈장내 유리 DNA(cfDNA)의 개념 (출처: nature review 2011)

기존의 조직검사 방법은 검체를 얻는 과정이 미세침 주사나 개복을 통해 조직을 획득하는 등 침습적인 방식이라 위험하기도 하고 수시로 검체를 얻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수술 전후의 진단으로서는 활용 가능하지만, 암의 재발 등을 수시로 모니터링 하거나 암을 조기에 진단하려는 바이오 마커로서는 부적절했다. 더욱이 암 유전체 변이의 이질성(tumor heterogeneity)과 클론성 진화(clonal evolution) 경향으로 인해 기존 조직 검사만으로는 표적 치료에 한계가 있어 왔다. 즉 같은 간암이라도 어느 부위에서 조직을 얻는지에 따라 분자생물학적 진단에 차이가 날 수 있었다. 이에 비해 액체생검은 혈액 등 비교적 쉽게 얻을 수 있는 비침습적인 방식이며, 특정 부위에서 얻어진 DNA가 아닌 암 조직 전반에서 유리된 DNA여서 암의 이질성이나 다양성을 대표하기에 더 좋은 검사법이기도 하다.
 
혈액 기반 유전체 분석 기술 개발은 크게 PCR 기반과 차세대염기분석법(Next Generation Sequencing, NGS) 기반으로 나눌 수 있다. PCR 기반의 기술은 특정 유전자 변이를 매우 높은 민감도로 검출이 가능하나 한 번에 여러 변이를 확인하는데는 제한적이다. 반면, NGS 기반 기술은 한 번에 여러 유전자에서 다양한 변이를 검출할 수 있으나 시퀀싱 오류 정정(sequencing error correction) 기술 개발이 여전히 요구되고 있다. 최근엔 극소량의 DNA를 안정적으로 검출하고 높은 재현성을 보이는 디지털 PCR 방식(Droplet digital PCR, ddPCR)으로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액체생검은 어떻게 활용되는가?

액체생검은 혈액에서 얻은 ctDNA로 유전자 분석을 한다는 차이일 뿐이지 기본적으로 조직에서 얻은 DNA를 활용한다는 점과 임상에 적용하는 부분은 기존 조직검사와 같다. 다만 조직을 직접 얻는 방식보다는 자주 혈액검사를 할 수 있어 바이오마커로의 유용성이 더 좋다. 액체생검의 대표적인 응용 분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액체생검은 이미 수술을 마쳤거나 항암치료를 한 다음에 예후 관찰이나 재발 방지를 위한 모니터링에 사용할 수 있다. 전립선암의 PSA나 대장암의 CEA 경우처럼 단백질 표지자를 이용한 암 모니터링 같은 사후 모니터링에 사용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암 외에 대부분의 고형암이나 혈액암은 추적 마커가 없기에 액체생검을 통한 예후 추적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특히 cfDNA의 혈장내 농도 자체가 암의 예후를 추적하는데 도움이 된다.

둘째, 동반진단의 개념으로 항암제를 선택하거나 항암제의 내성이 있는 경우 액체생검을 통해 내성과 관련된 유전자 변이를 분석할 수 있다. 이미 미국 FDA에서는 일부 암에 대해 조직검사가 아닌 액체 생검을 통해 유전자의 체세포 변이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항암제를 선택하는 것을 승인하고 있다. 로슈가 폐암 진단에 사용하는 EGFR 돌연변이 진단이 그 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파나진이 최근 식약처로부터 폐암 진단을 위한 EGFR 돌연변이를 분석하는 액체생검 키트를 승인 받은 바 있다.

셋째, 가장 관심을 끄는 분야가 암의 조기 진단이다. 대장암의 경우, 용종에서 암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미 유전자의 체세포 변이가 시작되고, 이런 변이를 포함한 유전자가 신생혈관을 통해 혈장으로 유리되기 때문에 암의 초기 단계에서 액체생검을 통한 조기 진단이 가능하다는 논리이다.
 
조기진단을 위한 액체생검은 얼마나 정확한가?

