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기 전담클리닉 정책에 반대한다...정부·의협은 즉각 폐기하라

공공기관의 호흡기 진료, 1차 의료기관 붕괴 우려...의협이 내과, 이비인후과 등과 논의했는지 의문

[칼럼] 박상준 경상남도 대의원·신경외과 전문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정부는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와 의·병·정 간담회를 열고 코로나19 장기화 및 다른 감염병 발생에 대비하기 위한 의료체계 개선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의·병·정 간담회에선 '호흡기전담클리닉' 확충 필요성과 방법, 코로나19 이외의 중증 환자들이 원활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체계 변화 등을 내놨다.

정부에 따르면 호흡기전담클리닉 목적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 환자를 1차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지역별로 집중 관리가 필요하다는 데 있다.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들이 감염되거나 확진환자가 발생해서 닫게 되면, 다른 환자들의 이용이 제한되는 문제점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다. 정부는 의협의 제안을 적극 수용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클리닉 운영은 보건소를 비롯한 공공기관을 먼저 지정한 후 확대할 방침이며, 호흡기전담클리닉 운영방안은 의료기관과 환자의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마련하기로 했다.

그러나 기존의 진료체계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호흡기 전담클리닉과 관련해 의협 내부적으로 어떤 논의를 거쳐 정부에 제안됐는지 의문이다. 호흡기 전담클리닉 제안과 관련한 내과, 이비인후과, 가정의학과와 소아과청소년과 의사회 등과 사전에 충분한 논의와 협의가 있었는지에 대해 의협 집행부는 명확한 견해를 밝혀야 한다. [관련기사=정부 "호흡기전담클리닉, 의협의 적극 제안으로 추진...보건소에 지역 의사들이 지원하는 개방형 클리닉"]

정부가 발표한 호흡기전담클리닉은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을 보호하고 효과적인 환자 관리를 위해 1차 의료기관 의료인이 공공기관에서 호흡기 관련 환자를 진료하는 방법으로 설계됐다. 코로나19 이전부터 1차 의료기관은 호흡기질환자 관리에 최선을 다했고, 코로나19 감염 사태 진행 중에도 진료 체계에 허점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정부가 느닷없이 호흡기 전담클리닉이라는 새로운 이름의 진료체계를 도입해 공공기관에서 관련 의료인이 상시 진료를 담당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열악한 진료 환경을 더 악화시킨다. 1차 의료기관의 역할이 붕괴되고, 일부 극소수 의료인만 생존하게 하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참담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무엇보다 호흡기전담클리닉은 전체 개원의를 대상으로 한정된 공공기관에서 호흡기 환자를 전담 진료하게 하려는 것은 의료 영역에서 시장경쟁체제의 근간을 흔드는 독단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일차진료 기능을 공유한 2차 의료기관인 중·소 규모의 병원이 참여할 방안이 마땅치 않다면, 이에 따른 의료체계 변화가 미칠 파장이나 부작용을 충분히 검토한 정책인지 의문이다.  

정부가 담당해야 할 공공의료 역할을 아무런 명분도 실익도 없이 1차 의료기관 의료인에게 전가하는 부도덕한 행위를 의협이 나서 자발적으로 제안한 사실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회원의 권익을 옹호하기 위해 설립된 의협이 스스로 정관의 목적을 위배하는 어처구니없는 행동에 나선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정부와 정책 협의를 통해 의협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나, 회원의 권익을 침해하는 결정은 결코 해선 안 된다. 의협은 호흡기전담클리닉과 관련한 정책은 즉각적으로 폐기하고 정부와 함께 새로운 대안을 찾는 노력을 기울여 나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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