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가가 만든 괴물 PA·UA, 진료지원인력 제도 공청회와 시범사업 추진을 중단하라"

[칼럼]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 전라북도의사회 부회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무면허 진료보조인력 PA·UA 합법화 논란 
7월 29일 보건복지부는 '이용자 중심 의료혁신협의체' 제17차 회의에서 9월 중  진료보조인력 PA(Physician Assistatn)또는 무면허 보조인력 UA(Unlicensed Assistant)과 관련한 공청회를 개최한 후 시범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회의에는 의료계 참석자는 없었고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한국소비자연맹, 한국 YWCA연합회,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등 6개 시민사회단체만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는 무자격자에 의한 불법 의료행위를 근절하지 않으면 의료의 질이 하락하고 의료인 면허체계가 혼란에 빠질 것으로 우려했다. 의료계의 다양한 목소리를 통해 PA·UA 합법화에 대한 심층적인 의견을 들어본다. 

①저수가가 만든 괴물 PA·UA 진료지원인력 제도 즉각 중단하라

[메디게이트뉴스] 정부의 저(低)수가 정책은 병원이 적정 의료인력을 고용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합법과 불법의 모호한 경계에 있는 진료지원인력, 일명 PA(Physician Assistatn)는 실제로 무면허 보조인력 UA(Unlicensed Assistant)로 업무 범위조차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보건복지부는 사실상 진료지원인력 제도를 공론화할 기세다. 

공청회와 시범사업 추진은 의사면허가 침해되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복지부의 발언과 달리, 의료계는 이번 논란을 정부가 병원 내 UA를 공식적으로 합법화하려는 시도로 밖에 볼 수 없다. 

기형적 불법보조인력 문제는 근본적으로 저수가 체계가 만들어낸 것이다. 수십년 동안 상대적으로 저비용의 전공의를 교육과정이라는 미명 하에  거의 노예수준의 노동력을 착취해 전공의를 갈아서 버텨오다가 전공의 특별법 시행으로 주당 80시간의 근무시간을 맞춰주다 보니 일손이 부족해 급속도로 UA가 양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전공의가 없고 UA도 뽑지 못한다면 의사를 더 뽑아야 한다. 하지만 비용 문제로 지금의 저수가로는 의사를 더 뽑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특히 산부인과를 비롯한 외과계열의 필수 외과 수술에 대한 원가 이하의 살인적인 저수가의 정상화 없이는 더 많은 의사들을 고용할 수가 없다. 

의사가 부족해서 병원에 의사가 적은 것이 아니라, 외과 계열 의사들을 고용할 병원이 저수가로 고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외과 의사가 아무리 고난이도의 수술을 배웠어도 갈 곳이 없어서 이를 활용하지 못하고 개원가로 나오기 마련이다. 이런 우수한 전문의들이 갈 곳은 병원급 의료기관이다. 

병원에서 개원가로 나와 있는 우수한 전문의들이 병원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필수의료 저수가부터 정상화시키고 보건의료인력 고용지원금제도를 도입해 재정적인 정부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펠로우나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로는 신분 보장에 대한 한계가 있다. 만약 임상전담 교수의 위치로 신분을 보장하고 처우 개선을 한다면 지원하는 전문의는 넘쳐날 것이다. 

병원 간호사회가 실시한 ‘병원간호인력 배치현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9년 12월말 기준 의료기관 213개소에 근무하는 PA 간호사는 총 4814명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알려진 바와 같이 불법 보조 인력으로 인한 많은 사회적인 병폐는  ▲무자격자에 의한 불법 대리수술로 인한 의료의 질 하락과 의료 불신으로 수술실 cctv 설치문제 ▲의료사고 관련 책임소재로 복잡한 법적인 문제 발생 ▲전공의 수련 교육의 질 하락과 교육기회의 박탈 ▲의료인 면허체계 혼란 ▲의사 고용 불안으로 인한 필수의료 인프라 붕괴 등 다양한 문제가 이제 거의 한계 상황으로 와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지난 3월 22일부터 5월 7일까지 47일 간 전국 102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실태조사한 결과, 조사대상 의료기관 대다수가 의료인 부족에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의료기관에선 전문의 정원이 454명인데 재직 전문의는 297명에 불과한 곳까지 발견됐다. 무려 157명의 전문의가 정원에 미달한 것이다. 

병원 의사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문제는 더 많은 의료진을 고용할 수 있을 정도의 적정수가 체계로 전면적인 개혁을 해야 한다. 그래서 더 많은 의사들을 채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병원급 의료기관의 의사 1인당 외래 환자수 제한과 병상 대비 필수 의사 인력을 확보하도록 강력한 제도개선을 통해 안정적인 진료 환경을 확보해야 한다. 정부가 응급실과 중환자실등 기피 분야에서 추가 의사고용이 가능할 정도의 수가를 인상하고 동시에 병원들도 적정 의사를 채용하도록 강제 해야 가능하다. 

복지부는 이와 같은 사실을 이전부터 잘 알고도 저수가 개선에 대해 국민부담 증가를 이유로 외면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방치할 게 아니라, 사회적 논의를 통해 당장 건보재정 국고지원금 확대를 통해서라도 안전한 의료 환경개선을 적극적으로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 

의대 교수들도 정작 PA가 없으면 병원이 마비되고 수술을 할 수 없을 지경이라고 하소연만 할 것이 아니다. 학문 연구와 교육에 보다 충실할  수 있도록 진료 분야에선 과감히 늘어난 의사들이 임상교수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의사가 꼭 해야 할 업무에만 집중하고 저위험이나 단순 반복되는 업무라는 이유로 의사 업무가 간호사에게 전가되고 있는 상황이 아니라, PA 문제 근본 원인은 저수가가 만든 기형적인 한국 의료의 민낯일 뿐이다. 

UA는 의사 면허제도 근간 훼손, 불법 의료인의 양성화, 직역 간 갈등 초래 등 여러 문제를 야기해 의료계 혼란을 초래하고 보건의료 체계를 붕괴시킬 것이다. 

국민들에게  묻고싶다. 정말 의사가 아닌 보조인력에게 처방이나 시술을 받기를 원하는가?  

‘헐값 의료비’로 인한 폐해는 의료계 곳곳에서 목격된다. 자연분만 시 국민건강보험 진료수가는 최저 20만3000원이다. 동물병원의 애완견 분만비 30만~40만원보다 낮다. 산모와 태아를 동시에 돌봐야 하는데도 맹장수술 진료수가인 33만7284원보다 적다. 미국과 일본의 10분의 1 수준이다. 

낮은 수가에 끼워 맞춰 환자를 치료해 온 잘못된 관행이 빚은 한국 의료는 기형적인 문제들만 양산돼 코로나19에 한계 상황에 도달하고 말 것이다. 진료지원 인력 제도에 전문간호사 업무범위로 PA 업무를 추가하려는 꼼수를 공론화하려는 공청회가 해답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UA는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로 근절해야 할 대상으로 논의할 가치가 없다, 불법 의료행위는 명백하게 직역간 타협 대상이 아니라 처벌 대상일뿐이다, 진료지원 인력 제도 시범사업 추진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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