문제는 '액체생검이 조직생검과 거의 비슷한 정확도를 가지고 있을까?'이다. 아래 <그림 6>처럼, 폐암의 조직과 혈액내 유리 종양 DNA(ctDNA)의 일치도는 연구와 분석 방법에 따라 68%~100%로 나타난다. 이 중 NGS 방식의 심도 있는 분석을 통한 액체생검은 98%~100%의 높은 일치율을 보인다. 그러나 이 정확도는 암의 진행 병기에 따라 다르다. 앞서 언급한 일치율은 진행된 암의 경우이고, 혈액내 cfDNA의 유리가 적은 조기암의 경우는 다르다. 또 암 종류에 따라 액체생검을 통한 조기암의 진단률은 달라진다. 아래 네이쳐 저널(2018)의 보고처럼 난소암이나 간암은 90% 이상인 반면, 유방암의 경우는 40%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역시 플랫폼을 어떤 방식으로 이용하고 타겟되는 암 관련 유전자를 어떻게 선정하고 어떤 알고리즘에 의해 진단 기준을 정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향후 대규모 연구를 통해 각 장기별 암의 최적화된 액체생검 패널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림 6] 장기별 1기 암의 진단률 (출처: 네이처 저널 2018)
 
액체생검의 연구 발전사

아래 그림과 같이 혈장 내에서 유리 DNA(cfDNA)를 발견한 것은 이미 1948년이었고, 1970년대 들어 암 환자에서 일반인보다 DNA가 더 많이 검출됐음을 알게 됐다. 또 전이암 등 진행성 암에서 DNA가 더 높았다. 1990년도 들어 cfDNA에서 유래된 암 특이적 돌연변이를 발견해 암 발생 장기의 원인 파악을 시도했으며 2000년도 들어서는 미소부수체(microsatellite), CNV, 암유발 바이러스의 DNA, 메틸화 등의 다양한 암 지표들을 cfDNA에서 측정하기 시작했다.
 
[그림 7] 액체생검 연구의 발전 (출처: Nature Biotechnology 2017)

2014년에 드디어 NGS 기반의 cfDNA 분석 서비스(Guardant 360)가 가던트헬스(Guardant Health)에 의해 시작됐는데, 73개의 암 패널로 구성됐다. 가던트헬스는 소프트뱅크에 3억 6천만 달러(약 4천억원)의 투자를 받고, 이를 바탕으로 향후 5년 이내에 100만명의 암환자를 대상으로 액체생검을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15년에는 미국의 패스웨이 지노믹스(Pathway Genomics)가 최초로 고위험군 대상자에서 액체생검을 통해 9개 암과 연관된 96개 암 유전자를 분석하는 패널(CancerIntercept Detect)을 만들었고, 병원이 아닌 소비자에게 직접 전달하는 DTC 방식으로 서비스를 시행했다. 그러나 FDA가 바로 임상적 증거 부족 등의 이유로 서비스 중지 권고를 했다. 2016년에는 일루미나의 자회사 그레일(Grail)이 대규모 투자를 받으며 다시 액체생검을 통한 암의 조기 검진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그레일 외에도 파운데이션 메디슨의 '파운데이션액트(FoundationAct)'라는 상품이 나왔는데 이는 60개 유전자 패널로 구성돼 있다. 이 상품은 2017년 뉴욕의 임상진단평가(CLEP)에서 액체생검법으로 승인됐고, 50개 주에도 곧 적용될 예정이다. 2016년 8월에는 FDA에서 로슈의 폐암을 진단하는 EGFR 유전자 액체생검 키트를 공식 승인했다. 이후 로슈 역시 77개의 유전자 패널로 구성된 '아베니오(AVENIO) ctDNA' 키트를 론칭 시켰다. 이처럼 액체생검은 최근 몇 년 사이 NGS 기반으로 급격히 발전했다. 조기 암 검진 시장을 타겟으로 한 여러 회사의 신제품 개발이 잇따르고 있으며 미국 FDA등 규제 당국도 신축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그젝 사이언스(Exact Science)는 이미 액체생검으로 대장암 키트를 만들어 보험 적용까지 받고 있으며, 대장암 단일 제품만으로 이 회사의 시가 총액이 2조 8천억원을 넘었다. 글로벌 회사들의 제품 요약은 아래와 같다.
 
