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병원 대표 84명 서명한 입장문 발표 "총선 승리만을 위한 의료정책 두고볼 수 없어…환자들 곁으로 돌아갈 수 있길 희망"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정부에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2000명 의대증원 계획을 전면 백지화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전공의들에 대한 정부의 비민주적 탄압을 중단하라며 업무개시명령 폐지도 주장했다.
대전협은 20일 성명서를 통해 “우리는 오로지 총선 승리만을 위한 의료 정책을 가만히 지켜볼 수는 없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성명서에는 전국 수련병원 대표 84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날 대전협은 의대증원에 반대해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난 전공의 100여명이 모여 긴급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5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를 진행한 결과 이번 성명서를 완성했다.
대전협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대해 “국민 부담을 늘리는 지불 제도 개편, 비급여 항목 혼합 진료 금지, 진료 면허 및 개원 면허 도입, 인턴 수련 기간 연장, 미용 시장 개방 등 최선의 진료를 제한하는 정책들로 가득하다”고 비판했다.
대전협은 의대 2000명 증원과 관련해선 “정부 인용 자료의 저자인 서울의대 예방의학과 홍윤철 교수는 문제가 많은 의료 시스템을 고친 후 의대증원 규모를 계산해야 한다고 했고, 의대 학장단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는 무리한 증원 규모를 제출했던 점을 시인했다”며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필수의료 기피 현상은 심화하고 있다. 의사 수를 늘려도 저수가와 의료 소송 등의 문제를 우선 해결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며 “의대증원은 필수의료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국민들의 의료비 증가로 돌아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전협은 전공의 사직으로 의료대란 우려가 일고 있는 데 대해선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 대한민국 의료가 마비된다고 한다”며 “피교육자인 전공의가 없다는 이유로 병원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는 작금의 병원 구조는 과연 바람직한가”라고 반문했다.
또 “정부는 1만 5000명 전공의의 연락처를 사찰한 사실을 당당히 얘기하고 있다. 사직서 수리 금지,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 등 초법적 행정 명령을 남발하며 전공의를 범죄자 취급하고 있다”며 “정부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전협은 정부에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2000명 의대증원 계획 전면 백지화 ▲과학적 의사 수급 추계 기구 설치 ▲수련병원의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 완화 ▲주 80시간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전공의 대상 부당한 명령 전면 철회 및 사과 ▲국민 기본권 침해하는 업무개시명령 전면 폐지 등을 요구했다.
대전협은 끝으로 “무너지는 수련 환경 속에서도 병원을 떠나고 싶었던 전공의는 단 한 명도 없다. 정부가 조속히 지금의 정책을 재고하고 전공의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올바른 정책을 제시하길 바란다”며 “내일은 환자들의 곁을 지킬 수 있길 희망한다”고 했다.
[성명서]
정부는 잘못된 정책을 철회하고 비민주적인 탄압을 중단하십시오.
정부는 2월 초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와 2,000명 의대 증원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국민 부담을 늘리는 지불 제도 개편, 비급여 항목 혼합 진료 금지, 진료 면허 및 개원 면허 도입, 인턴 수련 기간 연장, 미용 시장 개방 등 최선의 진료를 제한하는 정책들로 가득합니다. 대한민국 의료 체계 근간을 흔들 중차대한 정책이지만 19쪽에 불과한 보건복지부의 문서에는 피상적인 단어만 나열되어 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이 없습니다.
정부는 2,000명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숫자를 발표했습니다. 과학적 근거를 요구했으나 정부는 근거 자료 공개를 거부했습니다. 정부가 인용한 자료의 저자인 서울대학교 홍윤철 교수 역시 문제가 많은 의료 시스템을 고친 후 의대 증원 규모를 계산해야 한다고 밝혔고, 전일 전국 의과대학 학장단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무리한 증원 규모를 제출하였던 점을 시인한 바 있습니다. 본 회는 합리적인 의사 수 추계를 위하여 과학적인 근거 마련이 선행되어야 하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하였지만, 정부는 정치적 표심을 위해 급진적인 의대정원 정책을 발표하였습니다.
지금도 필수 의료 기피 현상은 해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습니다. 의사 수를 늘린다고 한들 저수가와 의료 소송 등의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의대 증원은 필수 의료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국민들의 의료비 증가로 돌아올 것입니다.
전공의들이 주 80시간 이상 근무하면서 최저 임금 수준의 보수를 받고 있음에도 이제껏 정부는 이를 외면했습니다.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 대한민국 의료가 마비된다고 합니다. 묻고 싶습니다. 피교육자인 전공의가 없다는 이유로 병원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는 작금의 병원 구조는 과연 바람직한가요. 이를 지금까지 방조했던 정부는 아무런 책임이 없는 건가요.
정부는 15,000명의 전공의들의 연락처를 사찰한 사실을 당당하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사직서 수리 금지,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 등 초법적인 행정 명령을 남발하며 전공의를 범죄자 취급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전공의들은 더 이상 정부의 횡포를 견디지 못하고 하나둘씩 사직을 결정하였습니다.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면 의사뿐 아니라 어느 누구에게도 이와 같은 초법적, 비민주적 조치가 취해져서는 안됩니다. 정부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해야 합니다.
정부에 요구합니다.
-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2,000명 의대 증원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라.
- 과학적인 의사 수급 추계를 위한 기구를 설치하고 증원과 감원을 같이 논하라.
- 수련 병원의 전문의 인력 채용을 확대하라.
- 불가항력의 의료 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을 완화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대책을 제시하라.
- 주 80시간에 달하는 열악한 전공의 수련 환경을 개선하라.
- 전공의를 겁박하는 부당한 명령들을 전면 철회하고 전공의들에게 정식으로 사과하라
-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의료법 제59조 업무개시명령을 전면 폐지하여 대한민국 헌법과 국제노동기구(ILO)의 강제 노동 금지 조항을 준수하라.
우리는 오로지 총선 승리만을 위한 의료 정책을 가만히 지켜볼 수는 없었습니다. 무너지는 수련 환경 속에서도 병원을 떠나고 싶었던 전공의는 단 한 명도 없습니다. 밤을 지새우며 주 80시간 이상 근무하면서도 환자들의 상태가 호전되는 모습에 기뻐하며 보람을 느꼈던 사람들입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젊은 의사들의 목소리를 전달해야 하는 상황에 유감의 말씀을 전합니다. 정부가 조속히 지금의 정책을 재고하고 전공의들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올바른 정책을 제시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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