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교수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의대 졸업생 아닌 실력 있는 의사다"

사회정의를바라는전국교수모임 성명서 "급격한 의사증원은 국민 기만…건강보험 급여 원가 보장, 과도한 소송부담 완화부터"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의 의사인력 확대 방안에 의료계가 강경투쟁을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의대 교수뿐 아니라 전국 대학교수들이 강력한 우려를 표명했다.

보수 성향 교수단체로 분류되는 '사회정의를바라는전국교수모임(정교모)'이 13일 성명서를 내고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 및 '의사인력 확대 방안'에 문제점을 제기했다.

정교모는 기존 의대의 수용가능 범위를 고려하지 않고 의사를 급격하게 늘리면 제대로 된 교육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는 이 같은 우려에 증원규모를 '의약분업 당시 감축했던 350명 정도'로 제안했으나 정부는 이를 무시한 바 있다.

정교모는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의대 졸업생'이 아니라 '실력 있는 의사'다. 그러나 입시학원 방식으로는 실력 있는 의사를 만들 수 없다. 의대·의전원의 교육인력 상황과 교육시설 상황 등 현장 실정을 완전히 외면한 급격한 의사증원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정교모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00명 증원의 근거가 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결과에 대해 국민의 의료이용량이 OECD 평균의 두 배 이상이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어 의사 수 산출근거로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복지부가 OECD 평균을 금과옥조로 삼으면서 현재의 과도한 의료이용량을 OECD 평균 수준으로 조정하지 않은 채 의사 수를 추계한 것은 논리적이지 않다"고 꼬집었다.

정교모는 또 의대 입학으로 이미 학원가에 N수생 문의가 쇄도하는 등 블랙홀처럼 이공계 우수 학생들을 빨아들이도록 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단기적으로는 의대 쏠림이 계속되고 심화될 우려"가 있지만 의사 소득이 감소함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의대 쏠림이 크게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교모는 "이는 매우 안이하고 무책임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복지부 장관이 언급한 '공급증가에 따른 가격하락'은 자유시장에서만 가능하다. 그러나 건강보험은 정부통제에 있는 만큼 자유시장이 아니라 시장원리가 작동하기 어렵다. 게다가 문제 원인이 ‘시장실패’라고 주장하면서 ‘시장원리’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모순이다"라고 말했다.

정교모는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가까이 있는 실력 있는 의사에게 진료받는 것이고, 의사들이 원하는 것은 안정적인 진료환경이다. 둘 다를 만족하려면 필수의료 뿐만 아니라 모든 건강보험 급여진료의 원가가 보장되고, 과도한 소송부담이 완화될 수 있는 구체적인 안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한 번 뽑은 칼이라고 고집을 부려서는 안 된다. 의료계도 하루, 한 시간이 절박한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잡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 양측 모두 현재의 상황을 깊고, 넓게, 멀리 내다보고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대화와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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