[그림 8] 글로벌 회사들의 액체생검 패널 서비스 (출처: 테라젠 제공)

이 중 대표적인 회사인 그레일(Grail)에 대해 좀더 살펴보자. 
 
액체생검 연구로 1조원 투자를 받은 그레일 (Grail)

일루미나의 자회사인 그레일(Grail)은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공동으로 1억 달러의 투자를 받는 등 창업 1년 만에 무려 총 10억 달러(약 1조원)의 투자를 받아 임상 연구 자금을 확보했다. 그레일(GRAIL)은 2017년 6월 5일 미국임상암학회(ASCO Annual Meeting)에서 처음으로 본인들이 개발한 혈액 내 존재하는 암 유전체를 분석하는 기술을 공개했고, 그 가능성을 일부 확인했다. 여기서 공개한 기술 중 하나가 울트라 딥 시퀀싱(Ultra deep sequencing) 기술이다. 이 기술은, NGS 기반의 유전자 패널 검사가 X500배 정도 시퀀싱하는 것에 비해, 혈액에서 떠돌아다니는 극미량 암변이를 발견하기 위해 X60,000배까지 시퀀싱 하는 것을 말한다. 앞선 9억 달러의 투자로 그레일은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암 조기 진단을 위한 대규모 임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CCGA(Cell-Free Genome Atlas) 스터디는 최소 5년간 암환자 7천명과 건강인 3천명을 대상으로 디자인한 대규모 임상시험이다. 또 다른 대규모 임상시험인 STRIVE는 '맘모그램 스크리닝(mammograms)' 검사를 받는 12만명의 45세 이상 중년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로, 유방암의 조기 진단이 목적이다. 2016년 5월에 그레일은 비침습 태아 기형검사(NIPT)의 서비스를 하는 시리나(Cirina)를 인수 합병했다. 이는 시리나가 보유하고 있는 cfDNA의 메틸레이션 분석법을 기존의 액체생검법에 통합 시켜서 보다 정확한 암 질환의 조기 진단 및 예후 활용에 크게 도움을 받기 위한 것이다. 거침없는 그레일의 도전은 암 조기 검진 시장을 획기적으로 바꿀 할 것이다.
 
가장 최근의 연구, 다중혈액검사법 '캔서시크(CancerSEEk)'

암 유전학의 권위적인 학자인 존스홉킨스 의과대학 보겔슈타인(Bert Vogelstein)을 비롯한 연구팀들은 지난 2018년 1월 18일 사이언스지에 8가지 암을 동시에 진단하는 액체생검법인 캔서시크(CancerSEEk)의 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특별히 조기암을 진단하기 위해 전이가 없는 1~3기에 해당하는 8종류의 암 환자 1005명을 대상으로 다중액체생검법인 캔서시크(CancerSEEk) 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는 16개의 암 유전자를 포함해 기존의 단백질 방식의 암표지자 검사와 비교를 했다. 기존에 암 표지자 단백질 검사가 없는 난소암, 위암, 췌장암, 식도암 등의 경우에는 69~98%의 민감도를 보였고, 특이도는 99%로 매우 높았다. 암 병기(stage)별로는 3기 암의 민감도가 78%이고 2기 암은 73%인 반면, 1기암은 43%로 다소 낮았다. 즉 조기암의 진단에 적용하기에는 아직 민감도가 낮다고 할 수 있다. 암종별로 차이가 있었는데, 간암 1기는 민감도가 100%인 반면 식도암 1기는 20%에 불과했다. 캔서시크(CancerSEEK)는 더 나아가 ctDNA의 유전적 변이와 39종의 단백질 암표지자 검사의 조합을 통해서 암의 위치도 유추하는 알고리듬을 만들었다. 63%의 경우에서 암이 시작된 장기(Origin of Cancer)를 찾아낼 수 있었다. 예측 정확도는 췌장암에서 가장 높았고 폐암에서 가장 낮았다. 이번 캔서시크(CancerSEEK)의 발표는 암의 종류별, 병기별 정확도가 각각 달라서 액체생검의 진단을 쉽게 일반화 시킬 수 없음을 보여줬고, 조기 암 검진에서는 아직 미완의 기술임을 알려준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방식의 액체생검 연구들은 더욱 많은 데이터를 확보함으로써 보다 정교해지고 언젠가는 조직검사를 대체할 것으로 믿는다.
 
