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보의, 코로나19 검체 채취시 레벨D 전신보호복 대신 가운 입으라?"

대공협·전남의사회 강력 반발 “의료진 안전이 최우선...감염 우려 없다면 공무원이 직접 하라“

전신보호복과 가운의 비교. 사진=지마켓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선별진료소와 격리공간에서 이뤄지는 검체 채취는 레벨 D수준의 전신보호복 대신 가운 사용을 권장한다. 앞으로 가운, N95 마스크, 고글, 장갑 등이 세트로 배포될 것이다.” 

전라남도 지역의 한 공중보건의사(공보의)는 26일 전라남도로부터 황당한 공문을 받았다. 코로나19(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가 확산하고 보호구 소요량이 증가하면서 전신보호복 대신 가운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공문은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전남 뿐만 아니라 모든 지자체에 내려진 것이다. 공문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레벨D세트 개인보호구 소요량이 증가하고 있다”라며 “전신보호복 사용은 검역, 이송, 검역차 소독, 시신이송의 경우에 사용한다. 검체 채취는 전신보호복 대신 가운을 권장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공문이 내려진 이유는 보호구 소요량이 증가하고 의료기관이 검사가 빨리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의학계 전문가들의 건의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가운을 입고 벗는 데만 30분 이상이 소요되고 그 순간에 오염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정은경 본부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검체 채취를 할 때 개인 보호구를 착용하고 검체를 채취한다. 개인 보호구의 수준과 검체 채취하는 장소에서의 제약이 있는 상황이라 시설, 인력 부분을 최대한 동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필요한 사람이 조금 더 빠르게 검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검사시스템을 정비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검체 채취에 나서고 있는 일선 공보의들을 비롯한 의료계가 즉각 반발했다. 전파력이 강한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전신보호복이 필수라는 것이다.  
전신보호복 대신 가운 사용을 권장한다는 공문. 사진=제보자 제공 

대공협 “의료진 감염 방지 없이 코로나19 방역도 없다”

대한공보의협의회(대공협)는 곧바로 성명서를 내고 “의료진 감염 방지 없이는 코로나19 방역도 없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대공협은 “검체를 채취할 때 코로나19 감염 의심환자의 경우 레벨D 보호구를 착용해 한다. 레벨D보호구는 소독절차를 거친 후 2~3시간까지는 사용 가능하나 이후에는 반드시 교체해야 한다. 확진이 의심되는 환자를 검사한 후에는 반드시 교체해야 하며 의사 판단이 가장 중요하다”라는 내부 지침을 공보의들에게 발송했다. 

대공협은 “대한의사협회, 예방의학과, 호흡기내과 교수진 등의 자문을 통해 공문을 정정하고 충분한 보호장비 배포를 요청하겠다”라며 “의사들의 건강과 안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국 공보의는 지역사회 감염의 최전선에서 의료인의 사명을 다하고 있다. 공보의는 국민을 직접 마주하며 진료를 수행하고 검사 시행을 위한 검체를 채취하며 행동 수칙을 안내한다. 이런 의료진 감염을 방지하기 위한 사소하고 중요한 기본적 보호장구 선택을 의사가 아닌 행정상 권고를 따르게 됐다”고 비판했다. 

대공협은 “방호복에 여전히 남아있는 비말로 감염 확산이 우려된다. 온전한 차폐가 불가능한 보호구로 방역의 일선에 서는 것은 공보를 사지를 내본다”라며 “방역 일선의 의료진의 안전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는 조건이자 제1원칙으로 삼은 전폭적인 지원을 부탁드린다”라고 했다. 

전남의사회 "감염 위험 없다면 공무원이 직접 검체 채취하라"  

전라남도의사회도 성명서를 통해 크게 반발했다. 전남의사회는 “현장에서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공중보건의사와 군의관들에게 방호복지급 중단을 결정한 중앙사고수습본부의 결정에 깊은 분노를 느낀다”라고 밝혔다. 

전남의사회는 “국가가 국민 안전과 생명 보호가 가장 중요하듯 대한의사협회, 대구광역시의사회도 회원의 안전과 생명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금 전선에 뛰어든 병사에게 기본적인 방호장비조차 지급하지 말고 전쟁을 수행하라는 지침으로 과연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고 되물었다.  

전남의사회는 “아무런 보호장비 없이 의료인을 감염자가 넘쳐나는 사지로 내몰 권리가 과연 정부에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스럽다”라며“감염의 우려가 없고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지금 당장 공무원을 동원해 의사의 지시 하에 직접 검체 채취에 나서라”라고 촉구했다. 

전남의사회는 “의료인의 감염은 의료 시스템의 붕괴를 초래하고, 더 큰 국가적 재앙으로 이어진다”라며 “정부가 현 감염병 사태의 확산을 막고 조기에 퇴치할 의지가 있다면 우선적으로 의료인을 보호하고 개인 보호구 확보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의료인이 붕괴하면 다음은 대한민국이 붕괴한다”고 강조했다.   

임솔 기자 ([email protected])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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