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중앙∙부산보훈병원장 잇따라 사표 던져…위기 처한 ‘보훈의료’

중앙보훈 유근영 병원장 사임∙부산보훈 이정주 병원장은 사의 철회…보훈병원 운영 놓고 보훈공단과 보훈병원장들 갈등

5일부로 사임한 중앙보훈병원 유근영 병원장. 사진=중앙보훈병원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국가보훈대상자들의 치료를 담당하는 보훈병원 병원장들이 최근 잇따라 사표를 던진 것으로 파악됐다.
 
중앙보훈병원 유근영 병원장은 5일 임기 종료가 4개월여 남은 시점에서 자리에서 물러났으며, 부산보훈병원 이정주 병원장은 이에 앞서 사의를 표명했다가 상위 기관인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보훈공단)의 설득으로 철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 병원장의 이른 퇴임은 그가 중앙보훈병원을 중심으로 한 보훈병원 시스템 개선을 주장하며, 상급 기관인 보훈공단과 갈등을 빚어왔던 것이 배경이 됐다는 후문이다. 이정주 병원장 역시 보훈공단과 갈등을 빚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보훈공단, 6개 보훈병원장 대상 복무 감사 실시…"사퇴 '압박용' 얘기 나와"
 
6일 보훈병원∙보훈공단 관계자들에 따르면 유 병원장은 보훈공단과의 갈등 끝에 지난 2일 사직서를 제출했고 사표는 5일 수리됐다.
 
지난 2021년 5월 취임한 유 병원장의 임기는 2024년 5월 16일까지였다. 임기 종료를 4개월 앞두고 일찌감치 자리에서 내려오게 된 셈이다.
 
유 병원장이 사퇴하게 된 표면적인 이유는 공단이 최근 6개 보훈병원 병원장들에 대한 복무 감사를 실시하기로 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 직원이 유 병원장의 복무 행태에 대해 투서를 넣은 것이 발단이 돼 공단이 감사에 나서자 사의를 표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병원 의료진들 사이에서는 복무 감사를 수단 삼아 공단이 그간 불편한 관계였던 유 병원장의 사퇴를 압박한 것이나 다름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유 병원장은 취임 후 현재 공단의 입김이 절대적인 보훈병원 체계를 중앙보훈병원이 중심이 돼 6개 보훈병원을 아우르는 의료원 체계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해왔는데, 공단이 이를 탐탁치 않게 여겼을 거라는 것이다.

실제 이같은 유 병원장의 의견에 뜻을 같이하는 부산보훈병원 이정주 병원장 등 일부 병원장들도 보훈공단의 감사 돌입에 항의의 뜻으로 일괄 사직서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과 내온 유근영 병원장 교체 시도 이해 불가…보훈공단 "사퇴 압박 등 의혹 사실 아냐"
 
유 병원장의 주장은 보훈병원 의료진들로부터도 공감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 현장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보훈공단의 영향력을 줄이고, 보훈의료 수준을 높일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중앙보훈병원 관계자는 “공단은 고령환자가 대부분인 보훈병원 안과에 고가의 라섹, 라식 장비를 구입하게 압력을 넣었고, 결국 해당 장비는 몇 번 쓰지도 않고 방치하다 폐기됐다”며 “반면 전립선 환자가 많아서 진작에 도입했어야 할 수술로봇은 의사노조의 지속적인 요구 끝에 뒤늦게 도입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자차트 시스템도 후진적이라 지난 연말에도 진료가 1시간 이상 지체되는 일이 몇 차례 있었다”며 “공단은 빠르게 발전하는 의료 현장의 실상도 모르고, 대처할 능력도 부족한데 예산과 인력을 다 틀어쥐고 병원을 길들이려고만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타 병원 대비 열악한 처우로 보훈병원 전문의들이 줄사직을 하는 상황에서 그간 보훈공단이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도 이번 사태에서 보훈병원 의료진들의 분노를 키우는 대목이다. 유 병원장은 60세 정년 후에도 계약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전문의들의 급여도 현실화하는 등 전문의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해왔다.
 
이 관계자는 “공단 이사장도 공석이고, 신임 보훈부 장관이 취임한 지 얼마 안 되는 어수선한 상황에서 여러 성과를 내왔던 유 병원장을 교체하려 한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신임 공단 이사장으로 임명이 유력했던 한 인사가 중앙보훈병원 의료진들의 반대로 낙마한 것도 보훈공단의 유 병원장에 대한 악감정을 심화했을 거라는 얘기도 나온다.
 
한편, 유 병원장에 앞서 사의를 표명했던 부산보훈병원 이정주 병원장은 임기를 이어가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병원장은 이날 메디게이트뉴스와 통화에서 “(보훈공단에 대한) 항의성 성격으로 사표를 던졌지만, 보훈공단의 간곡한 요청으로 사의를 접었다”며 “지난 3일 있었던 공단과 병원장들의 대화에서 발전적인 논의들이 있었다”고 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 보훈공단 측은 “유근영 병원장은 일신상 이유로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사직 이유를 둘러싼 의혹들은 사실과 다르다”며 “병원장 대상 감사는 연말, 연시 공직기강 점검 등 통상적인 사항과 일부 내부 제보, 신고 등에 따라 진행 중인 사항으로 현 시점에서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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