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황재희 기자] 의대생들이 교육병원에서의 실습 시 피교육자로서 인권을 존중받지 못했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의대생들은 교육 당시 인격모독을 당하거나 성차별적인 발언이나 비속어, 욕설 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이하 의대협)은 각 교육병원에서의 실습 실태를 알아보기 위한 '제1차 의대협 실습 실태조사 2018'을 지난 4월 실시하고, 그 결과를 최근 공개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학생이 주체가 돼 실습환경에 대해 묻는 첫 설문조사로, 의대협은 지난 4월 26일부터 약 8일간 실습을 하고 있는 의대생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를 실시했다. 6400여명의 학생 중 571명이 응답했고, 그중 566명의 응답결과가 보고서에 포함됐다.
의대협은 "피교육자로서 인권을 존중받지 못했다고 느낀 적이 얼마나 자주 있는가를 묻는 질문에 한달에 한번 미만이 53%로 가장 많았다. 한달에 한번 이상이 28%,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이 15%, 일주일에 세 번 이상도 4%나 달했다"고 말했다.
의대생 인권이 존중받지 못하는 이유에 대한 답변이 419개가 나왔는데, 이중 209건(50%)이 인격모독이라고 답했다. 의대협은 "성차별적 발언을 들었다는 응답이 76건(18.1%), 비속어와 욕설을 들었다는 응답이 49건(11.7%), 심지어 폭행을 당했다는 응답도 5건 있었다"며 "교수와 학생 간, 선후배간 권력관계는 의대사회가 인권에 취약하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의대협은 "학생인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는 의견도 49건이나 나왔다"며 "학생들이 겪은 인권침해 사례를 보면 질문에 대답을 잘 못할 경우 인격 모독을 주거나 교수나 간호사가 실습교육 이외의 병원 업무를 시키고, 병원에 학생들이 대기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 불편하다는 등의 의견이 나왔다"고 말했다.
또 의대생 51%는 실습을 통해 학생으로서 필요한 교육을 받고 있다고 답했지만, 14%는 부정적으로 답변했고, 35%는 보통이라고 답했다.
필요한 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술기 연습기회가 부족하다'는 응답이 가장 많아 총 343개의 응답 중 132건을 차지했다. 다음으로는 '학습 목표에 명시된 술기들을 모두 하지 못한다'는 응답이 94건, '학생 실습 범위 이상의 업무를 요구한다'는 응답이 82건 순이었다.
실습 과정에서 전공의나 교수로부터 받은 피드백은 대체로 적절한 것으로 나타났다. 72%의 의대생이 적절했다고 답변했으며, 28%는 부적절했다고 답했다.
의대협은 "피드백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응답자 중 그 이유를 묻는 질문에서 총 262개의 응답이 나왔는데, 시간이 부족하다는 응답이 132건으로 가장 많았다"며 "학생 교육에 대한 무관심도 96건에 달했다"고 말했다.
의대협은 "응답자 566명 중 71%가 원활한 실습을 위해 우선 해결해야 할 점으로 학생 교육에 대한 인식 개선을 꼽았다"며 "자원이 부족하다는 답변이 그 뒤를 이어 29%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또한 의대생 74%는 환자 문진 당시 곤란함을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본인의 술기 경험이 부족해 그랬다고 답한 학생이 48%였으며, 환자 또는 보호자의 거부가 22%, 지도교수의 관리 감독의 부재 17%, 적절한 공간 부재 10% 순이었다.
의대협은 "의대생 29%는 학습목표에 명시된 술기를 경험하지 못했다고 답변했고, 31%는 사전 공지된 평가 기준이 실제와 일치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고 답하기도 했다"며 "이것은 도제식으로 이뤄지는 임상실습의 특성상 체계적인 교육이 이뤄지기 어렵고, 환자의 권리가 강조되는 사회 변화에 따라 상대적으로 학생의 교육권이 소외되고 억압받는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의대생들은 실습 과정에서 비효율적인 실습 과정으로 인한 시간과 체력 낭비가 많다고 응답했다. 수술 참관 시 수술 과정이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고, 부적절한 대기 시간과 설명이나 피드백 없이 동일한 외래를 참석하는 경우 등으로 교육의 기회가 적절치 않았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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