[그림 9] 8종 암 다중혈액검사법 '캔서시크(CancerSEEK)' (출처: hopkinsmedicine.org)
 
국내에선 어떤 회사들이 액체생검을 개발하고 있나?

국내에서도 일찌감치 액체생검을 연구하고 임상에 활용하려는 시도들이 있어 왔다. 대표적인 기업으로 파나진, 압타머사이언스, 지노미트릭스, 글라이칸, 테라젠 등의 회사가 있다.

PNA(인공 DNA)를 기반으로 하는 유전자 진단 전문기업인 파나진은 '파나뮤타이퍼 EGFR(PANAMutyper™ R EGFR) 키트'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료기기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최근에는 신의료기술 인정도 받았다.

또 다른 분자 유전자 회사인 압타머사이언스는 다양한 표적물질에 높은 특이도와 민감도를 가진 핵산물질인 압타머 기술을 이용해 바이오마커를 발굴하고, 비소세포폐암(NSCLC)의 조기 발견과 진단이 가능한 키트를 개발했다. 그 키트의 정확도와 민감성을 확인하기 위한 실험을 아산병원 등과 진행했으며 EGFR, MMP7,CA6 등 7개의 유전자를 기반으로 하는 액체생검 서비스에 대해 식약처의 품목 허가를 받았다.

지노믹트리는 앞의 회사들과 달리, 후성유전학적 방법을 이용한 액체생검법을 특징으로 한다. 즉 혈액이나 분변에서 얻은 DNA의 메틸레이션 패턴에 따라 대장암을 진단하는 방법이다. 신데칸-2(Syndecan-2) 유전자의 비정상적 메틸화가 대장암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발견해 진단 검사에 적용했다.

팜스웰바이오의 자회사인 큐브바이오는 최근 세계에서 유일하게 소변을 통한 휴대형 암 진단키트 관련 특허를 취득했다. 환자의 소변만으로 췌장암, 대장암, 양성종양 등 14개의 호발 암종에 대해 암 발병 유무를 확인할 수 있다. 암 세포 발현 시 환자의 소변 내 특정 대사체의 증감 현상을 측정하는 것이 핵심기술이다.

테라젠이텍스는 앞서 사이언스에 발표된 캔서시크(CancerSEEK)와 같이 폐암, 대장암, 위암, 유방암, 난소암, 피부암, 전립선암, 췌장암, 갑상선암, 간암 등 여러 개의 암을 동시에 진단하는 패널을 개발했다. NGS기반으로 검출한계(LOD) 0.01% 이하에서도 재현성 있게 암 체세포 변이(cancer somatic muation)들을 검출할 수 있는 온코체이서 (Oncochaser)라는 패널이다. 현재 여러 대학들과 임상 시험을 진행 중이며 조만간 임상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처럼 국내에서도 활발히 액체생검을 연구하거나 상업화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처럼 대규모 투자가 일어나지 않아서 대규모 임상연구를 통한 조기 진단 등의 증거를 확보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현재 암패널 검사가 병원 안의 NGS 플랫폼을 통해서만 가능하고, 시장에서도 여러가지 법에 의해 제한이 많기에 산업계의 발전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여전히 연구와 임상 활용에는 간극이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침습적 조직검사 방식의 암 확진 검사는 빠른 시간 내에 액체 생검으로 대체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암의 조기 진단을 위한 액체생검이 대세가 돼 피 한방울로 암을 진단하는 시기가 그리 멀지 않았다.
 
[그림 10] 온코체이서의 작동 원리. 유리된 DNA에서 정상적인 DNA와 변이된 DNA가 포집정(collection well)에 의해 자동으로 분류되고 있다. (자료: 테라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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